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한국민중구술사열전/스기야마토미편- 2011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1. 8. 29. 17:04

 

 

-갈피에 써둔 내 생각

 

책을 읽고 내 생각

요새 하고 있는 일이 구술을 정리하고 대화집을 만드는 것이라 참고할까 해서 구입했다.

민중생활사 연구단에서 프로젝트로서 만들어내고 있는 책인데, 주로 일제 시대에 태어나 자라고 한국 근현대사를 몸으로 겪은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 한국민중열전은 지금까지 마흔 일곱 명의 사람을 인터뷰 하고 그들의 인생을 기록했는데 그 중 스기야마 토미와 그 외 두사람이 일본 사람이다. 일본인이지만 스기야마토미는 한국에서 나서 자랐고 일본이 패전하여 본국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던 1945년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그래서 일본인으로서 그가 살던 조선땅의 생활 모습이나 그때 같이 생활했던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또다른 시선으로 접할 수 있었다.

 

 

스기야마토미는 조선에 살면서도 일본인으로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식민지 상황은 가해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고 조선과 일본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그냥 일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일본은 오히려 낯선 땅, 부모의 고향일 뿐이었고 여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 보았을 뿐 그가 태어나고 스물 네 살까지 살았던 땅은 조선이었기 때문에 조선은 그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에서 제국의 소녀가 처녀가 되고 직업으로서 교사가 되었을 때 그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미와 깨달음은 패전 후 본국으로 돌아간 다음에야 불현듯 찾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시는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전후의 교사 부족 사태 속에서 자기 고집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없었다. 결국 교사로서 살았고 지난 시절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고, 90이 다 된 이의 파란많은 인생역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가 되기도 하고, 인생론이 되기도 하였다. 인터뷰를 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실제의 대화를 그대로 실을 수는 없는 것이지만 글로 읽을 사람들을 위한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목소리는 오히려 더 감동적인 글로 변신을 하였다.

 

이 책은 내 현재의 작업을 위해서도 유익했고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감정에도 따뜻함을 안겨 주었다. 물론 1920년 생인 이 사람이 거쳐온 한국사와 일본의 정치 사회적인 일면을, 개인과 역사라는 입장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가치있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