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우주로부터의 귀환-다치바나다카시

자몽미소 2003. 3. 29. 21:22

 

경험을 키우는 것은 자기 생의 책임



일이 있어 육지로 가게 될 때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되는 제주는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섬일 뿐이다.  빌딩들이 들어서 있는 제주시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고 그 옆에 있는 작은 마을은 친정이 있는 고향이며 저 곳은 어디 하다보면 아, 나는 저 작은 곳에서 내 생을 모두를 쏟아 넣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막연한 연민이 밀려오곤 하였다. 사소한 일에 얼굴 붉히는 일상이 매일 매일 저 작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갈등으로 생긴 수많은 불면의 밤 또한 저 작은 곳에서의 일이었는데, 비행기 안에서 반추하는 내 삶은 보잘것 없는 것과 부질없는 것에 애를 썼던 기억때문에 회한이 크곤 하였다.



고향을 떠나봐야 고향의 자기 삶이 보이는 법이다. 그러므로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삶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될 과정이 되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다" 라고 한 유진서넌의 말은 의미깊다.



다치바나 다카시의『우주로부터의 귀환』은 작가가 NASA의 우주비행사들을 만나 우주비행과 달 탐사 등과 관련된 그들의 경험을  인터뷰한 글이다.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주비행이라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한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우주비행사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작가가 들인 노력의 흔적은 글 행간에 많이 놓여있다. 때로 이 작가가 과학자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다 아는군 할 정도로 감탄할만한 정보가 수두룩해서 과학적인 설명부분들은 이해도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을 정도이다. 비행사들에게 우주로부터의 경험이 어떠했는가를 묻기 위해  작가는 또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저만의 방식으로 꼼꼼이 풀어 놓았던 셈이다.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우주비행을 통해 그들의 사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작가는 우주비행을 통해 존재론적인 인간으로 돌아온 비행사들에게서 우주비행의 의의를 찾으려고 한다.

우주비행이라는 거대한 경험을 하고서도 어떤 변화도 없다고 말하는 비행사가 있는가 하면

앨드린처럼 그 경험이 한 개인의 운명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이도 있다. 어떤 이는 정치인으로 어떤 이는 비지니스로 성공하고 어윈 같은 이는 전도사가 되는 경우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험과 그 경험의 해석이야말로 인간을 키우는 자양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 인터뷰를 통해 우주로서의 지구와 그 지구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우주로의 탐험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의문에 대한 것으로  마지막 장인 "우주인으로의 진화" 부분은 이 책의 한 파트일 뿐이면서도 마치 결론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주비행 후에 신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기이한 결과는 결국 이 우주비행이라는 거대한 체험이 지구적 인간을 우주적 인간으로 진화하게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 것이라는 통찰에 동의하게 한다.



우주비행을 한 모든 비행사들은 신을 만난다. 그리고 우주 속에서 본 지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다. 자기 삶의 근본이 지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약하나마 우주를 경험하고 지구로 귀환한 비행사들은 이제 이 땅에서 우리 지구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가가 지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말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독자가 스스로 그 답을 읽게 한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해야할 과제가 되었다. 우주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우주비행이 지구적 삶에서의 커다란 진화 과정 중의 한 사건이라면  우리 삶에 다가오는 경험들을 통해 자기 삶을 어떤 방향으로 끌게 가게 하여야 하는가 하는 것은 진실로 한 개인이 정성껏 선택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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