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그 섬에 유배된 사람들 [책읽기]

자몽미소 2003. 8. 6. 22:07

중죄인들을 멀리 보내 다시는 모반의 힘을 쓸 수 없도록 했던 유배는, 죽음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자기 상실을 경험하게 하고 절망과 고독으로 한 인간을 철저히 시험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조선 시대의 유배는 그 정치적 격랑 때문에 추방되었던 자가 선택이 되고, 선택이 되었던 자가 처절히 소외되기도 했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갇힘과 풀림','절망과 승리' 라는 표현으로 유배의 이율배반성을 말하고 있다.



얼핏 제주섬에 유배되었던 사람들의 배경과 활동을 정리한 작은 역사서같아 보이는 이 책이 우리들에게 주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척박한 환경으로서의 제주 땅은 권력의 핵심에서 추방당한 이의 정신적 황폐를 더욱 더 조장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의 책임을 다하려는 이들이 있어 이 땅에 작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었음을 책의 곳곳에서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정작 초라한 땅에 코를 박고 있는 민중들의 숨소리까지 고르게 해 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절망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의 삶을 일으키려는 모색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극복한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쳤던 것은 아닐까.



조선조 시대의 관리들의 폭압과 수탈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저항이 그랬고 거기서 생겨나는 반골의식이 극복의 한 차원일 수도 있다면 지식인들의  소신 있는 삶은 그대로 사람을 키우는 향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가 그들 유배인들에게게 가지고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동료의식은 자신의 삶을 묻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유배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과 지식인 또는 시인의 마땅함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은 뿌리가 같은 나무처럼 보인다.



70년대 이후 감귤과 관광산업으로 지나치게 경솔해지고 있는 제주의 자연이 400 여년 전에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의 힘을 요구하였으며, 자연이 보여주었던 거칠음이야말로 오히려 그들의 정신을 드높이고 정제시켰었다는 진실은 자꾸 가벼워지고만 있는 오늘의 우리를 크게 돌아보도록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물질문명 사회의 커다란 압력이 마치 유배된 삶의 현상처럼 느껴지는 현대인,

거친 제주 해협의 풍랑에 휘몰린듯한 우리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자기 정진과 진실한 삶이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2003|08|06 00:5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