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박사가 사랑한 수식- 2011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1. 10. 24. 18:30

 

 

오가와 요꼬-小川洋子 : ***이 이름은 <소천양자>로 기억하지 말 것.

 

이번에 일본서점에서 이 이름을 많이 봤다. 이 사람의 책으로 무슨 특집도 했는데 내가 특히 좋아했던 이 소설을 쓴 사람이라는 것은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집에는 문고판으로 된 일본어 소설이 있었다. 이 또한 어떤 날, 일본에 갔을 때 읽어 보려고 샀을 것이다. 그러나 문고판은 이제 돋보기를 써야 책을 읽을 수 있는 내게 좋은 책이 아니다. 원서로 읽어 보려다가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런데 읽어 보니 영화로 보고 나서 책으로도 읽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

 

번역이 특히 좋다. 처음엔 원서와 나란히 두고 비교하면서 읽다가  소설 속 인물인 루트와 엄마와 박사의 마음에 젖어 들어 한국어 번역으로만 읽었다. 일본어로 읽었으면 음미하지 못할 것들을 내 가슴 속으로 들이밀어 준 것은 번역자의 한국어 능력 덕분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이번 달에 " 책 부족" 에서 읽은 토마스 만의 소설을 집어 들었더니 문장이 나와 멀었다.

언어가 다르면 생각하는 방법도 다르게 때문에 문장이 달라지는가.

문장을 만드는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번역의 기술은 더욱 까다롭고, 그래서 언어가 다른 곳에 있던 독자들은 원작자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기 힘드는 것인가, 생각하다가 책을 덮었다.

 

 

이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독자평에 당분간 다른 소설을 읽고 싶지 않다고 적혀 있었는데, 소설의 울림은 저녁의 어둠이 짙어지며 더욱 농밀해진다.  이 소설에서 보여지던 주인공들의 정직한 마음이란  "보이지 않으나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생각이 든다. 박사에게는 그것이 수의 세계였고, 주인공 여자에게는 파출부로서 제공했던 노동이었으며, 루트는 어린 가슴으로 박사의 애정을 안아 주었다.

저녁 무렵의 피곤처럼 어떤 하루 동안 무엇을 했다거나 마음을 썼던 수고로움은 존재 자체로 위엄을 갖춘 가치라는 것을 소설 읽는 내내 느꼈다. 주인공 여자처럼 또각또각 그릇을 정리하고 싶고,  박사처럼 고요함 속에서 머리 속의 생각을 조우하고 싶고, 루트 처럼 애정에 대한 배려를 착하게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이  장의 행간을 적시고 있었다. 

80 분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천재,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미혼모 가정부, 아빠도 할머니도 없이 오직 엄마하고만 살고 있는 외로운 소년이라는 세 사람의 배경은 매우 황량한 것이나 그 안은 참으로 미묘한 수의 인연과 연결이 있었다.  소설 창작자의 의도로 만들어진 숫자들이겠지만 소설 안에서  제공된 숫자들은 우리 인간 삶의 어쩔 수 없음이나 허무를 그것 자체로 의미있도록 해 주는 장치처럼 보였다.  스스로는 똑 떨어지지는 않지만 기묘한 법칙의 세계를 가진 소수처럼 가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 가슴이 없다면 인간의 내면이 가진 무한한 세상을 어떻게 만날 수 있으랴! 

 

소설을 읽는 오후 동안 가을비가 조금 내렸고 그 바람에 차가워진 공기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창문 바깥에선 누군가 비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가지런함이 우리 집 마당에 닿아 있었다. 

 (책을 읽고 내 생각, 후니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