하정우, 300일간 외로움과의 사투! 김윤석, 체중 증가에 호일 펌까지!
외적 변신부터 마작&사투리 하드 트레이닝까지 지독하게 변신하다!
지독하게 처절한 남자 ‘구남’과 지독하게 잔혹한 남자 ‘면가’로 분한 하정우와 김윤석. 그들은 지금껏 영화 속에서 보여왔던 자신들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황해>를 통해 영화 속 캐릭터로 완벽히 거듭났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의 하정우는 체중을 감량하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가 하면, 300일의 시간 동안 수염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처절한 눈빛을 통해 한 남자의 지독한 드라마를 그려내며 관객들의 연민을 자극하는 전혀 새로운 인물로 변신했다. 특히 ‘구남’이라는 인물이 영화 속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에 하정우는 혼자만의 사투를 벌여야 했던 시간도 많았다.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진 절박한 남자로 300일을 살아가며 힘든 촬영뿐 아니라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하정우는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원하는 장면을 위해 감독과 의견을 조율하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등 노력을 끊이지 않아 감독과 스탭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또한 김윤석은 선과 악을 떠나 돈에 의해 움직이는 살인청부업자를 표현하기 위해 8kg 가량 체중을 늘렸으며, 호일 펌으로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특히 ‘면가’의 스타일링은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분석을 거친 김윤석의 제안에 의해 탄생되었다고. 그는 다방면에 쌓아 왔던 내공으로 ‘면가’라는 인물을 재해석하며 대륙적이면서 살아온 환경으로 인해 생존을 위해 악을 택하는 자신의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외적인 변신을 마친 이들은 이어서 본격 촬영이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중국인들이 즐겨 하는 마작과 조선족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2명의 조선족 마작 트레이너와 함께 생활했다. 이들은 마작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사투리를 익혀 나갔고, 후반에는 하정우와 김윤석이 내기 게임에서 그들의 돈을 따기도 했다고. 더불어 그들은 조선족 사투리가 알아 듣기 힘들다는 점에서 직접 액센트를 강조하는 식으로 변형을 줌으로써 ‘구남’과 ‘면가’만의 특색있는 조선족 사투리를 완성해 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관을 나오며 찜찜했던 기분을 찬 바람 부는 시내를 걸으면서 겨우 덜어냈다. 그러나 이내 도대체 왜 그 사람들이 죽이고 죽어야 했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답답해졌다. 영화의 인물은 이해하고 파악하는 일을 두고, 관객으로서 전체 인물들의 행동을 모두 봤음에도 전후사정을 잘 모르고 있으니 더 그랬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서야 그래서 그랬던 건가 했지만, 그러고 나니, 감독의 의도에 비해서 작품으로서의 결과가 좋지 않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관객이 머리가 나빠서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 게 결코 아니었다. 영화를 잘 못 만들었다.
하정우나 김윤석이 보여준 연기력만 남을 뿐이다. 애초에 그 둘이 나오는 영화였기에 보러 가긴 했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이 그 두 사람이 연기했던 <추격자>의 감독이었다니, 왜 이 영화는 전작만 못한지 아쉬움이 매우 크다.
이 소재를 가지고, 이만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두고 굴레에 갇힌 사람들이 걸어가 맞닥뜨린 막막함이나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끔직함에 대해 보다 더 결깊게 그려졌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난과 폭력의 결합이라는 것이 사는 일에 대한 성찰로 상승하지 못하고 영화적 재미로 한바탕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폭력 상황에 배우나 관객이나 모두 무덤덤한 상태로까지 가 버렸다. 때리고 죽이는 장면이 너무 많다 보니 김윤석이 도끼를 들고 수없이 사람을 죽이는 장면조차도 공포나 공감은 없고 영화 이야기를 위한 사건으로만 보게 되었다. 그러니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에겐) 애매한 사건과 (사건에 얽힌) 애매한 사람들이 싸우고 죽이고 쫓고 쫒겼다는 것 밖에 남는 게 없다.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내 역을 맡은 배우나, 김태원 사장의 애인 역을 맡은 여배우들은 영화에 도움을 거의 주지 못했다. 각복이나 감독이 다 표현해 내지 못한 부분을 조연 배우들이 보완하는 경우 영화에 대한 만족이 생기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배우들의 외모가 출중하더라도 배역과 조화되지 않거나 연기력으로서 영화적 사건과 그 사건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관객이 상상하게 돕거나 납득하도록 하는 데에도 상당히 부족했다.
황해는 기대를 했더니 실망이 큰 영화가 되고 말았다.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한 영화이긴 하였지만 그 고생만큼 작품이 좋지는 않은 영화였다.
다만,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을 조금 내려 놓고 보면, 조선족들이 사는 연변 지역의 모습과 미루어짐작하게 하는 조선족들의 삶을 희미하게 나마 볼 수 있었고, 우리들에게 조선족이란 어떤 사람이고, 우리들은 그들에게 어떤 사람들인지도 생각해 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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