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영화 映画の話

셔터아일랜드- 삶의 본능으로서 기억을 속이기

자몽미소 2010. 4. 3. 14:45

 

 

 

 

영화 본 날: 2010년 4월 2일

누구와 어디서: 조낭군과 중앙로 시너스 극장

 

 

처음엔 그를 동정 했다. 남자의 기억에 남은 상흔이 안쓰러웠다. 그 기억엔 불이 났을 때 연기에 질식해 죽은 아내와  나치 수용소의 불쌍한 얼굴과 그 참혹한 장면 속에서 어떤 도움의 손길도 줄 수 없던 나약한 자신이 포함된다. 그럴수록 그는  전쟁의 부조리와 폭력의 부도덕에 몸서리친다.  도덕성에 대한 그의 의식은 셔터 아일랜드 수용소에 대한 의문을 통해 증폭된다. 상당히 위험한 곳으로 그는 자처하여 들어왔고 관객인 우리는 그가 가진 과거의 상처와 현재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음모 때문에 그를 동정하면 할수록 그가 갇힌 음흉한 이 섬에 함께 묶인 느낌을 받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한국어로 번역된 원작(살인자들의 섬) 을 주문했다. 

 

어제와 오늘, 남편과 마주 앉을 때마다 이 영화에 대해 말하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던 <방어기제> 에 대해서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남자는 어떤 사람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심하게 들이대느라 몇 년 째 법정에서 공방중이다. 남편과 나는 비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몰린 어떤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어떤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몇 년째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영혼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의 손가락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향했어야 옳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일요일마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그는 스스로를 매우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대개 적당한 방어기제는 정신을 건강하게 만든다.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정신작용이다. 그러나 방어기제가 너무 발달한 사람의 경우는 주변을 힘들게 한다. 주변을 고달프게 하는 것 이상으로 한 사회를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는 잘 발달된 방어기제 덕분에 잘 살아나간다. 자신을 직면할 수 없도록 튼튼히 세운 정신의 방어벽이 자기가 저지른  끔찍함과 공포를  망각하도록 돕는 동시에  실지의 기억을 왜곡하여  그의 기억틀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니 푸코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책 <감시와 처벌>은 오래도록 읽을 목록에만 끼워 있다. 정신분석학의 내용은 물론  역사와 각 시대 연구계파들간의 주장을 조금 더 알고 있는 이라면 이 영화는 보다 다른 면에서 재미있게 읽혔을 것 같다.

 

또 하나, 범죄에 대한 사회적 접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영화다.

영화에서 셔터 아일랜드는 범죄인 중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용소다. 그 곳에서는 범죄인의 동기에 대해 연구하고 교화하는 집단이 있는데 정신분석학에 의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설이나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해선 영화를 보면서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적어도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들이 왜 그럴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고자  오랫동안 그들을 치료하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 하자는 근간의 사회적 이슈를 보면서, 우리 나라는 어떤 사건이 났을 때 범죄 상황에 대한 접근이 사건 후의 처리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전자팔찌 라든가 처벌 기간을 늘리자든가 ...   중범죄자가 된 다음에는 빨리 사형을 해 버려야만 사회적인 규범을 제대로 처리했다고 믿고사형제의 존속이야말로 범죄인들의 수를 줄이는 묘약이라도 되는 듯 여긴다. 희생자들의 원한을 이해한다면 사형제 존속에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즘의 대세다.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기를 못 펴는 것은 날로 흉악해지는 범죄 양상 때문에 그렇거니와 사형제를 존속하는 것이 범죄의 정도를 약하게 하지도 않으니 설왕설래는 끝도 없다. 그러니 어쨌든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에 대한 배제가 심한 이 나라에서 흉악범을 따로 모시는 듯한 정신연구센타 같은 건 만들어질 것 같지도 않다.  흉악범은 흉악범이지 병을 앓고 있는 병자가 아니란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셔터 아일랜드 란 영화가 꼭 이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플롯의  반전이 있은 후 영화의 배경인 정신분석 연구 집단은 범죄에 대한 처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사족,

조낭군은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죽은 부인이 예쁘다고 하고, 나는 그녀가 입은 원피스가 예뻤다고 하고.... ( 노란색의 열대 꽃 무늬 원피스를 올 여름에는 만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