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영화, 색-계:움직이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

자몽미소 2007. 11. 11. 17:24

 

 

 

 

 

 

 

1. 여자

 

스무살이다.

일본군이 침입한 나라는 어수선하고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간다. 여자는 대륙을 떠나 홍콩으로 피신한다. 영국으로 떠난 아버지는 그곳에서 재혼을 하고 혼자 남겨진 여자는 아버지의 결혼 축하 편지를 쓴다.

연극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녀는 <중국을 살리자>고 외치며 홍콩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움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된다는 것의 희열을 맛보았다.

 

연극은 실제가 되기 시작한다. <중국을 살리자>고 외치던 여자에게 <중국을 죽이는> 남자를 제거하는 계획은 꼭 해야만 할 일처럼 여겨진다. 그녀와 친구들은 여름방학 동안 그 계획을 위해 연극을 꾸민다. 실제의 연극 무대에서 그녀는 남자를 유혹하는 역, 막 부인이 된다.

 

연극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막 부인이던 그녀는 다시 상해로 돌아가 가난의 줄에 서서 배급을 타고, 끔찍한 일본어 수업을 듣고, 가끔씩 어둔 영화관에서 많이 운다. 그녀로서는 나라를 잃고 집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이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홍콩에서의 연극 이후로 그녀는 친구조자 잃었다.

 

 

2. 남자

 

그는 일본군과 협력하는 정부의 요직에 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그는 항상 몸을 사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홍콩으로 피신하였을 때, 그는 그녀를 만났다. 확 눈에 뜨이는 그녀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만 역시 그는 몸을 사린다. 그녀와 무엇을 말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녀를 향해 뻗는 마음의 길을 애써 외면하고자 한다.

 

3년 후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났다. 부인과 사이를 좁힌 그녀는 이제 그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녀와의 밀애가 시작되었다. 때론 숨막히게 때론 부드럽게, 그 사이 그는 그녀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녀를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3.믿음

 

여자는 남자가 외로웠기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중국을 살리자>는 그 믿음을 믿어야했다.  중국을 살리기 위해서 그 남자를 죽여야 하는 것도 믿어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점점 남자의 심장이 자기의 심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럴수록 혼란은 그녀의 욕망에 불을 지핀다. 그녀는 온 몸으로 그를 사랑한다. 그리고 온 정신을 다하여 그를 증오하려 한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믿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그에게 다가오는 많은 여자를 제치고(죽이고) 그녀를 선택한다. 그녀가 자신 속으로 들어오는 이유에 대한 모든 의혹을 떨치고 자신을 맡기고싶다. 그의 주변은 암살과 증오로 넘쳐 언제 어느때 자신의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그녀야말로 가장 안전한 휴식처이며 마음과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다.

 

 

4.눈물

사랑을 나눌 때 두 사람은 가장 밀접하여 외로움의 두려움을 잊었다. 두려운 사람들은 보다 더 폭력적이지만 두려움을 잊고 있을 때면 가슴이 따뜻해져 눈물이 났다. 사랑의 욕망은 세상에 대한 공포와 비례했지만, 몸이 주는 만족으로 잠시 안온할 수 있었다. 그때 남자의 눈은 부드러워졌고 여자의 몸은 열정을 뿜어냈다. 그러나 여자는 그 열정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5. 한국상영에서 정사 장면을 무삭제 상영한다고 해 호기심이 증폭된  <색, 계>는  남자와 여자 사이를 오고가는 감정의 흐름이 영상위에 잘 표현된 영화이다. 눈짓과 몸짓에서 여자가 변하고 남자가 변하는 모습을 볼 때, 영화의 시간에서 60년을 더 넘어온 우리들에게 그때의 이념은 무척 안타까워보이기까지 한다.  학생시절 순수한 열정으로 그 시대에 저항했던 한 여자가 이후 저항군의 조직원이 되어 강요된 열정을 요구받게 되는 모습, 본성은 계(이념과 조국)를 배반하고 이성은 색(인간으로서의 몸과 감정)을 경계한다.

 

그러나 종국에 , 여자는 조직원들에게 경고했다시피 자신의 심장속으로 들어온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저항군의 조직원 하나로서 죽음을 맞게 되고 총살되는 장소에서는 조직을 배반한 사람으로서 친구들의 마지막 미움까지 받는다.

 

 

영화는 1942년을 중심으로 하여 그 앞의 시간을 더듬으며 그녀의 변화를 마주하게 한다. 어떤 이념의 이름으로 옳고 그름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안에서 쏟아내던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다 알 수나 있단 말인가. 이념의 깃발로 옳다고 여기던 이들이나 매국노 집단의  폭력성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개인이 집단이 되고 나면 그곳엔 어쩔 수 없이 대의를 위한 폭력이 숨어 들게 되고, 각각의 개인은 그가 속한 곳의 믿음을 믿어야한다고 스스로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살기 위해서 그렇다.

그래서 개인은 외롭고 두려우며, 사랑에 기댄다. 사랑에 대한 열정이 짙고 뜨거울수록 그의 내부는 전쟁보다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있으며 자멸의 유혹은 더욱 더 선명하여 거부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그녀가 내보내는 갈등의 표정을 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혹하여야 하기 때문에 유혹하면서 사실은 진정으로 유혹하고 있고, 그에게 다가서선 안 된다고 느끼면서 사실은 가슴을 송두리째 내 주고 있는 그녀는 위험해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속한 조직의 적이며 이 나라의 적이므로 그녀에게도 적이어야 하는 그 남자, 그래서 가장 미워해야 하는데도 미워하는 이유가 실은 연락없이 집을 비운 남자 때문이라는 것은 사랑에 빠져가는 여자를 보게 한다. 그녀의 겉은 조직원으로서 요부를 연기하고 있지만 내부는 점점 그 남자의 요부가 되고 싶어하는 깊은 욕망을 보는 것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