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육체에 심장이 있어 발딱이는 생명을 상징하듯, 인간 마음 속의 덕, 양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붉은 하트는 심장이고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은 우리 인간 중에 심장은 있으나 양심은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무려 4 %의 사람이 양심이 없는 사람, 바로 소시오패스 라고 한다. 물론 대략 4 %, 100명 중 4명이라는 이 비율은 나라마다 다르고 서구 문화권이 동양문화권보다 더 놓은 비율을 보인다. 요즘 엄마들처럼 자식들에게 <야! 싸가지 같은 건 없어도 좋으니까 공부만 잘해라!> 라고 주문하는 사회, <도덕 그딴 거 없어도 경제만 살리면 되지 뭐! >라며 대통령을 뽑는 나라에서 그런 사람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인간의 오감에 덧붙여 제 6감을 직관이라 부른다면 이 양심은 제 7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이 일곱번째의 감각이 없는 인간들은 주위 사람을 교묘히 고통에 빠뜨리면서도 전혀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거나 자신의 행동이 나빴다거나 반성하며 개선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악인이었던 그들이거나 국가의 리더들만이 아니라, 사회적 명망과 뛰어난 외모와 매력을 지닌 그래서 누구도 그 사람이 그렇게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사람들이 소시오패스-양심없는 인간-로서 우리 옆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소시오패스인지, 그런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방식과 왜 우리가 그들을 알아볼 수 없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그러면 무엇이 소시오패스를 야기하는가? 저자는 여러 과학적인 근거로 그 원인에 접근하면서도 사실은 그 사회의 가치관이 소시소패스 양산에 기여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개인주의가 중요시 되고 그래서 개인의 이익이 다수의 이익보다 우선해도 지탄받지 않을 때, 그런 사회적 분위기는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덜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이 양심적으로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인간에게 남겨진 희망이라고 여긴다. 양심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명성을 얻고 살며 곧 죄값을 치룰 것만 같은데도 여전히 잘 살고 있는 것을 볼 때 양심을 갖고 사는 것은 자신은 물론 자기의 자손들에게도 경쟁사회에서 도태되고 만드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양심을 갖는 것이 왜 좋은지도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여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멀리 역사적인 인물들의 최후나 양심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지는 전쟁지도자, 또는 뉴스에 이름을 올리던 무시무시한 범죄의 주인공을 떠올리기보다는 지난 해 치렀던 선거때의 동영상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던 그들의 빤질거리는 얼굴도 떠올랐다. 둘 다 믿을 수 없는 얼굴이었고,목소리였고,태도를 보였는데도 그 둘 다 어쨌든 부자였다. 보통 사람이 보통 상식으로 살아서는 벌 수 없는 돈을 참 많이도 가진 이들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그 중의 한사람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어쨌든 경제를 살릴 사람을 뽑아야지! 그래서 두어달이 흐르고 보니 그 밥에 그 나물, 경제적으로는 아주 밝아 억억 소리 나는 부자이나 보통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진 상식과 도덕은 갖고 있지 못한 불우한 사람들이 <강부자>란 이름으로 두 팔 벌리면서 파란 지붕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나는 또 어떤 남자도 뚜렷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를 만났을 때 나는 그를 매우 훌륭한 인간, 그래서 나는 그를 정신적 지주 쯤으로, 요즘 이야기 하는 소울메이트로 여기며 살았었는데 이후 된통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아주 곤욕을 치르면서도 잘 모르고 그의 게임에 자꾸만 빠져들었었다. 그가 소시오패스 였던 것이다. 현란한 말솜씨는 그를 마땅히 존경하게 한다. 가끔 동정을 구하며 사람 마음을 붙잡으면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는 상대를 경멸하면서도(모든 이들을 경멸하던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바로 앞에서는 매우 상냥하여 칭찬을 받은 사람들은 바로 그의 사람이 되어 버린다. 어쨌든 상황을 교묘한 싸움으로 만들어 게임을 하듯 하는 태도, 남을 지배하기 위해 골머리를 짜내어 술수를 부리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훌륭한 직장과 사회적 명성과 작품과 존경까지 받고 있는 그를 이 책에서 보았다. 지금도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악행을 숨긴 채 떳떳하게 살고 있다.
소시오패스가 이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에게 당한 사람들이 침묵하기 때문인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기의 허물을 드러내놓지 않을 사람을 먹잇감으로 고르기 때문이다. 곳곳에 안전장치를 해 두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말 좋아서 그에게 친절한 것이 아니라, 그런 친절로 사람을 심어 놓으면 나중에 쓸모가 있기 때문에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대략 4%의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몇 명은 이런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괴롭게 했던 양심없는 그들도 생각났지만, 나 자신도 확실히 양심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해야했다. 내 인생의 어느 때도 언제나 양심적인 사람이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여주는 몇 개의 사례 중에는 일하지 않으려는 남자, 여자에게 얹혀 살기 위해 자기를 부양해줄 여자를 찾아 결혼하는 남자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내가 그만 가슴이 팍 찔렸다. 거꾸로 꼭 합치하지는 않지만, 일하지 않고 남에게 얹혀 살려는 무책임한 사람도 소시오패스-즉 양심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으려는 여자가 바로 나다. 남편에게 얹혀 살고 싶지, 경제적인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인 것 이외에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어쨌든 남편에게 나를 부양하라고 요구하고 나는 일하러 나가지 않고 있으니 가슴에 바늘 한 방울 콕 들어왔다 나갔다. 아팠다. 아픈 걸 보니 내 속에 양심이 아직 살아있긴 하구나, 영 몹쓸사람, 소시오패스는 아닌가보다, 이렇게 위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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