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이광주

자몽미소 2002. 7. 2. 22:09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이광주

 

 

책에 대한 광고를 여러 번 접했다. 사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걸 보면 광고의 효과가 좋았나 보다. 더구나 이 책을 기꺼이 사게 한 데는 이 책의 제목이 한 몫을 했다.

일전에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이야기도 그랬지만 이 세상의 책이야기를 할 사람이면 이 세상의 책 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지식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 책을 믿게 하였던 근본이유였다.

기대가 크면 언제나 실망도 따르는 법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평점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평점이라기 보다 내 기대가 너무 높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로 그럴 것이 단숨에 읽어내릴 기세로 펴든 책을 일주일이나 걸려 보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것은 글쓴이의 지식의 양에 대한 찬탄이 아니라 글자와 글자 사이에 공기처럼 넣은 그림과 사진들에 대한 기쁨이다.

독서와 독서하는 일의 의미 또는 그 역사, 출판의 역사와 함께 출판이 어떻게 그 시대와 관계했는지에 관한 것에서부터 책에 미친 사람들이나 잘 팔리는 책의 사회학이라든지 책의 명장으로 꼽히는 월리엄 모리스까지 다양한 주제로 책과의 연결끈을 놓지 않는 이 책은 간헐적으로 우리에게 고전으로 또는 역작으로 남겨진 것들의 뒷얘기까지 소상하게 들려준다.

중세는 문자의 암흑시기였지만 인간의 표현욕구는 글자대신 그림으로 나타나고 그 시대를 대변하는 듯한 성화는 현대의 시장에서 유통되는 책 과는 판연히 다른 귀함으로 여겨져서 그 시대에 책의 이름은 고귀함 그 자체였고 그렇기 때문에 지배자들의 권위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였다. 저자는 책이라는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를 놓고 다양한 주제를 가져오고 가져가는 방법으로 밀고 당기는 듯한 글쓰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 책의 방식은 뭔가 긴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책이 가진 문장에 있다.

책을 사랑하는 나이든 지식인의 수필로 읽히는가 하다보면 심도있게 파고들어간 부분에서는 무미건조한 문장이 있고, 어떤 지식의 설명을 위해서는 매우 지루한 문장까지 있으며 문장의 앞과 뒤를 잘 조율하며 읽더라도 그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여 중세의 문맹자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문장을 글로서가 아니라 삽화와 그림으로 보았다.
가끔 여러 마디의 말보다 단 하나의 풍경이 모든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까닭이 그렇다.
그림과 사진을 통해 시대를 유영하는 책의 진실을 더욱 더 가까이서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이광주/한길아트)



# 03|03|29 20:3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