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난초도둑/수잔올림 지음 [책읽기]

자몽미소 2003. 7. 16. 22:30

생의 열정, 당신의 유령난초는 어디에 있는가?  


"이 세상은 무한히 크고 사람들은 늘 그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과 사물들과 사람들이 있고, 나가야 할 방향 또한 무수히 갈라져 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뭔가에 관심을 쏟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이 거대한 세상이 좀더 다루기 쉬운 크기로 깍아 다듬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무한하거나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가득한 것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본문 176 쪽

난초 채집꾼 존라로쉬를 탐구하는 그녀, 수잔이 떠올린 생각이다. [뉴요커]의 객원기자인 수잔은 존 라로쉬를 만나러 플로리다로 갔다. 그녀는 플로리다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존라로쉬라는 기이한 인물을 취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존 라로쉬는 허술한 법망과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기생적인 인물이며 자본 추구와 자본 증식 욕망이 만연해 있는 백인 사회에서 백만장자를 꿈꾸고 있는 자이다.
이 욕망 덩어리의 보잘것없는 남자를 취재한 논픽션의 글이 이 책이 되었다. 작가 수잔 올린은 존 라로쉬의 난초에 대한 열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는지 보고 싶어 했다 . 그래서 그녀는 존라로쉬의 유령난초를 보고자 인디언의 숲으로 갔다.

작가는 존 라로쉬의 유령난초 불법채취 사건을 취재하며 존 라로쉬 라는 인물의 마니아적 근성과 열정을 알게 되고 그의 개인사와 그의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것은 플로리다의 덩쿨 식물처럼 엉켜 있으며 플로리다 토지 사기 사건, 인디언들의 수난의 역사와 세미놀 인디언들이 어떻게 미국 사회의 욕망과 대결하고 있는지도 취재하게 된다. 취재 도중 그녀 또한 존 라로쉬의 마니아가 되었으며 난초를 향한 가슴을 펼친 인물이 되어간다. 난초 라는 식물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은 헛되고 헛되지만 그 헛됨에 매몰되어 사는 인간들에게 난초는 삶의 가장 큰 에너지이다.

존 라로쉬는 난초와 관련되어 있고 난초 채집꾼은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식민지 지배와 관련되어 있다. 그녀는 존 라로쉬의 열정을 보기 위해 역사와 땅에 관련된 또 다른 인간 집단을 연구해야 한다. 플로리다 주는 미국적 욕망을 끌어 들이다가 어느 날 아침엔 태풍의 힘으로 그들의 모든 걸 멸망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난초에 대해 열광하고 난초는 인간의 욕망을 교묘하게 비틀어 댄다.

이 책은 다시 메릴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의 원작이 되어 새롭게 태어났지만, 영화와 이 책은 아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영화와 책이 곧유하는 요소는 자기 만의 아름다움, 자기만의 세계, 자기만의 에너지에 매료된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그 꿈결같다는 유령난초란 원래 없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시간을 담보하여 음흉한 습지를 지나고 길이 보이지 않는 밀림을 지나야만 나무에 숨은 듯 자라고 있는 이 유령난초 볼 수 있다. 그러나 취재를 나갔던 수잔은 끝끝내 이 유령난초를 볼 수 없었다. 난초 채집꾼에게 신비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유령난초란 이 생을 존재하기 위해 꾸며낸 전설일까.
우리의 남루한 생이 어느 날 활짝 핀 난초꽃처럼 되리란 믿음, 붙잡을 아름다움을 위해 자기 생을 거는 맹목은 어리석은 자의 행위처럼 부질 없는 그것이지만
그래도 당신, 훔쳐내고 싶을 만큼 강렬한 그 무엇, 유령난초를 찾아 걸을 수 있는 생의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가?

그대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찾으며 여기까지 왔으며 또 걷고 있느냐?

 http://www.jejusori.net/  <제주의 소리- 민들레의 책 읽기> 에 올린 글입니다.


#2003|07|16 13: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