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남양섬에서 살다

티니언섬의 조선인/남양섬에서살다

자몽미소 2018. 6. 25. 07:20

 

 

 

티니언섬에서 발견한 인생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사이판섬 옆 작은 섬 티니언에서 살다가 회고록을 남기고 가신 전경운씨. 그의 자제분들은 이제 다른 섬으로, 또는 미국으로 이주했고 막내 따님 한 분만이 그 섬에 살고 있다. 티니언섬에서는 매해 오키나와 유족회가 방문해 전쟁 전 티니언섬에서 살았던 부모와 조부모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것을 기억한다. 전쟁 전 이 섬은 사탕수수 밭이었고 제당공장 까지 갖추어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무인도나 다름 없던 섬을 개간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사실을 부풀려 이주민을 모집했는데 그때 이주한 사람들 대부분은 일본의 지방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이 오키나와 사람들이었으며 조선인들도 모집책의 말을 듣고 이주했다.

그 당시 부지런히 일하며 기반을 잡아가던 그들은,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터지고 미군이 공격해오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농토를 잃고 재산을 잃었으며, 목숨을 잃었다.

사이판섬의 북부에 있던 섬에서 코코넛야자농원의 관리원으로 일했던 전경운은 전쟁이 터지자 일본군에 협조해야 했다. 그가 인부들을 데리고 일을 하러 갔던 곳은 다행하게도 미군의 공격을 직접 받았던 사이판이나 티니언섬이 아니라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전쟁 중에 그는 조선인 아버지(모집책을 따라간 이주 1세대 노동자)를 둔 섬의 여성과 결혼하였는데 그 바람에 그는 태평양섬에 남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티니언섬에 들어가 농사를 지었다. 그곳에는 미군이 버리고 간 장비들이 그대로 있었고 농사지을 땅은 넓었다. 그러나 티니언섬에서는 태풍과 벌레들과 전쟁같은 싸움을 해야 했다 . 그의 농사 이야기는 이번에 출간된 #남얌섬에살다 에는 넣지 않았다. #남양섬에서살다 에는 고향에서 일본을 거쳐 태평양 섬으로 가는 과정과 농장관리인으로 살아가던 모습과 전쟁 후 수용소에서 지내던 이야기까지만을 편집하였다.

 

2016년 이 날 우리는 오키나와 위령단과 함께 했다. 유가족들과는 전쟁당시의 이야기들을 하였다. 부모에게서 들었다며 조선인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 위령단과는 별도로 전경운 씨의 따님 위니 씨도 만났는데 고향식구 만난듯 반가워하며 가족 사진을 많이 보여 주었다. 아버지의 책이 나왔다고 편지를 동봉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주라고 여러 권을 티니언섬으로 보냈는데 그녀는 어서 한국말을 배워야겠다며 답장을 보내왔다.

 

페이스북 추억보기를 하다보니 뜨거운 섬에서 나가기만 하면 땀 범벅이던 2년 전의 그날이 오늘 일처럼 느껴진다.

연구자인 조성윤 Sung Youn Cho는 회고록 발간에 이어 올해는 연구서로서 #<남양군도에 갔던 조선인>을 집필 중으로 여름 무렵에 또는 가을 초입에 출간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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