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페이스메이커

자몽미소 2012. 1. 19. 15:18

 

 

 

영화는, 1등으로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1등을 만들어 주기 위해 도움 달리기를 하는 사람, 페이스 메이커에 관한  이야기였다.  페이스메이커란 러너 옆에서 달리면서 속도 조절을 해 주는 리더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페이스 메이커란 달림이를 위한 봉사자 로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페이스 메이커는 어느 정도 까지 도움을 주고 나서 결승점쯤 가서는 그림자처럼 사라져주어야 하는 존재로 그려져서 어쩐지 매우 서글픈 사람으로 보였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 걸까를 고민했는데, 대개 보통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잘 하지 못하고, 잘 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지 고민할 여유는 없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하고 싶은 것을 잘 하게 되었더라도, 자기 일에 사회로부터의 충분한 보상과 돈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정과 행복을 느끼기란 어렵다.

 

달리기에 관한 영화라기에 달리는 사람의 행복이나 철학이 나올까 했으나 사실은 돈 문제에 발목을 잡힌 인간들의 비참함이 더 크게 보였다.

주인공은 달리기를 잘 하긴 하였으나 그것으로 성공은 하지 못해서, 현재의 직업은 치킨집 배달원, 거기다가  빌린 돈 때문에 빚독촉을 받으면서도 헤쳐 나갈 방법이 그닥 보이지 않는 갑갑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가 일하는 집의 주인도 운동을 했던 사람이지만 먹고 사는 일은 잘 안 풀리긴 마찬가지.

 

1등주의가  극심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성 배제의 현장도 눈에 띄였다.

특히, 달리기의 이 세계도 1등이 되지 않으면 결국 낙오자가 되고 마는 건 마찬가지라서 선수촌에 들어와 국가 대표가 된 선수끼리도 서로 경쟁상대가 되어 버렸다. 1등이 아니라 2등이 되어 버리는 순간, 이제까지 쥐고 있던 영광과 권력도 순식간에 허물어져 버린다는 것을 아는 1등의 자리는 불안하고, 1등의 벽을 넘으려면 자기 몸의 한계를 극복함은 물론 선수들을 관리하는 조직에 순종해야 하는 1등 못 된 것들의 비애는 측은했다. 그래서 달리기가 인생이고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달리기가 가진 애초의 아름다움을 어둡게 하였다. 

 

주인공 역을 맡은 김명민은 이 영화를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

달리는 폼도 좋았고, 달리기 영화를 위해 매일 달리기를 한 덕분인지 몸이 이전보다  말라 달리기 선수처럼 되어 있었다.

정직하고 어눌한 사람의 역할을 위해 보조 치아 장치가지 하였기 때문에 이전의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근엄하고 고급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결말은  착했다. 의도적인 연출이었겠지 싶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달리고 싶다는 주인공의 소망을 이루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나 그가 30 킬로 지점에서 무너졌다가 다시 달리기로 마음 먹은 것은 동생의 빨간 우산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전에 라면 상자를 부상으로 받기 위해 운동회에서 달렸을 때 동생은 빨간 우산을 들어 1등이 아니라 2등이 되도록 도와 주었다. 2등이어야 라면을 상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생이 나타나 30 킬로 페이스 메이커로 끝나지 말고 형이 달리고 싶은대로 달리라고 우산을 펼져 보이는 것이다. 그 시점에서 동생은 그동안 형을 부려야 할 짐으로 여겼던 자기 마음과 화해를 한다.

 

그래서 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돌아오면서 생각난다.

형이 올림픽에 나가 30 킬로 까지 정확한 시간대로 페이스 메이커를 해 주기로 하고 미리 받은 5,000만원을, 동생의 처를 불러내 건네지 않았으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돌아와 다시 남은 돈을 주겠다는 말도 남기지 않았다면, 형을 버거워 하던 동생은 마음이 풀렸을까?

동생은  자신을 위해 형이 희생했다는 것이 싫었으며, 형이 자기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잘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어 공부만 했지만, 지금 자기는 행복하지 않다고 항변했었다. 자기도 행복하지 않으니 형과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던 동생이었다. 그 동생이 올림픽에 나간 형을 만나러 간 것이다. 착한 마음이 되어서.

 

돈이면 다 된다, 라고 사람들이 말할 때 참 듣기 싫다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이 달리기 영화를 보면서  냉정하고 때로는 힘이 센 돈에 포진되어 있는 우리들의 슬픔도 같이 달리는 것 같았다. 영화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 결국 행복한 주인공이 되는 결말을 만들어 주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 씁쓸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