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옮겨적기-불멸

자몽미소 2011. 4. 19. 14:54

비록 얼굴과 육신은 이미 매력을 상실했다지만, 그 미소와 손짓에는 매력이 가득했다. 그것은 매력 잃은 육신 속에 가라앉아 있던 한 몸짓의 매력이었다. 그 부인이라고 해서 자신이이제 더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자신의 일부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이 없이 살면서, 어떤 이례적인 순간들에만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리라.- 10쪽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젠가 추함의 습격이 도저히 함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날, 그녀는 꽃 장수에게 물망초 한 가지를 살 것이다. 가는 줄기 끝에 작은 꽃이 달린 물망초 딱 한 가지만 사서, 얼굴 앞에 세우고 외출을 할 것이다... 그렇게 파리 거리들을 돌아다니면 곧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볼 것이고, 아이들은 그녀 뒤를 쫓아 다니면서 그녀를 놀리며 돌멩이를 던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모든 파리 시민들이 그녀를 이렇게 부를 것이다. 물망초에 미친 여자라고….- 37쪽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렸고, 성남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바로 이런 분위기에서 아녜스는 물망초 한 가지를, 물망초 오직 한 가지를 사고 싶어 했다. 눈에 잘 뵈지도 않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자취로서, 그것을 두 눈 앞에 간직하고 싶어 했다.  -마지막 장 520쪽

 

 

증오의 올가미는우리를 너무나 긴밀하게 증오 대상에 옮아맨다. 전쟁의 외설스러움이 바로 그렇다. 함께 쏟는 피의 친밀함... 아녜스는 확신한다. 아버지는 바로 그런 친밀함이 싫었다는 것을...... 서로 치고, 서로 짓밟고 필사적으로 서로 몸을 부딪는 그 사람들과의 신체 접촉이 그에게는 물의 순수 속에서 고독하게 죽는 것보다 훨씬 끔찍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좀 전에 그녀를 사로잡은 증오로부터 그녀를 해방하기 시작했다... 대신 이런 문장이 불쑥 떠올랐다. 나는 그들을 증오할 수 없다. 그들과 나를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어떤 공통점도 없다.- 43쪽

 

고독, 그것은 시선의 감미로운 부재였다....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야말로 몹쓸 압제자요. 흡혈귀의 입맞춤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에 주름을 새긴 것은 바로 시선들의 예리한 날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48쪽

 

이제 우리 삶의 영상은 어떤 분쟁이 일어나거나 대중의 호기심이 요구할 때는 언제라도 활용될 수 있도록 고스란히 문서함에 보존될 것이다. - 49쪽 

 

이상한 번역- 36쪽

그 불결함의 물결에 아녜스는 낯을 찡그렸다. 시각, 후각, 미각적인 불결함의 물결, 그녀는 눈길을 돌려 버리고는 다른 곳으로 가서 굶주림을 잠재우기로 결심했다.

--> 여기서 굶주림은 "배고픔"이나 "허기"로 써야 함

 

 

 

매일 점점 더 많은 얼굴들이 등장하고 그 얼굴들이 날이 갈수록 서로 닮아가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 자아의 독창성을 확인하고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유일성을 확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아의 유일성을 가꾸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덧셈 법과 뺄셈 법이다. 아녜스는 자신의 순수한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자아에서 외적인 것과 빌려온 것을 모두 추려냈다. (이 경우 연이은 뺄셈 때문에 자아가 0이 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로라의 방법은 정확히 그 반대다. 자신의 자아를 좀 더 잘 보이게 하고, 좀 더 파악하기 쉽게 하고, 좀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서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덧붙여 그것에 자기를 동화했다( 이 경우 덧붙은 속성들 때문에 자아의 본질을 상실해 버릴 위험이 있다)-154쪽

 

덧셈 법에 따라 자아를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을 희생하는 묘한 역설이 있다. 그들은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자아를 창출하기 위해 뭔가를 덧붙이고자 애쓰지만, 이와 동시에 그 덧붙은 속성들을 선전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이 자기들과 닮게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들 자아의 유일성이 즉각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

아,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사람은 많은데 생각은 적으니 어떻게 해야 우리를 차별화할 수 있단 말인가...자신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냉수 샤워 애호가들 무리와 유사하다는 이 결함을 그녀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그녀가 아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냉수 샤워를 좋아하는 수많은 다른 여인들을 대번에 자신을 따라하는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서, 사우나실의 문지방을 넘어서기 무섭게 온 힘을 다해 " 나는 냉수 샤워를 좋아해요!" 라는 돈호법을 떤져야 했던 것이다. 달리 말해 만약 우리가 샤워에 대한 사랑(전혀 무의미한)이 우리 자아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면, 이 사랑을 위해 기꺼이 싸울 각오가 되었음을 온 세상에 알려야 하는 것이다.-157 쪽

 

 

이마골로기

 

광고와 선전은 서로 무관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실 텐가?

하나는 시장에서 쓰이고 하나는 이데올로기에 쓰이는 거라고? 당신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약 백여 년 전 러시아에서 박해받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작은 비밀 모임을 만들어 그 모임에서 함께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연구했다. 그들은 다른 모임들에 전파하기 위해 이 이데올로기의 내용을 단순화했고, 그 다은 모임 구성원들은 간추려진 내용을 다시 간추려 전하고 선전했다. 지구상에 널리 알려지고 강력해진 마르크스주의가, 결국에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보기 어려울만큼 전체적 연관성이 빈약한 슬로건 모음 여섯 내지 일곱 개로 축소되어 버리는 때까지 말이다. 그리하여 마르크스의 유산이 이제 더는 어떤 논리적 관념들의 체계가 아니라, 다만 일련의 이미지와 암시적 상징의 연속을 이룰 뿐이므로, 당연히 우리는 이데올로기가 총체적이고 전 지구적으로 서서히 이마골로기로 변해 버린 거라고 말할 수 있다.-175 쪽

 

모든 이데올로기가 패했다. 그들의 도구마가 결국 환상임이 드러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이미골로기가 이데올로기를 능가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다. 이미골로기는 현실보다도 강했던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은 모라비아의 시골 마을에서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해 깨우친 나의 할머니에게 나타났던 방식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 오늘날 파리에서 같은 층에 사는 나의 이웃은 낮에는 사무실에서 다른 동료 직원을 마주보고 앉아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오면 세상돌아가는 일을 알기 위해 텔레비젼을 켠다..... 여론 조사를 해설하면서 프랑스인이 프랑스를 가장 안전한 나라로 생각한다는 정보를 알려주면, 그는 매우 기뻐하며 샴페인병을 딴다. 그러나 바로 그날, 자신이 사는 골목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 세 건과 살인 사건 두 건을 그는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여론 조사는 이마골로기 권력의 완벽한 도구이다-- 177 쪽

여론 조사는 일종의 상급 현실처럼 되어 버렸다. 달리 말하면 여론 조사가 곧 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데올로기란 전쟁과 혁명과 개혁을 촉발하면서 무대 뒤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바퀴와 같다. 이마골로기의 바퀴도 돌아가지만 그 회전은 역사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이미골로기는 시즌의 경쾌한 리듬에 따라, 스스로 자기 체계의 평화적 교체를 이루어 낸다...

이마골로기들은 이상과 반-이상 체계를 만들어 낸다. 이 체계들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하나의 체계는 곧 다른 체계로 대체되어 버리지만, 우리 행동이나 정치 견해, 아름다움에 대한 취미 등에 영향을 미친다. 살롱의 양탄자 색깔은 물론이요, 책 선택에 있어서까지, 이데올로기들의 옛 체계들만큼이나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