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가의 루틴>을 읽었다. 작가 마다 쓰는 글이 다르듯 작가의 루틴도 제각각 재밌는 이야기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게 루틴이라고 할 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작심3일이 내 루틴입니다", 하게 될 것 같다. 이전에 쓴 블로그 글의 몇 퍼센트쯤을 차지할 게 작심3일로 끝나버리는 일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제는 "작심 3일만해도 기특하지 !"
하는 입장이 될 만큼 계획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계획이라는 것도 어쨌거나 자신을 잘 이끌어 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실천하고 이끌어나갈 힘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의 나는 뭘 하겠다고 해 놓고도 곧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계획을 세운다는 것도 무의미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혹시 내게는 작심 3일이 아닌 루틴도 있지 않나 싶어졌다. 작가들은 자신을 헐뜯는 척 말은 하면서 결국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글을 쓸 수 있구나 으음!
작가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나도 나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어졌고, 작심 3일이 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동네를 걸어보는 건 어떤가, 하게 되었다. 눈뜨자마자 해를 보며 몸을 움직이는 게 불면증 치료에 좋다는 유트브 방송을 보고 나서 든 충동적인 계획이긴 해도, 내일은 추울테니 봄부터 해도 되지 안 그래? 하는 건 좀더 나에게 관대해진 마음.
그리고 다음 책은 무엇으로 할까, 하면서 근래 구입한 책, 이전에 읽었으나 몽땅 잊어버린 책, 사놓고 몇 년 묵힌 새 책이 손에 잡힌다. 책상 위에 놓아보고, 뭐 부터 읽지? 아, 2025년 첫날에 그랬어. 일주일에 한 권은 문학책 외의 것을 읽어보리라. 그러므로 정해졌네, <빈곤과정> 이 책을 읽을 것.
그나저나 오늘 오후에 본 영화는 <파문>
영화 감독이 <카모메 식당>과 <안경> 도 만든 이라하니 믿고 보는 영화이겠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枯山水庭園, 물이 없으나 물이 있다고 믿고 보는 정원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정화 시켜주는 물이라고 믿는 신앙공동체
원전사고여파로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수도 있는 수도물을 경계하는 사회일반.
호탕한 웃음 뒤에 있는 슬픈 인생사.
무례한 태도 뒤에 감춰진 말못할 개인사정.
친절과 배려를 앞세우지만 자본주의의 속성 그대로인 의료와 종교.
등등이 보였다.
일본 가정의 깨끗한 집안이나 마당, 간결하지만 맛나는 밥상, 이런 것도 내 눈에 들어와 흐믓했는데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라서 남편과 팝콘통에 손넣고 팝콘 꺼내먹는 것도 영화의 또다른 맛이라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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