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단한번의 연애/ 성석제의 소설-2013년 책읽기

자몽미소 2013. 1. 10. 03:46

책을 읽고 내 생각

 

꽁트나 단편, 산문에서 돋보이던 성석제, 그러나 이번 장편소설은 읽어내기 힘들다.

주인공 이름, 민현은 매우 도회적으로 느껴져 그녀가 태어난  동해바닷가 마을과 가난한 부모와 50년대 어느때 쯤의 시간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과 주인공의 이름이 서로를 밀어내는 느낌이었는데 여덟살에 민현이라는 소녀에게 반해 평생 사랑에 빠진 소년의 이야기로서도 잘 읽히지 않았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한국 땅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며 그러다 보니 소설은 작가인 자신이 아니라 글이 제 힘으로 저절로 쓰여졌다고 했지만, 독자가 읽기엔 한국기행하며 맛집을 찾아다니며 메모해 놓은 글을 접하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의 리얼리티란 작가의 기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그럴듯함이 이야기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인데, 이 소설은 작가가 자기 신명에 의해 글 가는대로 내버려두다보니 자연스럽기 보다는 작위적인 데가 많다. 거기다 여기저기 끌어낸 일반상식 수준의 서술은 소설의 긴장을 흐트려버려 작가의 사유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서평을 보고 구입했고 성석제니까 구입했는데, 내가 읽은 서평이 어디에 실렸던 것인지 알아내고 물어내라 하고 싶어진다. 날이 가고 해가 가서 이 소설을 다르게 읽을 때가 온다면 좋은 일이겠다. 너무 안 읽혀 속독법으로 읽어버린 때문에 작가가 애써 숨겨 놓은 소설적 묘미를 놓친 면도 없지 않겠으나 이제 성석제는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