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사람과 돼지- 산업사회에서의 사람과 동물의 민족지・ 히가리마 지음
산업사회가 되면서 모든 물산에 경제적 효율화를 가치로 두는 관점이 커졌다. 이는 인간의 삶을 변모시켰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던 가축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은 오키나와에서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축이었던 돼지와의 관계를 보면서, 산업사회의 모습과 그 속에 들어있는 모순을 그려내고 있다.
물리적으로 가까웠던 사람과 돼지, 곧 그것은 산업화 이전에는 한 울타리 안에서 기거하던 사람과 돼지가 산업화 이후에는 점점 더 공간에 거리를 두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이전에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었던 돼지가 공해의 원인으로 주목되게 되면서, 돼지에 대한 혐오는 더해진다. 특히 냄새나는 가축이며 병원균의 위험을 내포한 이미지가 발명된다. 저자는 이것을 <냄새의 발견>이라는 말로 썼다. 그래서 돼지는 돼지가 동물로서 살아가야 하는 조건에서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피해가 없도록 만들어진 장치 속에 살게 된다. 돼지는 이제 사육장에서 길러지는 산물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오키나와의 건강식품, 장수식품으로도 각광을 받게 된다. 이럴 때 돼지는 동물이 아니라 식품으로서의 고기로 변한다. 돼지가 <탈동물화>를 거치면서, 사람과 가까운 먹을거리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2003년부터 오키나와의 돼지 사육장과 도살장, 시장 등에서 참여관찰을 하고, 인터뷰를 하며 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그려냈다. 필드워크에 기초한 민족지가 이 책이 되었다.
나는 이 책 중에서 돼지가 먹었던 사료로서 전분 찌꺼기에 대한 것들이 있을까 궁금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없다. 이미 이 조사가 실시되던 때는 돼지 사육이 산업화 단계에 들어가 있던 때라서 사료는 거의 옥수수, 수입옥수수로 대체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돼지사료로 쓰였던 전분찌꺼기를 이르는 제주말이, 제주에 남아있던 15세기 한국어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고구마를 전분으로 만들다가 남는 것을 제주말로 전분주시라고 했었는데, 그 말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리 되었는지 알지 못하다가 제주어사전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었다.
훈민정음 발명 이후 반치음 시옷은 가장 먼저 없어진 음소이지만, 제주도에는 아래아 음소와 함께 남아 있던 것이다.
전분주시는 전분찌꺼기라는 말이다.
제주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주시를 주셍이라고도 했는데, -셍이 라는 접미사가 어떻게 붙게 되었는지는 좀더 조사해 보고 싶다.
전분주시라고 할 때 '주시'는
"주+ 반치음 시옷+ 의"의 형태에서 '주싀'가 되었다가 "주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분공장도 없어졌고, 제주어도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라, 이 옛말 '주시'도 원형도 그 변화 과정도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전 없이 모두 읽었다.
중간중간에 모르는 한자가 여럿 있었지만, 독서속도를 위해서 넘어갔다. 그러나 저자의 글쓰기가 좋았던 덕분에 의미파악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본책을 읽다보면, 일본어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밑줄 그어 두었던 한자만이라도 찾아보기를 해서 読み方만은 메모를 해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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