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에세이 읽기를 꺼렸다. 책을 덮을 때 독서의 소득이 없다 생각했다. 문체가 매우 좋았거나 글을 이끌어가는 문장력이 좋았거나해서, 매력 있는 수필을 만나지 못했던 터라 몇 권 읽다가 실망하고, 수필엔 손을 대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수필을 읽게 된 건, 우리글로가 아니라 일본어 책에서였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 소용이 되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말을 배운다는 목적으로 읽어서인지,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기란 어려웠다. 그 보다는 일본어의 맛을 몰라 작가의 정서가 내게 닿지 않은 탓이 클 것이다. 그러면서도 몇 권의 수필집은 조금씩 읽는 바람에 몇 달 동안 손에서 놓지 않게 되기도 했다. 이때도 한 권의 책을 마무리했다는 즐거움은 생기지 않아 아쉽다.
최근에는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어졌다. 어릴 적 부터의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일본에서도 그런 작가들이 있을까 찾던 중에 <소년시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화가의 수필집이라 간간이 그림이 들어가 있어 여행에서 들른 서점에서 구입해 왔다. 문제는 그가 쓰느 단어가 고풍스러운 게 많아 사전을 뒤지면서 읽어야 하는 것. 작가 약력을 보니 1926년 생이고, 상당히 잘 알려진 화가이며, 그 사이 여러 권의 책을 써서 일본인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싶다. 고정독자가 상당하지 싶다. 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역사적 사건도 일본인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것들이겠다.
외국인 독자인 나로서는 작가의 그림이 원하는 만큼 없어서 아쉬웠다. 그가 그린 그림에서 글 이상의 것을 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부분부분 읽고 책을 덮는 걸 하지 말자고 쭉 생각하고 있지만, 이 책도 중간은 생략하고 덮고 말았다. 그런 책이므로 여기에 기록해 둔다. 차후에 내가 좀 더 일본어를 잘 하게 되고, 일본어 말맛을 더 잘 느끼게 될 때 읽어도 좋을 것이고, 혹시나는 이 사람의 그림전이라도 보고 난 후라면 더 잘 읽히지 싶다. 이번엔 여기까지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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