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11. 꿈을 잊다
일본어로 썼던 글을 모아서 제본을 했다. 제본한 걸 들쳐보다가 편집이 잘 못 된 것을 발견했다. 제목을 붙이지 않은 글이 앞글에 붙어 있거나 지워야 할 글자가 지워지지 않은 채 있었다. 글을 편집하면서 노트북 화면으로 볼 때 눈이 아파서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제본을 맡긴 것이다.
2016년부터 2019년 무렵까지 썼던 글이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쓰고 일본 친구에게 보내어 교정을 받았다. 그걸 블로그에 담아 두었다. 지금 이 노트북을 2020년부터 썼으니까 글은 이전 노트북에도 있을 것이다. 블로그 안에는 교정한 글과 교정 전의 글이 섞여 있고, 나는 그걸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가 또 제대로 확인없이 제본을 해 버린 것이다. 제본한 것을 일본 친구 두 사람에게 보낼 생각이었으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쓴 일본어 글을 번역하며 읽기로.
모아 보니 스물 아홉 개의 글, 2년 반 정도는 한 달에 한 번 내가 정한 마감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왜 계속하지 않았던 걸까. 2016년에는 한 달에 한 번 일본어로 글을 써 봐야지 하던 의욕이 있었지만, 3년 후에는 의욕은 없어져 버렸던가.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는 게 힘들어져 그랬을까. 교정을 해 주던 친구에게 미안해져서 그만 쓰겠다고 했던가.
제본해 온 일본어 글을 읽으며 먼저 보이는 것은 ‘의욕’이다. 그 의욕은 꿈을 꾸면서 유지했다. 일본어 작문을 했던 것은 유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본 유학을 염두에 두고, 유학생이 된 내가 갖춰야 할 언어 능력을 미리 준비하려 했던 것이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나는 동네 카페에 가서 글을 마칠 때까지 앉아 있었다. 글이 중도에 멈추면 다시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단 앉은 자리에서 원고지 20매 분량을 채우려고 했었다. 글을 보내는 것은 그 달의 두 번째 주말에 맞추었는데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던 일본인 친구는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들여 내 글을 읽고 감상도 적어서 보내주었다. 나의 원고에는 문법에 맞게 고쳐주고 틀린 단어를 바꾸어 주느라 그가 메모한 글이 색다른 글자로 붙여져 있었다. 나는 지금 그와 마감날의 약속을 지키려 하던 내 마음을 보면서 그가 보내주었던 정성을 다시 본다.
2019년 여름에 나는 대학원 입학 서류를 제출했고, 가을에는 면접시험을 보러 갔었다. 그리고 열흘 정도 지난 후 불합격 처리가 된 것을 알았다. 유학생이 되고자 했던 나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오늘 오래 묵혀 버려두었던 원고를 보면서 그 시간의 내 의욕과 목표와 꿈과 약속이 묻어 있는 것을 본다. 유학하려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꿈을 꾸던 시간의 욕망을 본다. 내 욕망은 젊었기에 지금과는 조금 다르게 살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예전에 썼던 글을 읽으며 꿈을 꾸고 욕망을 품던 나를 다시 만난다. 그러는 바람에 나는 지금 무슨 꿈을 갖고 있는가. 나는 어떤 목표가 있는가.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인가, 나에게 묻는다.
(2025.6.11. 수, 맑음. 오후 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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