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기로 한 지도 반 년이 지났다.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로 했고, 독후감은 쓰지 않고 책에 대한 감상은 말로 하자고 했었다. 책수다 모임의 이름은 무지개(無知開)
우리 아줌마 셋은 지난해 이 모임을 만들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기는 하되 쓰지는 않는다>는 모임 규칙을 반겼었다.
오늘 2025년 첫 모임은 지난 달의 책, <1984년>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 1949년에 출간된 때에는 1984년이 먼 미래였으므로, 작가처럼 우리에게 올 미래 를 상상하여 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 게다가 40년 후라면.
무척 어려운 상상이어서 말이 잘 되지 않았다. 40년 후면 100세란 말이다 우리는. 100세의 나를 상상하지 못하겠고 그때의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로부터 40년 전에 오늘의 우리와 삶을
알 수 없었듯이.
앞으로의 40년은 지나온 40년보다 더 빨리 변화할 사회일 터라 다소 무섭기도 하였다. 텔레스크린 아래서, 보이지도 않는 권력 아래에서 자기 검열을 하는 <1984년> 책 속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이 시간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미래는 와락 무서운 시간처럼 여겨졌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올해의 소망에 글을 쓴다는 것이 슬금슬금 들어오게 되었다.
나도, K도 J도.
살아온 날들을 기억해보자, 기록해보자! 회고록이 될 건가, 그렇다면.
2017년에 당산서원에서 출간했던 < 남양섬에서 살다>도 회고록이다.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이라는 부제. 2013년 티니안 섬에서 조사중에 대학노트에 적힌 걸 복사해서 제본한 원고를 발견했다. 호텔방에서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그 눈물 때문에 그 복사물은 책이 되어 나올 수 있었다. 5년 동안이나 내 시간을 바치게 한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사라진 그이의 목소리를 그가 남긴 육필원고를 보며 듣곤 했다.
책이 나온 지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이 책을 잊고 있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더구나 이 책이 회고록이었다는 걸 발견하기나 한 것처럼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알렸다. 함께 올해의 책목록도 보냈다.
2025년 1월 3일, 22시 30분.
* 스마트폰으로 글 올리는 거 그만 해야해..노트북을 켜야지.
'字夢のノート(공책) > 자몽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와 기름, 예수를 만난 자의 변화 (0) | 2025.01.11 |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태도 (0) | 2024.06.05 |
여자/ 카미유 로랑스 (0) | 2024.05.31 |
핀란드역으로/ 5월 책모임의 메모 (0) | 2024.05.31 |
스토너-삶이라는 흐름에 떠가는 일생 (0) | 2024.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