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을 세상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가.
거울은 자기를 비추는 것이다. 왜곡되지 않은 거울을 갖고 있으면 자기 삶을 잘 이끌어 갈 수 있게 된다.
2024. 6.5, 04시 50분, 메모: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오래 뒤척임 없이 잠도 잘 든 것 같다. 꿈도 꾸었다. 바다의 바다에 갇히는 꿈을 꾸며 잠에서 깼다. 속이 쓰려 더 자지 못했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3시, 누룽지 몇 개와 밥 한 숟갈, 좁쌀을 끓여 미음을 만들어 먹었다. 새벽에 깨거나 속이 쓰린 건 몇 달 괜찮았는데 다시 위염이 재발한 걸까. 어쨌든 미음을 먹고 나니 속이 가라앉았다.
잠이 더 오지는 않아서 책방에서 어제 읽다 덮어둔 책을 읽었다. 꼭 사서 읽지 않아도 될 책을 샀구나 싶다. 한겨레신문 서평에서 끌린 게 있어서 샀던 책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이런데 책에서도 이렇게 말하는구나 싶은 부분이 많아서 책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술술 읽혀서 쉬운 책 같아 보인 거고 그러니 안 읽어도 될 책이었네 한다. 이 책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겸손한 태도를 강조하고 있는데, 책을 덮으며 안 읽어도 될 책을 읽었다니 나 지금 굉장히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군 그래.
30대의 내가, 아니면 40대를 보내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이 책에서 지적하는 많은 내용에 찔렸을 것이다. 오랫동안 성공지향 동기와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을 의식하며 살았으니까.
지금도 가끔은 성공이라는 말에 민감할 때가 있고 그럴 때면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것들을 편집해 기억하며 우울해질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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