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눈이 부신 책

자몽미소 2016. 2. 5. 10:28

 

 

 

 

 

 

 

일본우체국 소포 요금을 어찌 다 감당을 할거나.

책만 보면 사들이는 남편씨.

지금 쓰는 원고와 상관없어도 사 들이는 책들은 모두, 다음 논문과 책을 위해 사는 거라고 하니까

책 사는 거에 잔소리 안 하기로 한 규칙은 그대로 따르기로 했어도

책값은 볼 수 있지.

책 뒷면에 쓰여진 숫자, 어마장장. 세금합치면 한 권 값이 6만원 이상.

 

책값은 절대 보지 않는 남편씨, 들고 가려면 트렁크 끄는 내 팔이 아플 것이며,

소포로 부치면 내 지갑이 가벼워질 것 따위는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 남편씨.

 

그래 뭐, 밤술이며 밤놀이며 유흥에 돈을 쓰나

주식에 투기에, 보증에 노름에 망하길 하나.

자기 버는 돈으로 책 사는 데 쓰고 싶고 연구에 쓰고 싶다는데

우체국 소포 값 같은 거는 연구비로 쳐야지, 해 놓고나서...

 

후후룩 책 속을 들여다보니, 오호라, 사서 읽어야 할 책이었구나 .

62년 생, 벌써 내 놓은 책만도 몇 권인가.

내가 대학 겨우 졸업해 아둥바둥 직장 잡고 대학원 들어가 학문이 아니라 오직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간 버리고 있을 때

이 책은 세상에 나왔고

벌써 10 년 전인 2006년에 10쇄 까지 나가고 있으니,

2016년의 이 사람의 학문은 어디 쯤에 나아가고 있을까.

자기 길을 착실히 다져가며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는 사람을 보는 듯하다.

천재이겠지. 타고난 천재이겠지 멀찍이 떼어두었다가

같은 세대를 사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내 처지를 비교하는 버릇 발동하니

상대적 왜소함, 상대적 빈곤감이 철철 넘치고

나는 멍청합니다 잠깐 인정하고, 내 능력은 요것 뿐입니다 하며 쓸쓸함 충분히 느낀 다음에

마음 뒹굴려 긍정모드로.

700여 페이지의 이 책을,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라고 남편씨에게 보고 하였더니

소중한 선물이라도 주는 듯한 지도교수님의 표정.

 

노안경 쓰고 책들 펼쳐 읽어보자 하는데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츨판사 편집 책임자가 자기 눈에 맞게 글자크기를 줄인 탓이 아니라

저자의 업적이 크고 빛나서 내 눈이 부신 때문이렷다.

눈이 침침하더니 배가 아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