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자몽미소 2009. 12. 9. 22:05

 

 

 

책표지

  

*죽음을 기억하라

 

누군가의 죽음은 나를 숙연하게 한다. 죽은 이가 몹시 나쁜 사람이었다 해도 죽음으로서 그는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죽음은 남은 이를 슬프게 하고, 비탄에 젖게 하고 그와 관련했던 인연들에게 무거운 짐을 남기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하찮은 것은 없으며  죽음은 탄생만큼이나 의미 있는 무엇이다. 그랬으므로  나는 죽음을 애도했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죽음은 삶의 또다른 이름이다. 삶이 앞면이라면 죽음은 뒷면이고, 삶이 이 세상이기에 죽음은 저 세상이라 한다. 가서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한 때 나와 함께 했다는 일이 새삼스럽다.  반평생을 사는 동안 내가 맺은 인연이 죽음의 길로 가서 다시 살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한 그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때는 '왜 그래야 하는데?', 따져 물을 수 없는 걸 따져 묻는다.

 

*소설의 작법을 보아라

 

이 책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는 제목에서 "죽음의 심오한 사색'을 기대했었다.  그래서 첫 장 "달" 편에서는 '달'을 사람 이름으로 읽지 않고,  하늘에 뜬 달로 생각해서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 속으로 걸어들어 가야 했다. 소설 속의 상황을 나중에야 알아차렸지만, 소설을 다 읽고는 감흥없이 허탈했다. 끊임없는 못질, 어머니의 관을 만드는 케시의 못질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 듯 주얼식의 짜증이 나기도 했다.

포크너, 라면 익히 귀에 익은 작가였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그의 다른 책에 관해 호기심이 사라져버렸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을 한국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면, 출판사에서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고를 수는 없었을까, 꼭 이 책이었어야 했을까 까지, 괜한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19 세기 말의 미국 남부, 가난한 농부와 자급자족을 하는 가난한 가족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지금의 미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 당시의 미국 남부 시골과 사람살이를 보고 있다는 자위를 해 보긴 했지만, 포크너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란 한 나절 걸리는 거리를 우회해서 돌아가느라 40일이나 걸려버린 이 소설 속의 길처럼 지루하고 어이없었다.

 

애정 없는 남편 앤스에 대한  아내 애디의 복수와  멍청하도록 아내의 말을 따르려는 아버지의 결심이 우여곡절을 만들어내었고  가족 각각의 입장과 생각, 이웃들이 이 소설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그 결말에 이르러서는 독자들의 허를 찌르고야 마는 앤스의 행동은 포크너식 소설의 기량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독자로서는 그 마지막 반전에서 탁 맥이 풀리긴 하면서도, 그렇다고 탁하고 무릎을 치게 되지는 않는다.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기법이 그 당시, 문학계에서는 주목받는 소설 기법이라 할지라도 어쨌든간 포크너가 그 영향을 이 소설에 가미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는 건 그때의 이야기이고, 현대의 독자로서는 그의 소설에 대해 평점을 높이 줄만한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결코 진지해지지 않는 모습이 왁자지껄 시트콤 같은 소설 속 일련의 행동들은 그때 당시로서는 독자의 헛웃음을 자아내게는 되었을지라도, 지금 내가 읽으면서는 너무나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고, 작가가 괜히 말을 아끼는 바람에 그닥 효과도 없는 효과를 위하여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겹쳐 이 소설의 글쓰기가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다가 이 정도로 써도 주목받았구나, 하는 폄하까지 하게 되었다.

 

*제목을 기억하라

책 내용은 그랬지만, 제목은 마음에 든다. 

이 제목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월리엄 포크너를 저만치 밀어내고, 나에게 올 죽음에 대해, 나에게서 인연을 앗아간 죽음에 대해 수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이 소설의 효과라면 바로, 제목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래의 기억과 그 갈래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일 것이다. 

  

 

 

* 그외. 죽음을 다룬 책과 독후감

메멘토모리- http://blog.aladdin.co.kr/treechair/323078

에브리맨 - http://blog.daum.net/namu-dal/15961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