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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2011년의 책읽기 (9)

자몽미소 2011. 3. 20. 14:46

 


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저자
황석영 지음
출판사
향연 | 2007-03-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소박하고 풍요로운 우리의 음식과 사람 이야기! 사람과 세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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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0일에 읽었다.

 

 왠일인지 황석영이 싫었다.

<삼포가는 길>은 텔레비젼으로 재미있게 봤고, <한씨연대기>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책을 읽던 20대에는 황석영이란 이름으로 읽은 게 아니고 손에 잡히는 책이라 그의 책을 읽었다, 30 대에 읽은 <무기의 그늘>도 황석영의 책이라서 읽은 건 아니다.  <손님>도  베스트셀러라서 가까스로 읽었고 <오래된 정원>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에 없다. 삼십대 후반부터는 황석영이라면 읽기 싫었다.

아마 그가 황구라 라는 별명을 가질만큼 재담가이고 그래서 그런지  숱한 여자들과 소리소문없이 바람을 피워 여자들 많이 울렸다는 말을 들은 게 그가 이룬 여러 업적보다 내게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바람둥이라는 말을 듣고 사실 확인을 한 것도 아니면서도 그런 남자라면 마초 같다는 느낌 때문에 어쩐지 점점 싫어져 버렸다.

 

그래도 이 책은 샀다. 어떻게 썼나 보고 싶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지 물론.

 

 남편은 그가 80년대에 제주도에 와 있을 때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면서, 정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사람도 말을 잘 시킨다며 만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떠벌이로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도 이야기 하게 하면서 화기애애한 자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 책을 읽는 도중이었고 그래서 내 오랜 선입견을 약간 느슨하게 했다.

 

그가 글로 다시 보여준 음식들은 모르는 게 많았다. 그가 먹었던 음식들은 고향의 맛이거나 방랑시기의 음식이기도 했고 그러므로 그가 다닌 땅만큼이나 낯설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내 시대와는 좀 달랐기에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같은 이야기로서 읽기에 좋았다. 그게 나쁘지는 않았다. 독특한 말법으로 그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맛이 좋았다. 이래서 먹는 것에 대한 왕성한 욕망과 세밀한 기억하며 그 음식과 더불었던 시간과 사람이 이렇게 좋은 글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황석영에게 약간씩 무장해제 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 음식편에 와서는 교정을 보듯이 몇 번이나 밑줄을 그었다. 틀리게 알고있는 것이 여럿 있었고, 나로서도 의심이 되는 조리법도 나왔다. 예를 들면 돋통시 라고 해 놓고 괄호를 쳐서는 똥돼지 라고 적어 넣은 것들이 그러했다. 돋통시는 똥돼지가 아니고 돼지 우리를 일컫는다. 그런 게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제주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제주 음식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껏 읽어왔던 그의 전라도 음식, 경상도 음식, 서울 음식이며 어머니의 고향 음식에 대한 것을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런 건 대수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음식에 대한 생각, 음식과 사람이 이어지던 풍경, 그 속에 사람을 살게 하던 인정과 음식의 따뜻함일 것이다. 특별한 음식이 아닌데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황석영식 요리 라는 것을 따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나는 또 삐딱해졌다.

마지막 장에 나온 사랑에 관한 추억을 읽으면서다.

 

그도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관한 추억이 서로 다르다고 쓰긴 했지만,  어떤 사람의 사랑 고백에 대한 반응에서도 여자와 남자는 다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사랑에 관한 추억에서 문학적인 낭만성으로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고, 그를 사랑했던 그 여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잘은 모르지만 황석영과 만났던 여자들은 체념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녀들의 체념을  꺼내어 글맛좋은 음식 이야기에까지 글 재료로 써 버렸다. 묵힌 이야기라서 괜찮은가. 그럴 수도 있겠다. 묵힌 오래된 어떤 음식처럼 옛것의 날 냄새는 사라지고 없으니.

 

 

책을 덮고 나니  나는만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면서도 황석영이란 작가는 어쩌다라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부류에 집어 넣고 만다.  밤새며 이야기해도 이야기가 끝이 안 날 정도로 재미있는 사람이라 해도, 나는 어떤 피해의식인지 수많은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남자가 싫다. 그런 남자가 아주 싫다. 그래서 그의 문학에도 순진한 환호를 못 보내고, 이렇게 슬쩍 어떻게 썼나 보자면서 슬쩍 보고 재빨리 덮는다.

 

내가 이렇게 말하고 나면 누가 " 그 책 읽으란 말이야 뭐야!" 할지 모른다.

그럼 나는 " 읽어보면 알겠지!" 할텐가,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