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침묵하는 사람 沈黙の人ー2013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3. 6. 20. 12:28

 

책 속 밑줄 긋기- 김미정  번역

P 22

 

나는 내 인생이 누구에게도 폐가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연애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노래를 들으며 멍하게 상상의 세계를 즐기고, 몇 시간이나 밖에서 정처없이 걷고..., 그렇게 살아가는 중에 부모나 가족, 이라고 하는 개념이 끼어들 여지란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로서는 내 인생을 사는 일에 너무 바빴다.

 

아버지는 내 그런 삶의 방식을 일찌감치 눈치를 챘던 것인지 뭐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도 그랬다.

 

나는 열 일곱, 열 여덟살 여고생일 떄부터 독립하려고 했다. 경제적으로는 부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정신적인 면에서는 그 나이에 완벽하게 혼자 서 있었다. 부모에 대한 의존심은 전혀 없었다.

엄마와 같이 살고 있지 않은 아버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함께 살고 있는 엄마를 생각해서 엄마를 위해 뭔가를 한다든가, 해 드려야지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나는 약삭 빠르게 행동해가면서 제 멋대로인 기분으로 살다가 어른이 되었다. 엄마와 아버지 앞에서 " 딸"을 연기하는 일도 많았다. 그 연기 방법이 너무 잘 어울린 탓에 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 버릴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는 엄마와 친하게 지내며 사이가 좋은 모녀 사이라는 것을 일부러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따로 사는 아버지와 지금도 친밀하게 연락하며 지낸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에 사귀던 애인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누구라도 내가  독립할 수 있게 된 것을 칭찬해 주었다. "여자의 자립"이란 것을 소리높여 강조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찍 자립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것이 특별히 칭찬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거의 애초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겠다는 것밖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내 아버지와  살아 생전 처음으로 마주 보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사쿠라 홈>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그때까지 나에게 있어, 아버지, 미쿠니타이조우 三国泰造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다른 사람이라면 더 어울릴 것 같은, 미지의 남자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아버지를 가엾어 하면서도, 그렇게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사실 나는 아버지에 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미워하지 않은 만큼, 세상에서 그 흔한 깊은 애정도 없었다. 

아버지는 엄마와 이혼했다는 것에 후회하지 않았고, 이혼 후에도 나를 만나러 자주 찾아와 주었다. 나는, 내가 어른이 된 다음에 점찮게 편지를 보내오곤 하는 아버지를 뻔뻔하다거나 제멋대로 라고 여기며 성을 내는 일도 없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 그 이상의 무엇을 내 속에서 꺼내보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관심을 품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 빼고는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혼자 서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완전히 관심을 잃어 버렸다.

 

연애가 끝난 후, 연인에 관해 관심이 없어지는 것과 같았다.

 

 

 

-이번 주에 읽는 책( 2013년 6월 16일부터--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