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이혼지침서-쑤퉁의 소설 // 2008년의 책읽기 (18)

자몽미소 2008. 4. 9. 01:07

 

 작가 쑤퉁: 1963년 생, 위화 등과 함께 중국의 현대 문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음.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를 모아 놓은 책.

 

<처첩성군>은 영화  <홍등> 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공리의 앳된 얼굴이 나왔던 영화였나 기억이 가물해서 책은 새롭게 읽혔다.

어느 시대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대략 중국의 근대시기 쯤으로 짐작해 볼 뿐이다. 대학에 들어갔다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갈 곳이 없자  계모의 중매로  50세  넘은 남자의  첩으로 들어온 쑹렌이 주인공이다.  

그 집안에 우물이 있고 그 곳은  억압 속에서도 자기를 찾고자 했던  여자들의 영혼이  머문다. 쑹렌은 그 우물의 비밀을 알게 되고, 다시 그 우물에 두 번째의 첩이 빠뜨려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집안 사람들에게 미친년의 낙인이 찍혀 버려진다.

한 남자 아래에 속해 있는 여자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죽을 목숨처럼 여기는 상황은 조선시대 사극의 여인들간의 암투를 보는 듯한데, 이 소설엔 그래서 정치의 흐름도 짐작하기 어렵고 역사에 휘말리는 개인의 역할도 보이지 않고 오직 여자와 남자의 감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과 의존과 증오가 보일 뿐이다. 위화 소설과 상당 부분 다른 점이다. 개인이 역사와 정치와 따로 떼어져 있고, 봉건제도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 사회를 탓하지도 않는다. 그때 그 여자는 그 집에 그렇게 있었다, 그런 이야기다.

영화 홍등을 인상깊게 봤던 기억 때문인지. <처첩성군>은 중국의 근대시기에 있을 수 있었던 어떤 여자의 이야기를 씁쓸하게 목격한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주인공 쑹렌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이 답답했지만 그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입장이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의 인물인만큼  높은 담장 안에 갇혀있는 어린 여자일 뿐이었다. 그랬으니 소설에 나온 운명을 어쩔 수 없었던 게지.

 

 

<이혼 지침서>은 단막 드라마나 시트콤 하나를 본 듯하다. 이혼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 절대 이혼을 안 하려는 여자, 정해진 시기까지 이혼하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애인.

아내가 지겨워진 남자의 심리 상태가 재미있게 읽힌다. 마치 나 자신도 그 남자의 권태에 전염이 된 듯 매력없어진 아내를 떼어내고 싶어진다. 이후 절대 이혼하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아내의 항거에 지치고, 애인의 이기심에도 진절머리가 나다가 결국 아무 것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남자는 사뭇 안타깝다.

앞의 소설 <처첩성군> 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자는 여자들 틈에서 지쳐간다. 여자들이 무서워진 남자는 앞의 소설에서도 겹쳐 나오는 남자의 마음 상태다.  벼랑으로 떨어지는 남자의 보잘것없음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참 별 거 아닌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벌이는 이혼사건은 우리 이웃 누구나 앞에 닥치면 비슷하게 행하게 될 순서 같아 보이기도 한다. < 쿨하게><세련되게>  이혼하고 헤어지고 싶어도 그게 자기 일로 닥치면 이별을 선언한 상대를 위협하기도 하고 사정을 해 가며 자기를 불쌍히 여겨달라 연극도 하는, 치졸하고 우스꽝스런  존재가 우리 인간 아닌가, 솔직한 우리 모습이다.

 

<등불 세 개>는 전쟁과 사람에 관한 것이지만,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에서처럼 순수한 첫사랑의 감정도 베어있다. 전쟁의 광풍이 조용하던 마을을 휩쓸던 무렵, 마을 사람들은 다 떠나고 오리 키우는 소년 하나만 마을에 남겨진다. 그 소년은 모든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는 비엔진이다.

소년은 소녀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 소녀는 병든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등불 세 개를 켜야 해서 기름을 찾는 소녀와 그걸 도와주는 소년, 그러나 소년은 왜 등불을 꼭 세 개나 켜면서 아버지를 기다려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싸움이 마을을 훑고 지난다. 소년은 소녀와 소녀의 엄마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그들이 기다리던 아버지도 결국 죽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고 마을이 빈 동안 소년은 수많은 총성이 자기 마음에 들어와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픈 소년은, 이제 오리보다 그 마을 사람들 보다 소중한 무엇이 자기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소년은 소녀를 실어 갔던 등 불 세 개가 달린 배를 찾아 오리와 함께 길을 떠난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선물로 받은 책이어서 다른 책을 일단 덮고 이것부터 읽었다. 저녁과 밤이 꽤 근사했다. 바깥은 바람이 세어지고 있었다. 비를 부르는 바람이다 . 내일은 비가 올 것이다. 소설책을 덮을 때 비가 오는 새벽을 맞이하고 싶은 걸 보면, 역시 소설 읽기는 마음에 울림을 남기는 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