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2011년의 책읽기 15

자몽미소 2011. 4. 9. 12:54

 

 

에서 꺼낸 글

 

  오전 5시, 언제나처럼 기상 신호가 울렸다. 본부 막사 앞에 매달아놓은 레일 토막을 망치로 치는 소리다. 손가락 두 개 정도의 두께로 성에가 얼어붙은 유리창을 통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희마한 음향이 흘러 들어오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날씨가 추우니까 간수도 망치를 오래 휘두르기가 싫은가 보다.

  기상 신호는 울렸으나 창 밖은 한밤중이다. 슈호프가 밤중에 소변을 보러 일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깥은 여전히 암흑, 캄캄한 암흑이다. 유리창에는 세 개의 누르스름한 불빛이 어려 있다. 두 개는 수용소 외곽에, 나머지 하나는 철조망 울타리 안에 달아놓은 것이다.

  어쩐 일인지 막사 출입문을 열러 오는 기척도 없고, 당번 죄수들이 막대기로 똥통을 들어내는 소리도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기상 시간에 늑장을 부리는 일이라곤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기상 신호가 울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업 출동 까지는 한 시간 반이라는 자유 시간이 있다. 수용소 생활에 익숙해진 죄수라면 이 시간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부업'을 할 수도 있다. 주문을 받아 낡은 안감으로 벙어리 장갑에 씌울 주머니를 만들어주는 것도 벌이가 되고, 자주 고향에서 보내오는 소포를 '부유한 '동료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북이 쌓인 신발 더니 앞에서 맨발로 서성이지 않도록 밤새 말린 그의 방안화를 찾아 침상 앞에다 잽싸게 갖다바치는 일도 할 만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손이 모자라는 보급계 창고로 달려가서 청소를 하거나 무엇을 날라주거나 하는 일도 좋다. 아니면 식당에 가서 먹고 난 식기를 거두 모아 한아름 안고 설거지통 앞으로 갖다주는 일 역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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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기상 신호가 울리면 제일 먼저 일어나는 슈호프가 오늘은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엊저녁부터 오슬오슬 춥기도 하고, 어디가 쑤시는 것 같기도 해서 기분이 몹시 언짢았는데, 밤중에도 좀처럼 몸이 녹지 않았다. 잠을 자면서도 꼭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제발 날이 새지만 말아주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시작 5 쪽- 7쪽)

 

 

 

  슈호프는 더없이 만족한 기분으로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 동안 그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재수가 썩 좋은 하루였다. 영창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회주의 단지'로 추방되지도 않았다. 점심 때는 죽그릇 수를 속여 두 그릇이나 얻어 먹었다. 작업량 사정도 반장이 적당히 해결한 모양이다. 오후에는 신바람나게 벽돌을 쌓아 올렸다. 줄칼 토막도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기다려주고 많은 벌이를 했다. 담배도 사왔다. 병에 걸린 줄만 알았던 몸도 거뜬하게 풀렸다.

  이렇게 하루가, 우울하고 불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지나갔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이나, 3653 일이나 계속 되었다.

  사흘이 더해진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끼었기 때문이다.( 끝 244쪽- 245쪽)

 

 

▣책을 읽고 내 생각

강제 노동 수용소의 생활에서 행복을 말하다니!

죄라고 할만한 죄도 아닌데 잡혀간 그곳에서 행복이라니!

 

소설 속 시간과는 아주 멀리 와 있고 수용소의 강제가 전혀 없는 공간에 있는 나는 소설 속 상황을 그려볼 때마다, 나라면 이걸 어떻게 견딜까 끔찍하기만 한데,  주인공인 이반 슈호프는 그가 보낸 하루를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10년을, 3653일을 행복하게 보냈다 한다.

 

그러므로 소련이라고 하는 거대한 정치조직이 보잘것없는 죄수 한 명을 결코 이기지 못했다는 반어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하루는 어떤가.

전혀 불행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행복하지 않은 나를 본다.

나는 지고 있나 보다.

하루씩 모아진 내 삶에 조금씩 지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