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내 아들의 아버지- 2011년의 책읽기 12

자몽미소 2011. 3. 29. 18:48

 

 

내 아들의 아버지는 당연히 자신이라야 하지만, 당연한 것이 늘 당연하지 않게 들이닥치는 게 인생.

 

원래 임신을 시킬 수 없었던 몸임을 알게 된 남자.

그렇다면 내 아들은 누구의 아들일까.

아이가 어릴 때 아내가 죽어 버렸으니 그 아이의 엄마에게 물어 볼 수도 없다.

 

 

네델란드 출신의 작가라는 것도 이채로웠는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감탄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을 때 좋은 소설, 독자가 지루하지 않아야 좋은 소설, 주인공이 독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해야 좋은 소설, 결국 사람의 이야기로서 우리 인생을 반추하게 해야 좋은 소설이라고 여기는 내게, 이 소설은 참 좋은 소설이었다.

 

이 책은 어느 블로거의 독후감을 읽고 찜해 두었는데, 그래서 그 독후감대로라면 아들에게도 좋을 것이라 여겨 읽어 보지 않은 채 아들에게 보낼 책 목록에도 넣어 버렸다. 오늘 내가 이걸 읽으면서 보니 여러 차례 노골적인 성애장면 묘사, 아이쿠나 하였다. 네 살이 되었을 때부터 성인 영화관에 데리고 가던 이 엄마의 이력을 기억하는 아들이야 그럭저럭, 성애 묘사 더 깊이에 있는 소설의 진면목을 바라볼 것이라 믿어 보지만,  아들과 함께 철조망 안에 갇혀 있는 초소의 동료들을 생각하니 화들짝, 그 아이들에게 상당한 민폐를 끼치는 결과 되리라. 초소 도서실에 놓고 같이 보라 했던 게 지난 주, 지금에 와서 그거 너만 봐! 할 수도 없는 것.

 

책을 덮고 나니 유럽 영화를 봤을 때처럼, 어쩐지 자유의 큰 바람을 쏘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가 막힌 진실 앞에서 결국 "사랑" 의 의미를 배우게 되는 과정, 그래서 한층 커진 주인공의 삶의 자세와 푹신한 포용의 넓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책부족에게도  강추!

 

사족: (독후감 쓰고 나서 다시 생각나는 독후감이라서)

 

이런 소설을 읽고 나서 연애를 하는 젊은 사람들은 이 소설에 나오는 남자를 보통 남자로 여길까 염려된다.

정신 차려. 이건 소설이야 소설. 그리고 소설 무대가 어디야? 네델란드 라고,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일 있으면 어떻게 될까?

요런 비슷한 상황으로 나온 거 <결혼은 미친 짓이다> 정도는 있지만.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이런 남자가 한국에도 여럿 있을 것이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어떻게 하는 일은 가끔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소설과는 아주 다르고,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현실에서 아주 지저분해서 파렴치한으로 도덕의 매를 죽도록 맞는 게 한국이다.  바로 그 이야기가 전세계로 번역되는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에 관련된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중을 오리무중으로 처리 하고( 죽어 버렸으니까 밝힐 수도 없었지만) 장본인인 아내 마저 죽어 버렸으니,  살아 남은 자의 슬픔으로서 주인공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려는가에 독자도 참가하다 보면 남자의 실수와 욕망이 내 안에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니, 지금 가장 괴로운 일이 되고 있는 아내의 부정도 결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치루는 사소한 실수 같아지기도 한다.  자기가 키워낸 아들에게서 살아가는 일의 지혜를 발견하는 마지막은 울림이 아주 컸다. 반전 후의 반전으로서, 아들은 사랑을 알고 나서 눈을 뜨지 않고 잠을 자게 되었다는 설정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남자도 아내의 실수에 눈을 감아줄 것이다. 자기 안에 있는 사랑이 눈을 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