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책읽기]

자몽미소 2003. 6. 20. 21:28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



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이 책의 머리에 쓰여진 말이다.

이제 막 생을 시작하기 위해 세상에 고개를 내미는 열 네 살 소년은 프랑스에 살고 있으나 아랍인이고, 그를 돌보는 여자 로자 아줌마는 유태인으로서 받은 핍박 때문에 히틀러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다. 소년은 아기 일 때 부모에게 버림 받았고 여자는 �은 시절에 애인에게 버림 받았다.

열 네 살 소년 모모의 눈으로 쓰여진 이 책은 주변적인 것, 소외된 것, 약한 것으로서의 소년과 그 주변인물들이 어떻게 생의 큰 길과 마주하고 그곳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소년은 창녀의 자식이고 그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 또한 버려진 아이이거나 창녀들이 숨기면서 키우는 아이들이며 그를 키우고 있는 로자 아줌마도 전직 창녀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골목은 어둡고 힘든 가난을 벗어날 수 없고 사회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에 사회로부터 받는 은혜라고는 하나도 없는 척박한 세상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소년은 스스로 유쾌하고 자신의 존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세상에 대해선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점점 늙어가고 있는 로자 아줌마에게 끊임없는 애정을 갖고 있다.


우울한 환경 속에서 소년 모모의 삶이 건강한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 그를 돌보고 있는 로자 아줌마의 삶은 이제 내리막길이다.

암을 가장 무서워 하는 이 여자는 7층의 계단을 올라가는 게 힘이 들고 제대로 보육비가 송금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는 일 또한 자신의 몸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고통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때때로 눈물을 훌쩍이더라도 가끔 곱게 차려 입고 공원 의자에 앉아있다 오는 것으로 자기 삶을 위로한다. 나이듦과 가난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끊임없이 일깨워야 하는 일이란 또 얼마나 고단한 일이던가. 고단한 삶은 언제나 위로를 원한다. 위로가 절실해질수록 가슴은 메마르고 메마른 가슴은 갈증의 골이 깊다.

모모는 어느 날 로자 아줌마의 사진 속에서 앳된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15살인 로자 아줌마와 노인이 되어 버린 로자 아줌마는 다른 사람, 다른 인격의 존재로 비쳐진다.

지난 생이 훌쩍 달아났다가 새로운 얼굴로 찾아오면 그 얼굴은 그렇게 생소하게 마련이다.   마치 모모의 아버지가 찾아왔을 때처럼  낯선 두 얼굴은 혼란이다.
어린 모모를 늙은 창녀 로자 아줌마가 보살폈다면 이 책의 이야기 후반부엔 모모가 로자 아줌마를 돕는 것으로 이어진다. 서로 떠나지 않게 되기란 함께 나눈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자 아줌마를 잃지 않기 위해 자연의 법칙  따위를 무시하는 모모가  유태인 동굴이라고 명명한 건물 지하실에서  로자 아줌마와 함께 보내는 3주일의 시간은  한편 섬뜩하고 애처롭다.

죽어 버린 사람에게 화장을 하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아줌마가 깨어나 겁이 날까봐 촛불을 켜고 끄는 동작을 상상할 때, 이별을 감당할 수 없는 소년다운 상상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떤 이별도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거늘,

로자 아줌마 옆에서 함께 죽고 싶다는 소년의 고백은 사랑하는 이와의 결별을 상상할 수 없는 우리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나요?  소설의 시작에 소년은 그렇게 물었지만 소설의 문을 닫으며 소년은 대답한다. " 사랑해야 한다" 라고.

사랑하리란 다짐은 그러니 이 소설이 주는  온유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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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에밀 아자르가 로맹가리라는 것을 고백한 그의 유서와 로맹가리 및에밀 아자르에 대한 작가 연보, 이 작품에 대한 소설가 조경란의 독서 후기가 함께 실려 있어  재미있게 읽힌 작품.

2. 이 책은 이제 열 네 살인 우리 아들에게 권할 책 중의 하나에 보탬.

3.프랑스 소설이어서 그런지 파리 바케트 가게의 바케트 빵 먹듯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도 좋은 책, 간간이 식은 커피와 함께  덮었다 열었다 하면서 읽은 책.



#2003|06|20 01:3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