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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남양군도 (前) -조성윤-

자몽미소 2016. 2. 4. 12:59



조성윤 교수 <앞으로 저자라 함>의 '남양군도', 진작에 다 읽었는데 독후감은 이제야 긁적인다.

220 여 페이지의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딴에는 무언가 생각정리가 좀 혼란스러웠던가 모르겠다.

이를테면, 남양군도라는 액추어리티의 회색빛에 엉뚱하게도 남태평양이라는 오색무지개의 판타지가 오버랩되는 어지러움이랄까...ㅎㅎ 되도 않는 변명이지만. 

뮤지컬 '남태평양'이 그 옛날 소년의 덜익은 감성에다가 허황한 로맨틱 판타지를 심어 놓았던 것이다. <전쟁도 있고 죽음도 있는 드라마였지만 소년에게는 오로지 황홀한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만 눈과 귀에 접수되었다.> 

그로부터 존재하지 않는 남국의 섬 '발리하이'는 로맨티시즘의 이데아, 내 도피주의가 숨어드는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산호초로 둘러쌓인 그림같은 섬, 코발트 빛 바다와 짓푸른 하늘, 벌거벗은채로 사철 온화한 날씨, 손쉽게 얻을수 있는 맛있는 열대과일, 물 속에서 작살만 찌르면 잡히는 가지가지 해산물들. 

먹거리 입거리등 무릇 살(生)거리로부터 자유로운 곳. 마냥 게으름으로, 그지없는 무위(無爲)만으로 생명이 아름다운 곳. 그곳은 시간과 관계들로부터의 소명(召命)이 없는 곳이었다.

현실 나약쟁이에다 구상유취한 공상쟁이였던 소년은 꿈 속에서 남태평양을 그리며 아마 몽정하였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말라 그 곳에는, 어느 아리따운 여인과 사랑만 하다 죽으리라하고...ㅎㅎ <괌이나 사이판이나 팔라우에서 꿈결같은 하니문에 잠긴 신혼부부도 꿈꾸지 않을까, 그런 도피주의를.>


그러나 학자의 엄정한 글쓰기에 몽롱한 로맨티시즘이 용납될리 없고, 추론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상상의 여백은 없다.

자료를 섭렵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여러 사람의 증언을 수집하여 씌여진 연구서 남양군도, 그 액추어리티는 건조하고 참혹한 것이었다. <특히 70여년전의 태평양전쟁의 현장 남양군도는.> 


이 책의 부제(副題)는 '일본제국의 태평양 섬 지배와 좌절'이다.

남양군도 (南洋群島, なんようぐんとう)라는 이름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전과 함께 사라진 이름이다.

지금은 미크로네시아로 불리는 곳인데, 괌이나 사이판이나 팔라우라고 부르는 편이 우리에게는 친근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남양군도'라는 그 이름이 부활하고 있음이 저자의 주목을 끌었다.

작금 일본(특히 오키나와)에서는 남양군도라는 이름의 각종 전시회와 강연회 토론회를 통하여 제국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여러 현장을 목격하고 저자는 블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일본인들은 왜 아직도 미크로네시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왜 여전히 그 지역을 남양군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추진되고 받아들이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부담스럽게느껴졌다... 신문과 방송등이 재생산하는 전쟁의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관마저 바꿀수 있을 것이라는 염려도 없지 않았다....나는 국가와 국민이 과거에 벌어졌던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평화의 길을 모색할지, 아니면 안보의 논리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몰자 위령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일본 천황이 재작년인가 팔라우 공화국을 방문하였다는 사실에서도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아베 이후 일본의 우경화는 여실한 모양이다. 


그러나 저자의 남양군도에 관한 연구의 모티프는 그보다 훨씬 앞서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섬'이라는 명제는 일찍부터 저자의 주요 연구주제인데 내 좀 알거니와 거기에는 개인적인 당위가 섞여 있을 성 싶다.

저자는 연대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사회학박사로 서울 토박이지만 제주대학 부임후 제주에 터를 잡고 더구나 제주여인을 아내로 맞으면서 제주는 그의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조교수의 아내는 내 오랜 친구 책부족 추장 김미정님이다.> 

섬에 대한 연구는 그 영역을 제주에서 오키나와로 남양군도로 비약하였는데 섬에는 섬끼리 관류하는 어떤 오리지널리티가 분명 있는 것으로 저자는 파악하고 있는듯 하다. <내가 사는 곳도 부산의 섬 영도이다. 4개의 다리로 연결된 육지화된 섬이지만 영도구(區)는 부산의 다른 구(區)와는 다른 독특한 무언가가 있음을 나도 느낀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랄까, 사방 바다로 둘러쌓인 풍광 속의 지역적 분위기와 더불어 주민들 일상의 모습에서 어딘가 다리 건너의 모습과는 다른 독특한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학자적 직관이 캐치한 상호교호적인 어떤 섬 특유의 요소, 공통적 DNA(어떤 정체성?)를 탐색하여 미래를 도모할 방향성을 찾고자하는 학자적 의욕일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제주를 대륙의 떨어진 부분으로 이해하지 말고 바다로 가는 교두보로 바라봐야 하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연구성과를 통해 제주와 많은 섬들이 연대하는 순간을 상상한다"

저자는 현재 이 시간에도 연구조수인 아내와 함께 오키나와에 거주하고 있다.


섬이라고 하면 우선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내게 먼저 떠오른다. 

제주도는 서남 말단에 위치한 한반도의 변방, 오키나와 역시 근세에 일본에 복속한 일본 열도의 변방임이 분명하고, 한자문화권도 아니고 인종도 다른 식민지 남양군도야 말할것도 없다.

섬의 주민은 대륙보다 유랑의 짐이 가벼운 것일까, 일제시대 이후 비율적으로 일본에 가장 많이 유입한 주민이 제주도민이었고 일본 국민중 남양군도에 가장 많이 이주한 사람들도 오키나와 주민이었다고 한다.

제국의 변방 조선, 일제 동안 우리 식민지 백성들도 노동자나 병사나 위안부로 많이 갔던 곳이 남양군도였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로 모집에 자발적으로 찾아간 경우도 있고 전쟁 말기에는 강제로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현장에 끌려가기도 하여 많은 우리 동포가 죽었다. <현지주민과 결혼하여 정착한 사람도 있어 우리나라 성씨를 <변용된 발음으로> 가지고 있는 코리안의 후손들을 저자는 여럿 면담하였다.>


태평양전쟁 말기 남양군도에서의 전투는 참혹하였는데 차츰 언급키로 한다. <내게는 그 부분이 가장 강렬하였다>

남양군도에서 미군에게 패퇴한 일본군은 최전방 방어선을 오키나와로 삼아 거기서 미군과 다시 처참한 지상전을 벌였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일억옥쇄(一億玉碎)를 부르짖던 일본군 대본영은 미군이 일본 본토를 상륙했을때 최후의 결전지 7곳을 예상했는데 그중 한곳이 제주도였다고 한다.

1945년 3월부터 관동군 2개 사단을 비롯한 7만 5천명의 병력이 제주도에 집결, 병사들과 제주도 주민을 강제동원하여 각종 참호 토치카 지하동굴 비행장등을 조성하여 전쟁준비에 몰두하였다는 것이다. <조교수의 조사 연구에 의하여 그 흔적이 속속 드러났다.>

8월에 전쟁이 끝났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우리나라 땅도 태평양 전쟁의 직접적인 포화로 부터 무사할수 없을 뻔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이 책 '남양군도'가 제주도와 오키나와와 남양군도, 섬에 관한 본격적 연구를 위한 하나의 정지작업(整地作業)임을 밝힌다.

"남양군도'는 내가 풀어낼 미크로네시아 이야기의 10%밖에 담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전개될 저자의 깊이있는 연구는 나와 같은 평범한 독서 호사가에게는 재미가 없을 듯 싶다.

이 책은 기존의 여러 연구성과를 취합하고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여 '남양군도'라는 연구대상의 정체를 명확하게 전제(前題)하려는 의도가 여실한데, 내게는 역사적 현장을 조감하여 알기쉬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정도 수준의 책이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도출되는 저자의 연구결과는 학자의 몫이고 위정자의 몫이고 미래학자의 몫일 것이다. 


지구 표면적의 1/3 이나 차지하고 있다는 태평양은 지구상 모든 육지를 합한 것보다 더 큰 대양(大洋)이다.

그 너르고 너른  바다위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태평양의 섬들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뉘어진다.

멜라네시아와 폴리네시아와 미크로네시아로. 

멜라네시아는 태평양 서부 적도이남 호주 위쪽의 섬들로 비스마르크 제도로 파푸아 뉴기니등을 포함하고, 폴리네시아는 하와이 사모아등 태평양 동부의 가장 너른 지역이다.

그리고 미크로네시아가 바로 이 책의 무대인 남양군도이다.

미크로네시아는 마리아나 제도, 캐롤라인제도 마셜제도 길버트제도, 키리바시제도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이판 팔라우 티니안등을 포괄하는 마리아나 제도가 남양군도이지만.>


지금은 일부 미국 영토이고 또 일부는 명색 독립국이라지만 절대적으로 미국의 영향하에 있다. <'사이판'하니까 어떤 기억이 떠오른다. 촛짜배기 조선소 인스펙터시절인 1975년 무렵, 회사에서는 사이판으로 부터 수주받은 화객운반선(貨客運搬船)을 건조하였는데 그 배의 선명(船名)이 '미크로네시아 프린세스'였다. 나는 기술수준도 형편없었고 영어 소통도 안되는 판에 미국인 배불뚝이 선주감독 미스터 존스로부터 어찌나 혼이 났던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한데 그 때 이미 남태펴양의 판타지는 깨어졌을 것이다. ㅎㅎ>


이 기회에 섬들의 규모를 비교해 본다.


<제주도와 영도> -제주도는 영도의 100 배가 넘는 면적이지만 주민은 영도의 5 배 밖에 안되는구나-

제주도- 면적: 약 1,850 km2,  주민: 약 61만명

영도- 면적: 약 14 km2, 주민: 약 15만명 


<일본 오키나와> -제주도보다 다소 작은 면적에 인구밀도는 제주도보다 높구나-

오키나와 -  면적: 약 1,200 km², 주민 120만명 


<남양군도> -오키나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밀도는 오키나와의 1/10 밖에 안되는구나- 

괌- 면적: 약 550 km2, 주민: 약 16만명 

사이판- 면적: 약 120 km2, 주민: 약 6만명

팔라우- 면적: 약 460 km2, 주민: 약 2만명


우리 역사 속의 제주도가 귀양살이 슬픈 섬이었다면, 미크로네시아는 더욱 슬픈 섬이다.

유럽인들은 대항해시대에 남태평양의 섬들을 방문하여 원주민과 교류를 시작하였는데, 말할것도 없이 그 관계는 정복과 학살과 착취의 불평등한 일방적 지배와 복속의 관계였다.

유럽인들이 원하는건 황금 후추 유향 정향과 무기 팔아먹기와 그리고 자신들의 종교강요였던 것이다.

영국인들은 교역에 관심을 두어 무기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취하였고, 스페인은 선교에 열을 올렸고, 뒤늦게 열강의 대열에 뛰어든 독일도 뒤질세라 얄트회사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을 통한 수탈을 감행하였다.

유럽인들이 가지고 온 전염병은 원주민인 차모르 족을 희생시켰고, 문화적 갈등이 있으면 유럽인들은 무력으로 진압하였고 부족의 거주지를 집단적으로 이주케 하는등 만행을 일삼았다.

차츰 원주민인 차모르 족 특성 자체가 혼혈로 굳어지고 지명(地名)과 인명(人名)은 유럽식(나중에는 일본식)으로 바뀌고, 주민들은 가톨릭 신자로 화하게 되었다.

수천년전 대룩으로부터 조각배를 타고 건너왔을 폴리네시아인들, 오랜 세월 씨족사회를 이루어 오손도손 살고 있는 낙원은 여지없이 유린되었던 것이다. 

아,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여.

과연 어느 쪽이 문명이고 어느 쪽이 야만이란 말인가.


일본은 다른 입장에서 태평양의 섬들에 접근하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국가를 조직하면서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을 무섭게 흡수하여 동양 유일의 제죽주의 국가로 발돋음 하려는 일본. 

제국주의적 국제질서에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는 후쿠자와 유기치의 탈아론(脫亞論) 

일본은 조선과 대만을 시작으로 새로운 식민지 갖기를 열망하였다. <일본은 1902년 영국과 방위조약 체결하였는데 이때 영국은 일본에게 조선 식민지화의 양해를 하였다고 한다.>

그런 열망이 한편에서는 남진론(南進論)으로 표출되어, 메이지 유신 이후 창설되어 한층 확장되고 강화된 해군을 중심으로 남진론은 더욱 강하게 제창되었던 것이다.

남양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태평양관련 소설이 유행하였고, 개인과 기업의 남방진출이 잦아졌다.

독일이 미크로네시아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이미 일본기업이 미크로네시아에 진출하였는데, 1906년 당시 미크로네시아의 80%가 일본과의 교역이었다고 한다.


그러던중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영국 프랑스 러시아등 연합군과 독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오스만 제국등 동맹국의 진영이 맞붙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은 방위조약을 맺은 일본에게 참전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 요구는 중국 근해에서 독일군의 위장 순항함을 수색하여 격멸시켜 달라는 정도의 소규모 참전의 요청이었다.

이때다 싶은 일본은 그 요청을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아 극동에서 독일 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하였다.

독일 식민 하에 있었던 중국의 칭따오를 차지하고, 독일을 제압하여 독일령 미크로네시아 지역을 점령하였다.


계속

출처 : 동 우
글쓴이 : 동우 원글보기
메모 : 책부족이신 동우님의 독후감이 소중하여 이곳으로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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