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달의 궁전/폴 오스터- 2011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1. 11. 6. 19:56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책의 제목은 좀체로 떠오르지 않았다.

제목 중 <달>이란 단어만 생각나서 검색하다가 우리 나라 소설인 <달의 제단>을 사서 읽기도 했다. 한참 후에는 이 책의 제목이 <달의 몰락>일 것으로 생각되어 검색했으나 그런 책은 없었다.

 

 

며칠 동안 이 책에 빠져 있었다.

읽어보니 내 기억 속에 남은 소설의 에피소드는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었고 대개는 전에 읽어본 기억이 전혀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서 좋은 책이라고 여겼고, 누군가 내 책장에서 이 책을 빼내가서 되돌려주지 않았을 때 애석했던가, 이 책을 구입했고 읽었던 2003년의 기억은 이렇게 희미해졌다.

 

 

끝간 데 까지 가 보자는 건, 인생을 살면서 한 번 쯤 해 보고 싶은 것이긴 하나 대개는 짧은 치기로만 끝나고 마는 것은 내 속성 안에 예술가적인 감성 보다는 현실적인 삶에 대한 안정욕구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겪던 끝없는 추락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기묘한 인연은 내가 읽는 게 소설이라는 것을 잊어 버릴 정도도 소설(픽션이라는 의미에서) 같이 느껴졌고, 어떻게 이런 허무맹랑하고 어처구니없는 인생이  있나 싶어 안타까웠다.  

 

안타까움은,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마음 속에서 자라나던 불편함이었다.

나는 그걸 해소하고 싶어서 계속 이 작가가 들려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갈 수밖에 없던 독자였던 나는 결국엔 주인공 청년이 처한 진퇴양난을  같이 겪고 있었다.

작가는 화자로 하여금 핵심적인 발설을 미루게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소설을 끝까지 읽도록 하였으며, 소설이 끝나면서는 이 소설이 100년에 걸쳐 펼쳐진 세 남자의 인생 이야기임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오히려 왜 그렇게까지 되어 버렸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더 커져 버렸다.

 

주인공이 자유를 숨쉰다고 고백하던 마지막 장면에서도 여전히 나는, 우연이라는 삶의 비밀 병기를 손에 든 작가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처럼 배경 음악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뭔가 내 가슴에서는 저음의 쓸쓸한 울림이 끊이지 않았다. 주인공이 가끔은 편안하다거나 어떤 횡재를 했다고 해도 그랬다. 

 

달은 차고 지고 기울듯 우리 삶도 그러하다는 진실을, 새삼스레 새벽녘의 초승달을 보며 생각할 때처럼, 저릿하고 차가운 쓸쓸함이 책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남는다. (2011년 11월 6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