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조금 정리해야 한다고 시작한 게 점점 일이 커진다.
가구점에서 새 책장을 주문했으나 배달이 늦고, 하나씩 되는대로 가져오니 정리는 안 되고 집안은 널브러진 물건들로 가득이다..
4단 짜리 책장 가장 아래 쪽에 둔 책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읽으려고 샀다가 때를 놓쳐 꽂아두곤 한다.
읽어야 할 새 책에 밀려 눈에 안 보이다가 잊혀지는 일도 부지기수,
<버스트>,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이전 책 <링크>를 읽고 <버스트>도 샀을 것인데, 출판일을 보니 2010년 이다.
아마도 신간서적 안내에서 보았을 것이고, 그러면 사 놓고 몇 년을 묵힌 것인가.
책은, 보일 때 사 두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남편과 내가 의견합치 100% 사항인 바,
다시 읽고 싶어 책이 생각날 때 해당되는 그 책이 서점에 없으면 곤란하고, 읽어야 할 책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낭패도 없으려면
책이 보일 때 바로 구입하라는 남편의 말을 잘 듣다보니 이 즈음에 이르러 책 끌어안고 사느라 낑낑대고 있건만,
책이 짐이 되었다가도 오늘처럼
몇 년 만에 보는 책 속의 메모는, 옛 친구 만나듯 반갑다.
어제 < 버스트>를 책장에서 꺼내어 읽다가 <링크>가 생각나서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오래된 책이라 친정공부방에 갖다 두었거니 했다.
한데, 책 정리하는 새벽 시간엔 <링크>가 빼곰히 고개를 내민다.
책 속의 메모는 2003년 1월 것이다.
지후니가 이전 이름 명훈이던 때.
방학 동안, 제주대학교 외국어교육관에 데리고 다니며 원어민 영어 수업을 받게 했었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는 일본어 수업을 들었는데,
그 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남편의 연구실이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는 알지 못하는 사람.
그저 열심히 아들 공부를 뒷바라지 하고, 아들을 키우기 위해 밥벌이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
그나마 지후니가 영어를 잘 해서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던 때.
먼지 뒤집어 쓰면서 오래, 내 곁에 있었으나 정작 내 눈에는 오래 뜨이지 않은 이 책 안에는
13년 전 어느 겨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눈길을 헤집고 다니던 겨울방학에 내 아들은 아직 어리고 어리었는데....
'字夢のノート(공책) > 자몽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과 일본에 살다 (0) | 2016.04.16 |
---|---|
책선물 받음 (0) | 2016.04.02 |
노인파산 (0) | 2016.02.21 |
눈이 부신 책 (0) | 2016.02.05 |
[스크랩] 남양군도 (後) -조성윤- (0) | 2016.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