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에-
과거에 맛 보았던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은, 과거 자신이 속해 있던 '총체적'인 세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고향이나 고국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 과거 그곳에 있을 때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보려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자신이 '총체적'인 세게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과거의 음식을 맛봄으로써 잠시나마 그 '총체성'을 회복하려고 시도한다. 여기서 분리의 경험은 고향을 떠나는 것과 같은 물리적 차원에만 관련되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를 망각하는 것, 과거의 경험을 완전한 상태로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분리'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 백석의 맛,프로네시스,176 쪽,
책날개에, 김훈의 말
맛은 육신과 정서에 사무친다. 먹을 때는 생활이고 먹고 싶을 때는 그리움이다. 맛은 관념이나 추상이 아니고, 먹는다는 것은 삶과의 맞대면이다. 맛은 삶에 대한 직접성이다. 맛은 설명되지 않고 다만 맛볼 수 있을 뿐이다.
백석의 시에 나오는 북방음식들은 떠돌려는 삶을 생명의 핵심부에 자리 잡게 하고, 거기에 건강한 서정을 부여해준다. 개인의 내면 안으로 심화된 서정이 공동체와 역사 속으로 확대되는 모습이 백석 시의 장관일 터인데 소래섭 교수의 글이 그 심화와 확대의 과정을 신바람 나게 추적하고 있다
책 30쪽- 32쪽
사람들은 그( 미국의 저술가 피셔(M.F.K.Fisher)에게 묻곤 했다고 한다. " 왜 당신은 다른 작가들처럼 권리와 안전을 위한 투쟁이나 사랑에대해서 쓰지 않고 음식에 대해서 쓰는가?" 그는 자전적인 글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고 마찬가지로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도 말하면, 가장 쉬운 대답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 있다. 음식, 안전, 사랑이라는세 가지 기본적인 욕구는 뒤섞이고 뒤엉켜 있어서 그 중에 어느 하나만은 따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가 굶주림에 대해서 쓸 때면, 실제로는 사랑에 대해서, 사랑에 대한 굶주림에 대해서 쓰게 된다. 포근함에 대해서, 포근함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따뜻함에 대한 굶주림에 대해서 쓰게 된다. 그것들은 모두 하나다. ... 빵을 먹고 와인을 마실 때면, 거기에는 우리의 육체를 넘어서 있는 것것들과의 영적 교감이 있다. 그것이, "왜 당신은 전쟁이나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에 대해서 쓰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이다.
백석 시의 음식 또한 피셔가 말한 바와 같이 세 가지 차원과 관련맺고 있다. 백석 시에서 음식은 물질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백석 시의 음식은 허기를 달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어떤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며, 그러한 욕망을 넘어서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대부분 어떤 빛에 감싸여 있다. 음식은 그 빛을 시간과 공간 속으로 확장시키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우리는 백석에 대해서 " 왜 그는 식민지의 가혹한 현실이나 근대화된 도시에 대해 쓰지 않고 음식 따위에 대해 썼을까"와 같은 질문만을 던져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할 때도, 음식을 물질과 욕망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만 이야기 해 왔다. 우리의 경우 음식에 대한 관념은 주로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는 문제에 한정되었고, 음식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영양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 음식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없었고, 따라서 음식을 정교하게 분석할 이론과 개념도 부재했다.
오히려 백석이야말로 근대 문명이 도입된 이래 불과 널마전까지 음식에 관해 가장 깊은 사유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백석 시에는 우리가 음식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마치 그는 음식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수행하고 있는 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결호 사소하지 않다.
책 146- 7 쪽
백석 시집, 『절간의 소 이야기』
시, <탕약>
시, <여승>
시-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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