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웰컴,삼바/ 2015년의 책읽기(10)

자몽미소 2015. 4. 10. 13:52

 

홍세화는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프랑스를 관용의 나라로 묘사했다. 1990년대 초반에  그 책을 읽으며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였던 프랑스어를 좀 더 잘 공부해 두지 않은 걸 아쉬워했다. 불어를 다 잊어 버렸지만 여행1 번지로 프랑스에 가고 싶었다. 그 나라의 깊은 문화를 잠깐의 여행에서 알게 될 것은 아니더라도, 그 책 덕분에 프랑스는 꼭 들러야 할 곳이었다. 불어 과목이 아니라 세계사 공부를 할 때도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처럼 생각하고 있었기에 홍세화가 그 책 이후 내는 책들을 읽으면서는 프랑스는 더 멋진 나라로 내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관용의 나라 프랑스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에서는 프랑스가 그 나라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고, 그들을 억압하고 추방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프랑스에 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자격을 발부받지 못해 파리의 지하 공간 곳곳에서 숨어지내는 사람들, 전쟁이나 학살로 자기 고향에서 떠나와 이제는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프랑스라는 국가는 더욱더 가혹한 권력집단이다. 프랑스의 불법체류자들은 발각되지 않도록 그림자처럼 살면서 사실은 프랑스를 위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그들은 처우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는 값싼 노동력이며,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프랑스에서 떠나야 하기에 스스로 그림자가 된 인간들이다.

 

내전과 가난 때문에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의 나라들로 숨어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 전쟁 이후 70년대의 경제 성장기까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하던 사람들과 겹친다.  고깃배의 창고에서 숨을 참아가면서, 배 밑창의 짐칸 구석에서 오직, 살기위해 죽을 힘을 다했던 사람들은 또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사람들과도 겹쳐 읽힌다.

이 소설은, 정치적인 부패와 경제적 모순 때문에 빚어진 인간의 삶에 관한 소설이지만, 세계를 무섭게 휩쓸고 있는 자본의 논리 속에서 인간 존엄성을 상실해 가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러나 소설은 나약한 그 인간 내면에 인간으로서의 존재증명이 더없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어떤 억압과 착취가 있더라도 자기자신이 알아보는 자기내면에는 고유한 인간의 자유가 있음을,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로 나왔다고 했지만,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이제 찾아봐야겠다.

 

 


웰컴, 삼바

저자
델핀 쿨랭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5-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이 정한 한계의 끝을 향해 멈추지 말고 걸어라. 축제와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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