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고령화 가족- 2010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0. 6. 4. 22:55

 

책을 읽고 내 생각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을 만나면, 복권 당첨 된 것 보다 훨씬 즐겁다.( 큰 돈으로 복권 당첨 되어 본 적이 없으니 비유에 적절하진 않지만)

이 책이 그랬다. 오후에 읽기 시작했는데 어디서 전화가 오는 것도 귀찮았다. 모름지기 소설은 앞으로 쭉쭉 나가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 소설의 이야기꾼은 독자를 꼼짝 않고 자기 앞에 앉혀 놓았다.

 

스스로를 콩가루 집안이라고 할 만하게 이 가족의 구성원들은 모두 문제 투성이였다.

소설 앞 부분에 어머니의 역할을, 전통적인 따뜻한 배역으로 하고 있는 어머니만이 정상으로 보였고, 나는 이 어머니가 소설의 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이 세상에 이런 어머니가 있으니까 소설에서도 묘사가 되는 거라며,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어머니에게 연민마저 느꼈다.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가게 되면 이 어머니의 과거나 현재도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니까, 아들 둘과 딸, 손녀까지 합쳐 5 식구는 한 집에서 서로에게 방해되고 보기 싫은 존재로 부대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은 소설에선 좋은 소재가 되었고 이야기는 갈 데 까지 간 어떤 지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낭떠러지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당도해 보니 더 깊게 함몰되어 버리는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목표하지 않았는데 그곳에 당도해 버렸고, 이제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될대로 되라는 수밖에 달리 다른 방도가 없는 막장이 이 가족이 머무는 연립주택이었다.

만약 이 상황을 다큐멘타리나 동행에서 봤다면, 우리들 대부분은 채널을 돌려 버렸을 것이다. 어려운 사람은 착하기라도 하고 도와 줄만한 미덕이라도 있어야 하건만, 이 집안의 이야기는 동정을 할래야 핼 줄만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에서와 달리 소설은 잘 읽혔다. 소설은 만들어 낸 이야기이기 때문이겠다.

 

작가 천명관의 소설이 꽤 괜찮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3 권을 집었고 오늘 먼저 고령화 가족을 읽었다.

 

소설은 자기 이야기와 헤밍웨이의 소설과 인생, 형의 사건, 에로 시나리오의 이야기가 섞이면서 바닥의 절망과 허무맹랑한 사실들이 교차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독자가 화자의 이야기에 대한 의심이 들만할 때면 호흡을 달리하여 다른 이야기를 거두어 오거나  이맘 때쯤이면  독자가 어디를 가려워 할 것이다 예상하고  가려운 데를 찾아 긁어주는 배려까지 해 준다. 그러다 보니, 이 소설의 이야기꾼은 이야기로서 갖추어야 할 구성과 재미의  날줄과 씨줄을 능숙하게 엮어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는 책으로 만들었나 보다. 이야기 실력이 놀랍다. 누군가 재미있는 소설 한 권 부탁해, 라고 할 때 선뜩 권하게 될 것이다.

 

책 중에 뽑은 문장

 

-인생은 단지 구십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 도망 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마흔살 쯤 되었을까? 그녀의 얼굴엔 '과거를 묻지 마세요' 라고 쓰여 있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아는 건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입을 열자 여자는 곧 나이든 여자 특유의 서글서글함을 드러냈다. 지나치게 말한다면 조금 멍청한 느낌이랄까? ...... 

만일 그녀가 과거가 복잡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성적 매력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능지수와의 간극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관객을 동원하고 영화제에 나가고 비평이 실리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뜻하며, 혹독한 추위와 눈비, 진흙탕과 무거운 조명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감할 수 있는 것만이 참다운 실존이라고 생각했던 헤밍웨이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산 것일까?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법이다. 내 앞에 어떤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짐작할 수 없다. 운좋게 피해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대해 미리 걱정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 연료가 다 떨어진 낡은 오토바이를 힘겹게 끌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폭우가 쏟아졌다. 지독한 폭우였다....

시끄러운 폭우 속에서도 삐끼 소년의 말이 달리는 내내 내 귓가를 맴돌았다.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

 

나는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좋은 시절'이 이미 오래 전에 다 지나갔음을 담담하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