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책읽기/아내가 결혼했다와 달려라 아비

자몽미소 2006. 8. 13. 18:14

9일 밤, 짧고 진한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가까스로  탄 하찌오지행 버스차창으로는 물방울이 주루룩 거렸다. 5개월 전 일본에 도착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공항검색대를 통과한 우리들, 그리고 나는 5개월 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는 것 같았다. 지난 3월엔, 가족이라고 하면서 각각의 성이 모두 다른 것 때문에 일본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불려가서 엄중한 그리고 예의 바른, 그러나 기분 몹시 나쁜 서류상의 절차를 밟았지만, 그래서 나리타공항 부근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에야 하찌오지시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번에 들어올 때 우리는 내국인용(일본인용) 입국대를 통과해 들어왔다. 우리는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에 살도록 허용된 외국인이었고, 지난 7일 동안  만약 한국에서 병이라도 났다면,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외국인처럼 한국에 다녀오고 외국인으로서 일본땅을 다시 밟았다.

10일에서 13일 오늘까지 그러나 나는 일본에 있었던 것 같지 않다. 한 차례의 동네산책 이외에는 문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나흘 동안 줄곧 나는 방안을 맴도는 풍뎅이처럼 제자리걸음이었다. 나를 꼼짝 못하게 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제와 오늘의 통증이었고 또 하나는 한국소설이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켠 텔레비젼에서는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기도 하는 오락프로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미소리처럼 그저 흘려 들어도 좋은 음절들이 얼기설기 섞인 것 같은 기분, 이래가지고서는 일본에 살면서도 말 익숙해지기는 다 틀렸다 싶었지만 그것이 그다지 아쉽지도 않았다. 지난 나흘 동안 읽은 한국어들이 내 마음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1)<달려라 아비>,김애란 소설집,창비

 

서점을 하는 숙모를 방문했었다. 숙모가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었다.지은이 김애란은 1980년 생이다. 30대까지만 해도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신경숙이나 공지영을 보면서 혹시 나에게도 언젠가 문학적 발산이 한 권의 멋진 소설책으로 나오지 않을까를 상상하곤 했었다. 그들이 어떻게 소설을 썼을까를 알아 보기 위해 그들의 소설을 읽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생들의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소설이라고 엄두도 못 내고 있었고 점점 소설책을 멀리 하게도 되었다. 그러나 이제 1980년생이라니. 나는 이제 좋은 독자가 되는 것, 좋은 독자로서 만들어낸 책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잃지 않는다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럴만한 책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 김 애란의 이 소설집이다. 재미있다. 각각의 단편 하나 하나에 실린 심리문제, 아버지의 부재, 그러나 그것들이 너무나 솔직해서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작품화해 준다는 감사함까지 갖게 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작가의 또다른 얼굴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20대, 2000년대를 살아가는 20대의 내면을 이 책을 통해 읽는다. 내가 좀 더 어렸을 때와는 판이한 의식구조, 삶의 방식 독특한 가치관, 그래서 좀 더 가벼운 세상살이를 이 책의 화자들을 통해 대신 경험한다. 그러면서 재미있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 게다가 이 작가, 점점 더 잘 쓸  사람인데 하는 기대까지 갖게 만든는 소설들이었다.

 

 

 

2)<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소설,문이당

이 작가의 글을 <동정없는 세상>이란 소설로 먼저 만났었다. 그때도 참 재미있다 는 생각을 했고 그의 재치있는 글쓰기가 부러웠었다. 만화책을 읽을 때처럼 키득거리게 되는 소설, 그의 소설이 그랬다. 그런데 또 신간을 냈고 인터넷에선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오른 그의 책을 광고했다. 이 책을 사러 숙모의 서점에도 들렀다.

대학교에 가서 처음 배운 문학개론엔 문학의 기능을 일컬어 <쾌락설>과 <효용설>로 나누었었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의 기능을 생각해 봤다. 재미있었으니 쾌락설에 한 표, 그러나 나에게 상당히 도움을 주었으니 또 한 표, 재미와 효용을 같이 주는 이 소설은 그래서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 좋은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높은 점수도 주고 싶다.

미용실에 앉아 이 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었다. 말인즉슨 이렇게 소설을 쓰긴 했지만 실제 상황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아내가 결혼하다니 난 그렇게 할 수 없다. 상상을 하고 정말 그럴듯하게 이야길 한 사람도 용납할 수 없는 일, 가만히 보니 이거 이제까지 남자들이 해 오던 거였다. 본처와 첩이라는 거 두 집 살림 하면서 거기다 또 경제적여건만 허락되면 열 여자 마다할 사람이 없다고 남자들이 그렇다고 공공연히 말하지 않았나?, 샛서방이라고 묘사된 한경씨라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면 막 웃음이 나온다. 주인공 나에게 꼼짝 못하는 행동이 본집에 들어가 기 못펴는 작은 마누라랑 다름이 없다.

 

2일 오후, 나의 본집, 제주도 집의 문을 들어섰을 때 나는 와락 눈물이 날 뻔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새 애인과 놀다 왔는데도 그 사이 자기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큰 마누라 같은 우리 제주도 집, 그때는 일본에 두고 온 좀 작은 이 집이 생각나지 않고 그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묵묵히 제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려 준 이 집이 마치 옛날 큰 마누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람 피다 왔는데도 안 방 깨끗하게 두었다가 내주고 원래 우리 하던 대로 이 방 저 방 휘어다녀도 마음 편하고, 그래서 사는 동안 가끔은 집이 좁다거나 구조가 나쁘다거나 하면서 투덜 거렸던 일은 까마득히 잊고 이 집, 우리 집, 내 몸이 살던 이 집이 제일 좋아! 하면서 고향의 내 집을 어루만졌다. 그때 마음이 아마 작은 마누라를 일본에 두고 본 집으로 들어온 남정네와 무엇이 달랐으랴.

 

<당신과 결혼한 걸 깨고 싶지도 않고 지금 만난 사람하고도 결혼하고 싶어>

아내의 이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는 상황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 속 여자주인공 인아씨처럼, 나도 내 행복에 관해서 철저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불편해마지 않는 남편을 꼼짝 못하게 설득하는 재주도 가지고 싶고, 두 집 살림에 두 시댁 식구와의 관계도 매끄럽게 처리하는 철면피의 능력도 부럽고, 살림이며 잠자리며 돈 버는 일이며 슈퍼우먼의 이 여성이 매우 부럽지만,

그러나 나는 책 속의 상황을 만들 재주가 없으니 그저 부러워할 따름이며 행여 나의 남편이 저 여자 같지만 말기를 바랄 뿐이다. 보아하니 나의 성격은 아내 쪽이기보다 남편 쪽에 가까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맹목에 빠져서 이 복잡한 관계에서 도저히 주도적인 사람이 못 될 것 같다.

재미있다. 그리고 효용성 있다. 재미는 읽어 보면 알 것이고 효용은 글쎄, 꼭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가정생활에 도움이 된다고만 밝혀둘까, 가정생활 즉 식생활, 의생활, 주생활 여러가지 있지만 꼭 이야기해야 하면 성생활에 좀 도움이 되는 책이다,어머머, 내가 이렇게 까지~ 화들짝,

음~ 읽어 보면 안다. 왜 효용도 있는 책인지, 뭐 이 정도로 부분 공개.

(2006년 8월 13일, 후니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