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공부도둑-장회익/생각의 나무/2009년의 책읽기11

자몽미소 2009. 6. 21. 00:53

 

 

 책 읽은 날짜-5월 어느 날

책을 읽고

아마도 이 몸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리석은 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이렇게 있기까지 부모님과 그 위로 올라가는 모든 조상님은 물론이고, 40 억 년이나 이어진 이 온생명이 결국 내 몸의 주인이자 좀더 큰 의미에서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안에서 함께 삶을 이루어나가는 모든 사람 그리고 내 형제나 다름없는 모든 생명붙이가 지금까지 내 몸을 지탱해준 내 몸의 주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중략)

 그래서 우선 내 지나온 자취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얻은 생각은 내 삶이 끝없이 추구하며 지내온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뭐 대단한 탐험의 길도 아니었고 또 대단한 성취를 얻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즐기면서 함께해 온 놀이로는 의미도 없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 앎과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온 생애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공부꾼이라고도 했고 때로는 앎을 훔쳐내는 공부도둑이라고도 했다- 책머리의 작가의 글

 

나이 70에 들어간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졌다. 물리학자 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 내어  편안히 읽힌다. 

집안 이야기 속에서는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고자 했던 소년의 고군분투가 눈물겹게 읽혔다. 가정의 경제 사정이나 할아버지의 공부에 대한 편견에 비하면 저자 본인이 일구어야 하는 공부의 길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워낙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던 덕분이다.

문장은 평이하지만 한 삶을 아우르는 자기 긍정성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이의 공부 비결이라면 바로 자신을 믿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려는 성격에서 연유하지 않았나 싶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말을 이 책의 여러 행간에서 읽게 된다.

책의 후반기에는 온사상에서 대해서 쓰면서 우주설에 관한 내용을 썼는데 그 부분은 잘 읽을 수 없었다. 물리학적인 설명을 도대체 들으려고 하지 않는 내 두뇌 구조 탓인가도 해 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책의 저자는 젊었을 때부터 생물학에 관해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물리학자가 되었다. 나는 물리학은 재미 없어도 생물학은 재미있게 읽는 편이다.  

 

공부에도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그는 아이슈타인 계보의 사람이었던 모양이고,이후 서울 대학교의 교수일을 하면서 연구하고 제자를 길러 내며 자기 공부 길을 제대로 잘 일군 사람인 것 같다. 성공적인 공부 도둑인 셈이다.자기가 훔칠 게 뭔지를 잘 아는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