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몸으로 하는 공부-2008년의 책읽기 (16)

자몽미소 2008. 3. 2. 22:52

 

몸으로 하는 공부-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여름언덕

 

 

 

오후에 강유원씨가 번역한 책을 읽고 곧 이 책을 잡았다.  <달인> 이란 책의 주제가 몸의 구체적인 연습이었던 것과 같이  이 책에서도 지은이 본인의 체험과 그를 통해 얻은 지혜를 동원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공부에 대한 강유원의 생각은 이미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 다니고 있어서  책의 말미 부분은 이미 읽었던  적이 있었지만, 말하자면 이 책은 공부하는 게 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꼭집어 말해주는 게 있어 다시 읽어도 좋았다.

 

그의 글 여러 군데서 통쾌함을 느꼈다. 대학의 지식인, 대중매체에 나오는 인기 지식인처럼 두루 비판한 것도 있었지만, 이문열, 김용옥을 비판할 때는 내가 누군가와 싸우다가 말발이 약해 뒤로 물러나고 있을 때 똑똑한 친구 한 명이 나와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니 네가 잘못한 것이라고 나를 거들어 주는 듯하게 반가웠다. 그는 이 책을 그저 잡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주제가 여럿인 게 나로서는 읽기에 편했다.  도중에 그이가 읽고 인용하는 책에서  다시 읽어 보고 싶다거나 제대로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책들도 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 비슷한 시기에 났던 사람의 비슷한 감정에도 반가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다져진 이의 글읽기와 삶읽기, 사회와 사람의 문제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판단에는 내 부족한 공부가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도 새록 생겨났는데, 지난 번 읽은 책(공산당 선언)에서는 책 앞장에 나온 작가 소개에서 그가 아직도 제도권에 속한 교수가 아니라, 시간강사이며,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세상에 내놓은 번역서와 자신의 책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서는 지은이 자신이 자기를 일컬어 시니컬한 사람이라는 고백을 하는 것을 읽었다. 물론 그 글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한 말이 아니라 학문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는데, 나는 그가 자신을 표현한 그 문단에서는 좀 뒤로 물러나는 기분도 들었다. 뭐라고 했냐하면,

 

 

" 내가 본래 시니컬하다고 하면 일단 나는 매사에 냉소적인 사람이란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 뭘 열정적으로 하는 것도 비웃는 사람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런 태도를 취하는가?

아마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뭐 그리 열심히 할 게 있나 싶어서 그럴 것이다. 사람은 언제 변할지 모르니 믿기가 어렵고, 이념은 불변의 것이 아니라 세상에 따라 변하니 그것도 내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게 주저된다.

그러나 더러는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사람에 매달리는 것을 선뜻 내켜하지 않는 게 경박함을 없애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중략

 

 나는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기준이 대체로 그렇다. 사람 자체보다는 그가 하는 짓을 따진다. 그가 나와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서로를 이용할 것인지 등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난 소위 '인간적 관계'로 얽힌 사람이 별로 없다. 담담하게 사람을 만날 뿐이다

 

중략 

 

한국 사람은 정이 많다고 하니 난 그런 종류에 속하지 않는 모양이다."

 

 

위의 내용으로 그려 보는 강유원은  공부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옳고 바른 선생이긴 하나 가까이 다가가기엔 어쩐지 어려워 보이는 지도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오히려 정이 많고 인간적 관계에 중요성을 느끼는 인간이라 그런지,  강유원 이 사람의 위의 글을 보고는 그가 하는 짓, 즉 글쓰기에 관한 그의 글과 글읽기에 관한 그의 글만을 높이 쳐야지 이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보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나랑은 잘 안 맞을 사람이지만 그가 내 놓는 저작은 마음에 든다. 그래서 또 나는 그의 책을 더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