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파인데이즈-2010년에 읽는 책(알라딘 신간서평단 게재용)

자몽미소 2010. 8. 2. 06:42

 

Fine Days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은이) | 이기웅 (옮긴이) | 예담 | 2010-06-30

내 시간은 어디에 머물렀을 때 가장 좋은 때라 할 수 있을까, 또는 어느 곳에 머물렀을 때, 어쩌면 누구와 함께 했는지가 가장 좋은 때를 가름할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아름답다고 말하는 20대를 나로서는 어떤 사람과 함께 했다는 것 때문에 아름답다 하지 못하고, 그렇더라도 순간마다 내 몸이 발길을 멈추었던 공간엔 오래되면서 더욱 빛나는 배경이 그림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파인데이즈란 제목을 보면서, 나에겐 언제어느때가 가장 좋았던 때인가를 물었었다. 

파인데이즈의 주인공은 사뭇 가벼운 청춘을 더욱더 생각없이 흘려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고등학생, 불량끼마저 감도는 이 아이는 그 시간을 훌쩍 넘어와 버린 나에겐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여자주인공과 만들어가는 학교 풍경은 아무리 일본이어도 그렇지 싶은 이질감마저 들었는데,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주인공의 솔직함에 반하기라도 했는지 일본 여행 중에 전철 안에서 보게 되는 여학생과 남학생들이 소설 속으로 들어온듯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친숙함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이야기의 기묘한 분위기가 서서히 독자를 잡아매고 있는 것이었다. 환타지, 한편 기괴스럽기까지 해서 머리 풀고 나온 귀신은 아니지만 소설 문장 속 어딘가에 그 존재가 숨어 있는 듯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만 끝나 버렸다면 소설은 격이 떨어졌을 것이다. 주인공은 이제 고등학생이 아니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있다. 친구의 입장도 바뀌었고, 어느덧 많은 것들이 흘러가 버린 후였다. 이제야말로 소설은 파인데이즈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되묻는다.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을 언젠가는 또 되돌아 보게 될 것임을 확인시킨다. 

"예스터데이"를 읽으면서야 이 소설이 4개의 단편이 묶인 것임을 알았다. 그러나 이후의 소설로 가면서 주인공이 점점 자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어 한 소설, 한 주인공의 다른 국면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예스터데이의 주인공을 파인데이즈에서 자란 사람으로 읽어 버렸다. 그렇게 한 데는 두 번째 소설에서도 환상이 끼어 들어 이야기의 배경을 채색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잘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아하 그렇게 된 것이구나 하게 되는 것은 이 작가의 특이한 소설 작법에 연유한 듯 하다.  

여름 한 나절, 매미 소리가 사방으로 진동하고 태양이 뜨거웠던 시간에 소설책과 더불어 유익했다. 어쩌면 이 순간이야말로 파인 탱큐 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독서 중 나도 모르게 잠들어 꾼 꿈 속은 작가의 환타지처럼 내 안의 소망들이 날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기까지 했으니 파인데이즈를 읽은 날, 참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