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편지, 나에게 또는 당신에게 15

책 읽어주는 호텔

갖고 온 책을 읽어준다. 4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잠이 든 것 같다. 읽기를 멈추고 2분쯤 지나자 " 응! 내가 잤나 !" 하고 깼다. 무슨 내용 까지 기억하느냐 물으니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읽었던 부분을 설명하고 다시 읽었다. 3페이지 정도 읽는데 코를 살짝 곤다. 이제는 깨지 않고 잠이 들었다. 검사 후 병실로 돌아왔고 4시간 동안 움직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누워지내야 한다. 읽고 있는 책이 수면유도제가 되었다. 코를 크게 곤다. 그거 때매 또 깼네. 눈을 뜨지 않아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여기는 바다와 하늘과 시내 정경과 비행기와 오름이 잘 보이는, 전경 좋은 호텔방이다. 나는 호텔에서 책읽어주는 여자가 되었다. 어라 라는 소설이 있었어. 읽은 적이 있어. 그녀처럼 나도 나이든 남자에게 책을..

기도란 무엇일까

아직 수술하는 게 아닌데도, 수술실로 들어가는 환자처럼 저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당신은, 당신의 몸은. 몸은 저 곳 차가운 방으로 들어갔지만 당신의 마음은 여기 제 옆에 두고 갔나요? 나를 걱정하느라 마음은 여기 내 옆에도 있고, 저 방 안 당신이 누운 침대 옆에도 있을 거에요. 당신 옆에 있는 당신의 마음은 무어라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언제나처럼 당신은 자기자신에게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라고 내게 하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다 괜찮아졌어요. 마음은 몸과 달리 여러 개니까 괜찮아 하고 달래주는 마음은 당신 옆에도 있고 내 옆에 의자에 앉아 있어요. 내 옆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괜찮다, 괜찮을 거야 말을 건네고 있어요. 당신의 목소리 그대로. 그래서 저는 당신을 흉내내어 제 목소리로..

바다가 보이는 호텔

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거다. 방은 6329호, 그러니까 똑같다. 접수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방 번호를 확인하고 들어왔다. 침대, 옷과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 냉장고도 있다. 여행가방에서 옷과 소지품, 책과 충전기를 꺼내 각각 놓여야 할 자리에 놓아둔다. 배정받는 침대에선 바다가 보인다. 사라봉과 별도봉이 보인다. 바다 위에 흰 배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제주로 오는가 떠나는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육지로, 목포로 또는 여수로, 완도로? 잘 모르는구나. 오랫동안 배를 타 보지 않았네, 그러고보니 제주와 육지 어느 항이 연결되었는지 짐작만 할 뿐이고, 무심했던 사람처럼 미안해지네. 무언가에, 미안한 건지는 잘 몰라. 지금 제일 미안한 ..

숨이 막히네

내게 있어 '기가 막히다'는 말은 상대의 언행이 상식에 어긋나거나 무례함이 정도를 지나칠 때, 어이가 없다는 말 대신 쓰는 말이었다. CHO의 상태를 진단 받은 날 부터, 나는 다시 기가 막힌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이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숨이 막히는 것 같이 괴로운 상태가 되었다.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남편의 몸에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의사의 치료를 따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두지만 곧 안에서는 신경들이 폭발하는 것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목요일 오후에 진찰을 받고, 일요일에는 입원하기로 수속을 밟아 두었다. 금요일 아침에는 전날 밤에 하나도 못 잔 것에다가 내 몸 안에서 성게가 하룻밤 사이에 자라나 온 신경세포를 돌아다니는 것 같이 날카로워진 느낌으로, 이걸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봉개..

親愛하는 나에게

親愛라니, 내가 나를 친애하고 있는지 제목을 적다가 놀란다. 친애하는 나에게, 라고 한 것은 지금 잡은 책의 제목이 이기 때문이고, 나를 친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나는 그걸 잘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제목으로 쓰면서 앞으로 나와는 사랑하고 친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고 있는 중이다.이 책을 다시 꺼낸 건, 며칠 동안 사노요코의 다른 책을 읽었고 그 책을 책장에 꽂으면서 다시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책을 제자리에 꽂으면서 옆의 책을 슬쩍 들여다보기, 그러고는 읽은 지 한참이나 되었구나,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호기심이 들 때 나는 비로소 독서욕이 대단한 사람처럼 책을 꺼내들고 읽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