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코쿠리코 언덕에서-10월 2일

자몽미소 2011. 10. 4. 15:37

 

 

오랜만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영상과 만났다.

고요한 숲길에서 마신 샘물처럼 싱그러운 청춘 이야기.

바다를 접해 있는 동네라서 경사가 가파르던 언덕을 재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자전거를 모는 소년, 그 소년을 짐짓 모른체 하면서도 사랑의 감정이 싹터 버린 소녀. 그들이 바라보는 바다와 그 바다 속에 숨겨진 이야기로  영화를 그렸다.

우미는 엄마 없이 할머니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고,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있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혹시나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매일 깃발을 달고 있고, 그래서 그 소녀의 아침은 서둘러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고 높다란 깃대에 깃발을 달고, 하숙집 사람들을 위해 가스에 불을 켜서 밥을 하는 것.

 

눈에 띄는 부엌 살림은 그 이야기가 내가 태어난 해이기도 한 1964년의 것이어서 정겨웠고, 그 시대의 소녀들이란 어쩜 저렇게 바지런하고 단정한가 감탄하게 했으며, 패전의 소용돌이 후 가까스로 안정을 찾긴 했지만 어쩐지 개인들의 역사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여전함을 보여주어 숙연해졌다. 

 

매일 아침 분주하던 부엌의 풍경과  학교와 시장을 가기 위해 오르내리던 골목길의 모습은 특히 더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것은 우선 일본에 있을 때 만났던 <쇼와 시대>의 추억들, 가난하지만 따뜻한 시대의 물건들을 모아 놓아 향수를 자극하던  쇼와 시대 박물관을 기억하게 했지만 그 물건들은 곧 내 어릴 적 어느 시간과도 겹쳤고 내 어린 날의 정서를 불러 세웠다. 영화에서 그것들은 깔끔했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 받는 애정 또한 순결해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