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10년에 읽는 책-그저 좋은 사람

자몽미소 2010. 1. 11. 08:44

 

알라딘에 소개된 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줌파 라히리의 소설집. 이 책은 출간 이후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책', '「타임」지 선정 최고의 책' 등 유수 매체에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각 작품들은 하나같이 가족, 연인, 친구 등 밀착된 관계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 담긴 복잡함과 불화 등을 묘파한다.

또한 작가는 인도계 작가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무엇인지 파고든다. 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담담한 문체로 그려지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써낸 듯한 글에는 저마다 가시가 들어 있다.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그려낸 여덟 편의 단편은 독자를 케임브리지에서 시애틀로, 인도에서 타이로 안내한다.

표제작 '그저 좋은 사람'은 줌파 라히리 특유의 재능이 넘치는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한 문장과 감정에 대한 풍부한 통찰,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수드하는 낙오자가 되어가는 남동생의 삶에 개입하려 하지만 상황은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구제하려는 시도가 과연 가능한지 묻는다.

1
길들지 않은 땅
지옥-천국
머물지 않은 방
그저 좋은 사람
아무도 모르는 일

2
헤마와 코쉭
일생에 한 번
한 해의 끝
뭍에 오르다

옮긴이의 말

P.48 : "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냐?"
루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라면 이 결정을 이해해주고, 잘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루마는 그동안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면서 여섯 자리 이상 연봉을 벌어왔다. 로미가 겨우 연명하고 있을 때 말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당한 역할을 요구해왔다. 아버지는 장남으로, 어머니는 두 번째 남편으로. - '길들지 않은 땅' 중에
- 알라딘
P.102 : “그이를 잘 아셨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데보라가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고는 "이 일을 알고 계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엄마는 몰랐다고 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셈이었다. 단지 엄마는 오래전에 다친 상처가 아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아마 살다 보니 습관처럼 그렇게 된 것 같았다. - '지옥―천국' 중에서 - 알라딘
P.140 :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혼자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 '머물지 않은 방' 중에서 - 알라딘
 
 
 
역자 : 박상미
  • 최근작 : <우연한 걸작>,<취향>,<빈방의 빛> … 총 8종 (모두보기)
  • 소개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뉴욕으로 옮겨 뉴욕 시립대에서 미술사학을, 뉴욕 스튜디오 스쿨, 이탈리아 움브리아 아트 스쿨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남편과 고양이 노마와 함께 살고 있다. 패션 컨설턴트로 활동했고, 현재 작업, 저술 및 번역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뉴요커>와 <취향>, 번역서로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빈방의 빛>, <미술탐험>, <여성과 미술> 등이 있다.
  • 링크 :

 

 책을 읽으며 생각하다

어머니가 먼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세상을 먼저 떠날 수 있다. 아버지 혼자 지내고 있어 아버지의 생활을  자식으로서 어느 정도 책임지고 간섭해야 할 때, 나는  또, 우리 형제는  아버지에게 얼마만큼 할 수 있으며 우리 가족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게다가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남자로서 자식들과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책 속의 단편 <길들이지 않은 땅>에서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그 상황을 상상했다. 아버지를 모시겠다고도 할 수 없고 책임지지 않을 수도 없는 딸의 입장과 이제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자유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행지에서 만난 자신의 새로운 연애에 대해서 딸에게 고백할 수 없다. 죽어 버린 자기 아내와 마주하는 것 같은 딸의 외양은 아버지로 하여금 남편의 죄책감을 불러 일으켰다. 딸네 집에 잠시 왔던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야 아버지의 변화를 눈치챌 뿐이다. 소설은 그렇게 마무리 된다.

 

책 속의 단편 <그저 좋은 사람>은 미국식으로 잘 크고 있는 유망한 자식이었다가 이후 끝까지 그런 삶을 고수하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다. 런던에서 태어난 누나가 미국에서 태어난 동생을 부러워하면서도 자기가 겪지 못한 미국의 어린 시절을 동생에게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누나는 동생을 도우려 하지만, 결국 동생이 알콜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부모를 대신해 동생을 보살피던 일에서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을 본다. 

 

가족의 이상은 사랑이지만, 현실은 갈등이며 아픔의 원천이라는 것을 이 소설에서 다시 보게 된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부모를 둔 주인공들이 이 소설의 인물들이다. 그래서 한 편 벵갈어를 쓰거나 영어를 쓰거나 하는 문제, 여자들이 사리를 입거나 바지를 입거나 하는 문제들이 가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어떤 가족은 미국 생활을 접고 인도로 돌아가거나 돌아간 고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다시 미국으로 오기도 한다. 그 과정에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이 겹쳐 있다. 그러므로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미국 주류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작고 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이다. 어려움은 미국 사회 뿐만이 아니라 부모로부터도 온다. 미국식 사고 방식을 두려워 하는 부모는 자녀의 친구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인도인인가 미국인인가를 놓고 자식들과 갈등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의 재미동포들에게도 비슷하게 전개되었을 문제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도 출신 작가의 글이면서 우리들의 글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들어간 이방인들의 이야기이면서 이 나라를 떠난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그 땅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때 이주해 와서 부모의 고향에 대해선 추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삶의 과정에서 부모의 고향을 잊어버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그 운명은 세대를 거듭해야만 가벼워질 일이다.  

 

 미국에서 나온 소설이지만, 마치 우리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거나 비슷한 일은 있었다는 식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다. 그런데도 인도라는 기본 문화가 깔려 있었기에 주인공이 느끼는 세세한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사리를 입은 여성에 대한 묘사 같은 것은 그들만큼 찬사를 보낼 수가 없어서 타국에서 한복을 입은 어머니를 볼 때의 느낌일까 상상해야 했다.

이 소설은 출판사의 극찬을 받았으며 작가가 퓰리처상 수상작가라는 점에서도 미국의 유력한 신문에서 찬사가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남들의 박수에서 조금 비껴나 꼭 그럴 것도 아닌 것 같은 삐딱선을 타게 된다. 그건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계급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인도를 향수할 때 묘사된 인도에서의 생활에서 주인공 부모들이 고국 인도에서 1 %의 엘리트 계급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은 미국에 와서도 중산층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교수가 되거나 의사가 되어서 적어도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가난한 사람이 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각이 겪었다고 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입성에 큰 무리가 없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 그 중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도 한 둘 생기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직업은 상위 1 %이다. 그래서 나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또다시 잘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해 읽은 <화이트 타이거>에서는 인도의 빈곤층들이 겪는 고충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그저 좋은 사람>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러니까 <화이트 타이거> 의 빈곤층들을 생산해 내는 원인이 되었던 상위층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고국 인도를 떠나 미국으로 갔고, 미국에서도 계급이 떨어지지는 않는 모습은 없었다.

작가는 신예작가로서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도 그녀의 그런 영예에 동조하지 못하는 건 아마 내 마음에 상위층에 대한 근거 모호한 비꼼이 있어서일까, 그가 그려낸 인물들이 작가의 제 2, 제 3의 인물에 머물렀다는 느낌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작가가 인도 출신이라든가 인도 출신의 주인공이 등장하였다는 것들은  작가나 독자나 인도를 이해한다기보다는 인도를 소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라는 나라와 관계된  사람이야기, 그저 사람이야기일 뿐 다를 이유도 없는 것을 어쩌면 인도에 대한 나의 편견이 지나쳐서 비꼬아 보게 되는 면도 있을 것이다.

 

뱀꼬리: 그런데 번역을 한 박상미 씨의 옮긴이 후기를 보니 작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인가 싶었다. 이전에 작가의 다른 책을 번역하기도 했단다.  옮긴이 말을 읽다 보니 자기 가족 이야기 중에 자신의 부모를 엄마, 아빠 라는 유아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집에서 부를 때야 어떻든지 내 알 바 아니나, 공식적으로 내는 글에 유아어를 그대로 내뱉은 번역자, 갑자기 이 사람의 번역에 신뢰가 떨어졌다. 

 

읽은 날짜: 2009년 1월 8-10 일 사이.

책은 <내가 읽는 책 이야기>, 책 부족 모임의 웬디양이 선물로 보내 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