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영화- 파이란

자몽미소 2009. 2. 10. 15:52

 2001년에 영화 파이란을 보고 감상을 적어 두었던 것 같다.

그걸 2003년에 만든 MSN 블로그에 올렸나 보다. 2005년까지는 몇 개의 글을 올리기도 하다가 2006년에 DAUM 블로그를 하기 시작한 후로 문을 잠그고 나서는 지금은 주소며 내 아이디조차 잊어 먹고 들어가 볼 수도 없는 그곳에서 언젠가를 위해 남편이 살짝 꺼내어 저장해 둔 것. 그 언젠가가 오늘이다. 갑자기 내가 파아란 영화를 보고 감상을 적어 두었던 게 생각나 남편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자료라는 생각에 신문 광고에서부터 이제는 듣지도 않는 엘피 디스크까지 모아두는 남편의 버릇이 이런 때는 아주 요긴하다.

 

영화 파이란 에 관한 8년 전의 내 생각.

 

 

 # 2003년 03월 29일 [토] 20:18:50 봄빛물든

 

 

 

파이란-봄의 바다 [영화읽기]

 

 

깨달음은 항상 늦게 찾아오는 법이죠.

한 남자가 울고 있습니다. 처음 받아보는 사랑의 편지와 자기를 기다렸다는 애절한 여자의 몸을 네모상자의 유골로 안은 그의 등 뒤로 푸르디푸른 바다가 시립니다.

뒷골목 3류깡패 강재는 그제서야 자기의 삶이 너무나 형편없었다는 자각과 함께 이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었다는 회환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영화는 잘 짜여진 각본에 힘입어 왜 그녀가 하찮키 짝이 없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개연성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 그녀가 강재를 찾아가던 날, 왜 하필 인천 깡패 강재는 경찰에 연행되었을까 하는 것도 묻지 않은 채, 영화는 그저 가슴 아픈 엇갈림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 그녀의 기다림은 자전거의 바퀴처럼 반복되며 그 긴 시간만이 보는 이를 아프게 할 뿐입니다.

 

 

이 땅의 서쪽 도시 인천 바닥에 도시의 쓰레기들에 묻힌 강재가 있다면, 동쪽 바닷가 마을에는 하얀 빨래를 널어 말리는 바닷바람 같은 정갈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며 새로운 꿈을 키우던 이 여자는 이 사회의 어두운 욕망에서 겨우 벗어나 도착한 세탁소에서 그녀의 꿈을 뒤로 한 채 우리 더러워진 세상을 빨고 있던 걸까요?

희게 희게 빨아 놓은 빨래는 무심한 바람에 나부끼고 그녀는 차츰 그녀의 꿈 대신 기다림을 먹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만 억센 세상의 칼에서 비켜날 수 있다는 걸 지혜롭게 눈치라도 챈 것인지 아귀같은 폭력에 순순히 따르다 보면 그녀를 위로하는 것은 사진 속의 한 남자, 그의 어줍잖은 빨간 마후라와 그 마후라를 목에 걸친 강재의 얼굴입니다.

그럴 때 그녀는 그를 부르고 그녀의 목소릴 전합니다. 녹슨 물이 한참이나 나와서야 세수를 할 수 있는 그녀의 방, 그 초라한 방은 숨쉬는 곳마다 도사리고 있던 우리들의 폭력과 닮아 있지만 그러나 그녀가 살고 있는 방은 보잘것 없는 것조차 풍요하게 합니다.

단정함이란 그런 것인가요? 단정하게 빗은 그녀의 머리가 그렇듯 앉은뱅이 책상이 놓인 그녀의 방엔 고작해야 이불과 비키니 옷장이 전부이지만 그녀는 독특한 기다림으로 그녀의 방을 수놓으며 편지를 씁니다.

 

그녀가 그랬죠. 서류상의 남편이지만 매일 바라보다 보니까 사랑하게 되었다고요. 사랑하다 보니 기다리게 되고 기다리다 보니 혼자인 게 너무 힘이 들었다고요.

 

자칭 '국가대표 호구'라는 강재가 바닷바람에 눈물 훔치며 자기 삶에 따뜻한 사랑으로 찾아왔을 한 여자의 편지를 읽고 읽습니다. 그의 깊디깊은 회한은 어디서 많이 본 것인가 했습니다. 이 남자, 무척 외로웠던 거죠. 누군가 자기를 사랑했었단 사실 하나에 가슴이 무너질 정도로요. 어디서도 그는 사랑이란 걸 알지 못하고 살아 왔었고, 그가 단한번도 손잡아 주지 못한 여자는 외로움으로 더 붉은 피를 토하며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들 둘이서 서로의 고향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을, 그들을 바라보면 슬퍼지기보다 아프다는 게 그 때문입니다.

 

강재는 문득 자기의 잊혀진 꿈을 마주합니다. 고향인 바다에 돌아가기 위해 돈을 모아야 했고 돈을 모으기 위해 깡패가 되었던 그는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인지 그래서 자기 생의 꿈을 다시 만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 소박한 꿈조차 어느 틈에 또 다른 결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사장의 살인혐의를 대신 받아주면 그의 오랜 꿈을 사주겠다는 위험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바다와 배는 그가 진정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꿈이요 고향이었는데 아름다움은 그렇게 지켜내기가 어렵고 소유하기가 어려운 것인가요. 아름다운 것들조차 흥정을 하고 있는 비열함과 힘을 가장한 폭력에 분노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저 그 광경만을 보고 있습니다. 늘 곳곳에 있는 일상의 폭력에 우리 너무 길들여져 있던 거겠죠.

그러나 여행의 끝에 사랑을 몸 전체로 느끼고 돌아온 강재는 불온한 것에 길들여지지 않았던 본연의 순수를 찾았나 봅니다. 사장의 제의를 거절하니까요. 그리고 이제 그는 아무 것도 없는 빈 몸으로 떠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떠나는 그를 붙잡는 것, 바라보며 노래하는 듯한 "파이란의 바다"를 보게 된 것은 그에게 진정 무엇이었을까요.

그를 사랑했던 한 여자의 목소리와 미소와 실루엣, 그녀의 뒤로 시리고 푸른 배경이 되어주던 동해 바다 때문에 행복해지는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그러나 잠깐동안의 위로 뿐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오랜만의 평화와 행복이 찾아들 무렵, 결국 그는 검은 손에 의해 맥없이 목숨을 잃고 그가 소중히 안으며 고향 길의 동반자를 만들려던 그녀의 유골조차 도시의 쓰레기처럼 함부로 버려집니다. 그는 꿈도, 사랑도, 또 다른 생도 결코 만나지 못한 채 도시의 욕망과 도시의 폭력에 순순히 목숨을 내놓게 되는 거지요.

 

 

기다림을 통해 사랑을 만들던 한 여자와 사랑을 통해 새 삶을 꿈꾸던 한 남자, 늦게 찾아온 깨달음에 몸 다시 추수리고 정갈한 한 여자를 기억하고자 하였던 그들의 사랑, 그들의 처절한 외로움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렇게 쓸쓸하게 도시의 음흉한 비밀이 되고 맙니다. 모두 외로운 계절입니다. 이 작은 삶을 따뜻하게 할 것들이 그리운 시간이 된 것입니다. 뒤늦은 후회를 하기보다 내 발걸음 천천히 돌려 돌아볼 일입니다.

---2001년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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