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2010년에 읽는 책-김형제의 십자가

자몽미소 2010. 2. 28. 20:23

 

 -책 표지

 

 

 

 

 

 

마쓰시로 대본영 옆에 있는 <또하나의 역사관> 이라고 하는 전시관에서 이 책을 샀다

일본어로 나온 걸 봤는데 이 역사관에서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게 있어 500엔에 구입했다

 

내용은, 이 책을 쓴 작가에게 어느 날 전화가 왔고, 그는 어떤 목사로부터 조선인 노동자로 마쓰시로 건설 현장에 왔던 김씨 형제의 이야기를  듣는다. 작가는 김형제의 이야기를 재편집을 해서  이 책으로 내놓았다. 소설의 형식을 갖추어서.

 

동생 세환이 기독교에 심취 했으나 집안 사람들이 반대했다는 내용.

일본에 강제 연행된 형이 노동자로서 마쓰시로 대본영 공사에 투입되었는데 그 곳에서 조선 지식인 양씨를 만났다는 내용,  일본이 패전하자 형이 조선으로 돌아가던 중 동생이 써 놓은 것 같은 나무 막대의 글자를 발견하고 동생도 이곳에 왔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의 흔적을 찾았으나 동생이 폭발 사고 때 죽었다는 내용. 그 후 형이 조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동생이 일하였던  마쓰시로 굴 안에 십자가를 걸어 주어 동생의 넋을 위로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실망스럽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연민이 너무 컸던 탓으로 돌리고 싶다. 이미 김 형제의 이야기 자체가  오래전 일을 전해들은 이야기이인데다 책을 쓰면서는 작가의 관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형이 일본으로 가게 되는 배경이나 상황 묘사에 반일감정이 가득하다.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도 지나치게 일본에 적대적이다. 헌병이 막무가내로 잡아 끌고 어머니를 짓밟고 하는 상황은 마치 극도로 흥분한 민족주의자의 표현같다. 나는 이러한 글을 그리 신뢰하지 못한다. 일본의 지배와 조선인들의 노동이 반일감정 만으로 울분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마쓰시로에 대한 감상을 차차 쓰겠지만, 모든 조선인 노동자들이 그렇게 갑자기 잡혀 왔거나 노동 현장에서 조선인만  막무가내로 당한 게 아니다.   노동현장이라는 곳, 어떤 속성이 있다. 자본과 돈의 관계가 있고 권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가 있다. 나라와 나라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적대적으로 되는 데 돈과 힘의 얼개가 있다.  그걸 눈 감고  보지 않은 채 민족 감정으로만 글의 가지를 치다 보면 감정적으로 글이 나가게 된다. 특히 이 책은 나쁜 일본에 좋은 조선 사람이라는 구도다. 이 책은 그래서 잘 못 쓴 책이다. 일본인인 와다 노보루라는 이가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썼다지만 나는 이 책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번역자인 강세훈씨의 잘못인지 열린아트라는 출판사의 잘못인지 한글이 제대로 적혀있지도 못했다. 책을 내면서 띄어쓰기 맞춤법 교정은 기본적인 과정이고 독자에 대한 기초적인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조악한 책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한글 맞춤법은 내가 지금 읽고 보고 있으니 아는 것이고, 원글이 제대로 번역이 된 것인지 아니면 번역자가 중간에서 오히려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단어로 바꾸어 버린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쨌거나 소중한 이야기가 하찮은 이야기 책처럼 만들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