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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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있어서 소설, 또는 문학의 역량에 있어 실망하고 있던 나에게 지난 달에 읽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불멸』은 매우 새로웠다. 현대에 들어서는 특히 더, 한 밤 자고 나면 출판되고 있는 새 소설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작품>이 될만한 소설은 드물다고 생각하던 차에 지난 달 책부족의 책으로서 읽은 <불멸>은 "소설의 미학성"에 흠뻑 빠지도록 했고, 밀란 쿤데라가 가진 소설가로서의 능력에 여러 번 감탄했다.
하지만 책부족에서 <불멸>을 읽자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다시 밀란 쿤데라에게 눈을 돌리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것은 2008년에 그의 책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읽으면서 써 놓은 독후감을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그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읽을 수 있었으나 이 에세이는 읽을 수 없노라고 내 이해의 한계를 고백했었다.
http://blog.daum.net/namu-dal/15562478 -
이 책은 소설 <불멸>에서 잠깐씩 드러내던 밀란 쿤데라의 사유를 에세이집으로 묶은 것이지만, 결국 그가 생각하는 <소설론>이라 할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 라고 부제를 달아도 좋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읽은 소설 <불멸>이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이구나', 또는 '역사와 연속성에 대한 그의 가치관이 소설속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구현되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3년 전에는 잘 이해할 수 없고 읽을 수 없었던 책을 이번에는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아주 조금은 이해의 깊이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되어 흐믓했다. 이 책을 다시 3년 후에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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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여러 권 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민음사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1992년 22쇄의 것으로 요즘 책과는 달리 글자가 작게 편집되었다. 93-4 년 경에 읽었을 것인데, 다시 읽어 보면 그때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었는지를 기억할 수 있을까, 후르룩 훑어 보니 밑줄 그은 문단이 여럿 있어서 누렇게 바랜 책을 바라보면서 새 책을 만나듯 설렌다. <농담>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으로 나온 것을 구입했고, 역시 다른 두 권 < 느림, 향수>도 민음사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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