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위화 산문집-2013년 책읽기

자몽미소 2013. 1. 10. 20:25

▣ 책을 읽고 내 생각

 

   나로서는 중국은 어떠어떠한 나라라고 단정할 말을 찾을 수 없다. 단정은 가당치도 않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중국에 관해 가지게 된 이미지만 해도 너무 많아서 그것이 오해인지 이해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대개는 편견에 가깝고 독서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좀 알았다 해도 관광을 가서 마주하는 중국은 또다른 세계다. 중국에 관한 애정이 크지 않은 내가 중국을 단정할 말을 찾는다는 게 예의에 어긋날 뿐 몇 권의 책과 영화로 중국을 맛보았다고 해도 중국을 아예 모른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사람들은 자기들의 나라 중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근대로 들어오기 전까지  세계의 중심을 자기 나라에 두었던 그들이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위화의 산문집을 발견했다. 위화는 중국을 말하기 위해 열 가지의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것은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였다.

위화는 책의 머리말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말하였다.

 

"지난 30 여 년 동안 중국 사회가 경험한 대단히 빠른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인과관계가 전도된 발전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벌떼처럼 모여드는 결과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원인을 찾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그래서 지난 30여 년 동안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 각종 사회갈등과 사회 문제가  초고속 경제발전이 가져다준 낙관적인 정서에 가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작업은 지금까지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휘활찬란해 보이는 오늘의 결과에서 출발하여 어쩌면 오늘의 불안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

 

당대 중국의 모든 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려며 끝이 없을 것이고 분량이 <아라비안나이트>보다도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열개의 단어를 선택한 이유이다. 열 개의 단어가 내게 열 쌍의 눈을 주어 열 개의 방향에서 당대 중국을 응시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나는 간단명료한 작업을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일상생활은 평범하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삼라만상을 담고 있다. 일상생활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풍부하고 넉넉하다. 정치와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기억, 감정, 욕망,사삿일 등이 모두 우리의 일상행활 속에서 자신의 소리를 낸다. 일상생활은 광활한 숲과 같다. .....

 

나는 이 책에서 끊이지 않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당대 중국의 삶의 모습을 열 개의 단어 속에 축약하고자 한다. 시공을 가로지르는 나의 글이 이성적인 분석과 감성적인 경험, 그리고 진실한 이야기를 하나로 녹여낸 것이기를 기대한다. 이 힘든 작업이 당대 중국의 엄청난 변화와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선명하고 사실적인 서사의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위화가 중국을 말하기 위해 사용한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는 위화 개인의 이야기에서부터 그가 살았던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 혁명 시기를 겪었던 이웃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문화 혁명이 끝나고 나서 천안문 사건을 정점으로 해서 급속히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하던 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는지도 보게 된다.

  우리들에게는 공산주의 나라의 고유 단어인 것 같아 사용을 꺼리고 있는 말 <인민>이 중국에서는 어떻게 그 의미와 사용이 변했는지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이 변화해가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작물이 정착한 땅에서 땅의 기운과 더불어 고유의 본성을 조금씩 변모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화가 거론한 10 개의 단어들도 중국이기 때문에 말의 의미가ㅜ 독특하게 달라진 것들을 보게 되는데 이 책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 사용된 말이었기에 우리와는 다른  흥망성쇠 역사를 갖게 되는데 마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자랐는지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처럼, 단어의 운명으로도 읽혀 흥미롭다. 위화는 30여 년 동안의 중국을 말하기 위해 특유의 입담으로 이 단어들을 풀어내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