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밀란 쿤데라/ 향수- 2011년의 책읽기 24

자몽미소 2011. 6. 1. 17:52

 

  • 책을 읽고 내 생각

 몇 년 전 일본에서 만난 한 학자가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가 고향인 제주에 다녀갈 때의 일이었는데 몇 십 년만의 귀향에 그는 몹시 마음이 떨렸고, 만나볼 일가친척을 생각하며 설렜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에게 달려들어 가슴을 치며 울고 불고 하는 바람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방문 첫날부터 난감했었다 했다.

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재일조선인의 국적으로 살았으며 고향 방문을 하게 되서야 민단으로 국적 변경을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늦은 국적 변경이 고향의 일가들에게 무척 곤란한 일을 겪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와 그의 형제들 때문에, 특히 조총련 간부를 하였고 아들을 북송선에 태운 형 때문에 고향의 친척들이 정부로부터 남모르는 감시를 받고 있었고,  자식들의 취직은 알게 모르게 방해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그는 고향 방문을 꺼리게 되었다.

또한 그가 이미 일본에서 조선사를 연구하는 학자로 있었으면서도 그의 학문적 성과는 친척들에게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  그는 일가에게 잘 사는 나라 일본에 살면서도 못 사는 고향 친척들에게 경제적인 도움 한 번 주지 않은 뻔뻔한 사람이었고, 빈 손으로 고향을 방문한 몰염치한 사람이었다. 그는 고향을 떠나 몇 십 년만에 비로소 자기 고향이란 자기 가슴 속에만 있었고, 고향 사람들에게서 자신은 이미 사라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밀란 쿤데라의 이번 소설 <향수>는 소련 침공 때 체코를 떠났다가 1989년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고국을 찾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는 향수를 다룬 최초의 서사시<오디세이아>를 배경으로 깔고,  고국으로 돌아간 율리시스, 그녀를 기다린 페넬로프와 프랑스에 살다가 체코로 간 이레나, 그 즈음 고향집을 찾은 조제프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화음을 이룬다.

 

 

이 소설의 핵심은 오해.

소설 말미에 조세프와 이레나는 귀향 한 자의 고독을 소통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그 소통은 가짜 였다. 고국에서 억울하게 오해 받던 이들은 망명지에서는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또 귀향해서도 자신이 머물 곳이 어딘가를 몰라 방황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살아야 하는 인간들에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처 사랑받고 있다는 오해의 시간은 그 이면의 진실을 보는 시간 만큼 아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는 진실과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동안만  슬픔을 잊을 수 있는 존재들일 것이다.

 

 

  • 옮겨적기

34장

 

인간의 수명은 평균 여든 살이다. 각자는 이러한 기간을 셈에 넣으면서 자신이 삶을 상상하고 조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햇수가 단순한 양적 여건이나 외적인 특성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정의 그 자체를 이룬다는 사실은 좀체로 고려하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서 두 배 이상 길게 즉 백 육십년 간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리와 같은 종류의 인간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삶의 어떤 것도, 사랑도, 야망도, 감정도, 향수도, 그 어떤 것도 우리의 그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망명자가 이십년 간을 외국에서 살다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아직도 백 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그는 위대한 귀향의 감동을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며, 이는 그에게는 귀향이 아니라 실존의 긴 여정 위의 수많은 우화들 가운데 하나일 따름일 것이다.

왜냐하면 조국이라는 개념 자체는, 그 단어의 고귀하고 감상적인 의미에서 볼 때, 우리네 삶의 상재적인 짦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생 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나 다른 언어에 애착을 갖기 어렵다.

 

 

사랑이라는 개념 (위대한 사랑,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랑)도 아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좁은 한계에서 생겨난 것 같다.

 

35장

기억 또한 수학적인 접근 없이는 이해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자료는, 체험된 삶의 시간과 기억 속에 저장된 삶의 시간 사이의 수적 관계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를 계산하려고 결코 노력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할 기술적인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기억은 체험된 삶의 백만분의 일, 십억분의 일, 즉 아주 사소한 부분만을 간직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인간의 본질의 한 부분이다.

 

37 장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는 것, 모든 나라들은 이러한 희생의 유혹을 알고 있다. 체코인들의 적이었던 독일인과 러시아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민족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영광, 그들의 중요성, 그들의 보편적 사명에 열광한다.

체코인들이 조국을 사랑했던 것은 조국이 영광스러워서가 아니라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작고 끊임없이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조국에 대한 커다란 연민이다.

 

44장

 

-오랜 기간 떠나 있다가 자기 나라로 돌아오고서야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건 당연한 거라는 명백한 사실에 놀라지.

-그들은 나를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어. 그들은 내게서 망명한 여자의 고통을 보았지. 그러고 나서 내가 귀향에 즐거워함으로써 이러한 고통을 증명해야 할 때가 왔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그들은 속았다고 느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왜나햐면 그 동안 나는 그들이 내 고통 떄문이 아니라 내 자신 때문에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해 왔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