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2006년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쓴 책에 대한 요네하라의 독후감을 모은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 책 『대단한 책』을 먼저 구입하고, 『교양노트』,『팬티 인문학』『마녀의 한 다스』를 구입한 후 나중 구입한 책을 먼저 읽었다.『대단한 책』은 두꺼워서 나중으로 미루다 최근 며칠 동안에 읽었는데 읽고 나니 책 제목처럼 과연 대단하다는 감탄 말고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책 제목은 작가가 아니라 책 만드는 이들의 이구동성으로 지어진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그의 사후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 책 속엔 책이 많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너무 잘 먹고, 걸음이 너무 빠르고, 왕성한 독서 욕심>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하던데, 너무 잘 먹는 것이나 걸음이 빠른 것은 늘 어머니로부터 지적을 받았으나 왕성한 독서욕은 이후 하루에 일곱 권쯤의 책은 거뜬히 읽어낼 수 있을 만큼 책을 읽어치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실력 덕분에 세상에 나온 책이 많았고, 그 책들을 만들 수 있도록 했던 작가의 독서이력도 다시 책으로 묶여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책 중에 보면 <단숨에 읽어 버렸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포복절도 하였다>는 말도 여러 번 보인다. 책을 읽는 모습이나 책에서 찾아내는 흥미가 남달랐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남의 독후감을 책으로 엮은 책이 재미있는 경우란 별로 없지만 이 책은 책 속의 책을 발견하는 유익함과 함께 문장 속에 담겨진 작가의 유쾌한 성격을 만나게 되어 좋다. 대개의 책이 내가 만나보지 못한 책이고, 번역이 안 된 책들이라 앞으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적었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종횡무진하는 글을 따라가다 보면 책 보다 그 주변 이야기에 빠지게 되고, 그것이 책읽는 재미를 늘려 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웃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도 웃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것은 요네하라 마리가 암 투병 중에 쓴 글이었다. 1년 4개월 전에 난소암 수술을 받은 후에 재발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나는 어떨까, 그 심정을 헤아릴 틈도 없이 암투병 중에 쓴 글은 좌충우돌 병원 순례기였다. 암 치료와 극복 사례와 방법에 대한 책을 구해 보고 유명하다는 암치료 센타를 찾아 다니며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것, 책에 대한 꼼꼼한 비판이 투병 전 건강할 때 모습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서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정말 환자였긴 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의 티처럼 걸리는 것은 번역 부분이었다.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포복절도 했다> 라든가 < 단숨에 읽어 버렸다>, < 상쾌한 나날이었다> 등과 같은 표현이 여러 번 반복되는 건 원문에도 그랬을 수 있겠다다. 독자인 나로서는 이 책을 한 권으로 보고 있어서 그게 걸리는 것이지만, 원래 여기 있는 글은 여러 주간지에 실었던 것을 묶은 것이기에 작가가 자주 쓰는 표현이리라 생각해본다. 하지만 뭐든 좀 웃기게 느껴진다면 언제나 포복절도 한다하니 저자의 언어 습관을 아쉬워해야 할까, 그 상황에서도 다른 표현은 없었을까, 혹은 번역하는 사람이 한국어로 읽는 독자를 위해서 <포복절도하다>는 말에 더 알맞은 다른 한국어를 찾아서 바꾸어 주어도 좋지 않았을까, 한 권으로 묶어 내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번역자가 감안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다 보니 번역자의 오류도 눈에 띄곤 했는데, <오촌형제 가 이미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와 같은 것이다. 오촌은 형제가 아니다. 우리 나라 말로 당숙 이라고 하기에 적당하지 않을지라도 형제라고 표현할 수야 없다. 일본어 원글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알지 못하지만 이상한 한국어를 발견하고 나니, 어쩐지 일본어로 더 멋진 글은 아니었나 번역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쳐든다.
그러나 이 책도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책> 이라는 제목에 맞게 저자가 차근차근 글을 키운 것이 아니라, 편집자들이 팔기 위해 엮은 책이기에 제목에 낚였다는 기분이 찜찜하게 남아 있다.
책 뒷장에 몇 개의 책을 추려낸 것이 이 두꺼운 책을 읽은 보람이라면 보람이겠다.
- 『나는 한 목소리를 듣네』, 올리버색스
-『카프카스의 금빛 구름』, 프리스타프킨
-『토스토예프스키론』, 미하일 바흐찐
그런데 이 책이 한국에도 나왔을까?
올리버 색스 책 한 권만 검색이 된다. 그러고 보니 올리버색스의 다른 두 권도 독후감을 쓰려고 하다 미루어 두었구나, 그 사이 책에 대한 감상은 저만치 멀어져 희미해져 버렸고. 아하... 짧고 희미하여 늘 미약한 내 독서여.
나는 한 목소리를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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