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디테일토킹-말하기의 기술이라!- 2009년의 책읽기 17

자몽미소 2009. 7. 14. 11:55

 

 

당신의 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 입니까?

그것이 대학입시 시험 점수로만 대답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 실력이야 우등생 수준이겠지만은 글쎄, 국어능력을 갈래로 나누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영역으로 구분해 보면 읽기, 듣기, 쓰기에 비해서 말하기 능력이 상당히 저조한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나 맨 처음 서울에 갔던 고등학교 수학 여행 때,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나는 말 끝을 흐렸다. 이거 얼마에요? 의 '에요'를 붙이지 못해 '이거 얼마...?" 하다 보니 거래가 이루어졌다. 제주말이라면 '에요?' 대신 '우꽈?'를 붙일 것이지만 그 장소에서 통용되지 않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종종 소리로 배운 제주말과 문자로 배운 표준어 사이의 간극이 소통을 방해 한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도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낼 때는 가능하던 다정스러움이 전화로 통화 할 때는 사라져 버린 것을 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통화는 짧고, 자주 하게 되지도 않는다. 할 말이 별로 없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그러는 바람에 자식이 어른이 되었고 부모는 노인이 된 지금, 서로 가져보면 좋음직한 일상의 사소한 관심과 배려가 표현되지 않고 숨는다. 용건이 없을 때라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봐도 좋으련만 전화 선 사이의 어색함을 불편해 하는 우리 가족은 되도록 용건만 간단히 끝내는 통화를 한다.  전화를 안 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가끔 동생과 통화를 하고 나면 기분이 나쁠 때도 있다. 공손하지 않은 제주말이 귀에서 걸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 말이 전혀 없는 편도 아니라서 수다가 생길 때 나는 나의 새 집인 이 블로그 방에 수다를 늘어 놓지만 이 방에서 지껄이는 모든 것은 글자이다. 소리로서 세상에 나올 말로는 수다떨기를 삼가는 편이다. 말로는 표현해야 할 것을 다 하지 못할 뿐더러 오해의 빌미를 주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내 귀는 자주 제주사람들의 말을 다 넘기지 못해 귀로 들어간 소리가 마음에 닿아 상처를 입는다.

 

내 말소리, 말법에 대한 자신없음 때문에 마음 서글퍼진 사람에게 말로 다가가지 못한다. 상처난 마음을 치료할 도구가 변변치 않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누굴 제대로 위무하고 달래줘 본 적이 있던가, 어쩌다 마음 먹고 다가가 쓰다듬다가 내 말하기가 되려 상처를 긁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몇 주 전에는 학교 일로 힘들어하는 조카에게 힘을 준다는 게 그만 아이를 울리고 말았다.

 

누구를 만나자고 먼저 연락하는 일도 삼가게 된다. 만약 내가 말을 재미있게  하고 평범한 일도 듣는 이를 솔깃하게 하는 말재간을 가져 상대를 잘 웃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집보다는 밖에서 즐거운 인생을 찾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지루한 사람이 만나자 연락을 해 오면 그건 더 곤란하다. 꼭 만나서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서로 얼굴 보고 앉아서 이 말 끝나면 다음에 무슨 말로 시간을 채우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면 앞에 앉은 사람에게 대단히 미안한 일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좋았을 관계를 해친 것 또한 내 말하기의 부족에 연유하였단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마음을 말로 드러내놓을 때 어려움을 겪었고, 생각과 달리 밖으로 꺼내 놓은 표현은 상대와의 거리를 늘여 놓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귀는 너무 예민한 나머지 아무렇게나 말하는 이들을 무척이나 경계하였다.

 

상담이론과 심리학을 기웃거리게 되는 건 거의 이 말하기에 자신없던 내면을 돌보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어떻게 말하는가에 마음을 두고 살았다. 그런데도 사고를 지배하는 표준어와 입술과 목청에 달라붙은 제주말의 차이로 인해 밖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원래 의도했던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산다.

 

신문에서 <디테일토킹>이 눈에 띈 것도 이 때문이다. 즉각적이고 특별한 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서평을 읽고 책을 주문하며 꽤나 기대를 하였다.

 

또 한 번 나는 광고에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책은 주로 회사나 낯가림 있을 공간 에서 일어나는 말하기의 오해와 해결방법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빨리 용건만 전달하는 화법을 지양하고 세심하고 사려깊은 접근과 그림같이 따뜻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라는 것이다.

말하는 이유를 자주 말하고, 그림을 그리듯이 디테일하게 말하고 전문용어와 통계자료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말하고 관계형성을 방해하는 어구 또는 부사를 쓰지 말라는 당부 등.

 

나로서는 낯가림을 이겨내며 밖에 나가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니 주로 가족간 대화에서 어떤 도움을 받으면 좋을까를 봤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은 나 보다는 우리 남편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부부간 말법은 내가 남편 맘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남편이  내 마음을 상하게 했던 때가 많다. 밖에서 강연할 때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매끄럽게 끌고가는 남편이 집에서 오고가는 탁구대 대화에서는 곧잘 말이 흩어지곤 했다. 내가 긴장해 있을 때 흐트러진 남편의 말은 부부쌈의 원인이 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남편이 무심하다고 서러워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다정한 사람이지만 여성에게 무심한 면은 나만 아는 거라고 면박을 주기 까지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온대로 부부간 대화법을 남편이 꼼꼼이 읽어 도움을 받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 어떤 사람에게는 쉬운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훈련이 되었을 때, 에너지가 필요한 그 일을 위해서는 어떤 장소는 자유로운 곳으로 남아야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몇 개의 사례를 읽다 보면 오히려 어떻게 집안에서 이렇게 까지 말해야 하는가 싶어진다.

저자는 비유하기를  말하는 법도 연습과 단련으로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인데,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은 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면서 잡담이나 하고 돌아가면서 왜 나는 살이 안 빠질까 하는 꼴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도 몸을 만들 듯이 단련을 해야한다는 것인데, 일용할 양식을 얻으러 나간 정글에서 하던 일을 또 가정에 돌아와서도 긴장상태를 유지한 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고개 갸웃해진다.

말하기를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이 책의 광고는  과장은 아니다. 회사 또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되돌아 보며 자신이 주로 쓰는 표현의 오류를 되짚어 보는 데는 필요한 부분이 있겠다. 그러나 나처럼 영업의 목적이 아니라 관계의 질을 따지는 대화법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은 계발서의 부류에 들어가는 것이지  심리적인 상황을 이해하며 말하기법을 키우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