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百田尚樹(하카타나오키)는 한국에서는 전혀 몰랐던 작가였지만 여기 와 보니 서점 한 쪽이 모두 이 사람의 책으로 쌓여 있을 만큼 유명한 소설가였다. 요새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은 < 해적이라 불린 사나이> 는 두 권 짜리 장편이다. 그 외에도 몇 권이 잘 팔리는 책으로 나와 있었다. 그 중 가장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고,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골라 왔는데, 장편이 아니라 단편소설 묶음이었다. 읽기는 쉬운데 한 편을 읽고 나서는 책에서 손을 놓게 되어 어쩐지 아쉽다. 하지만 단편이기 때문에 읽은 내용의 줄거리를 적어 둘 수 있겠다 싶어서, 이 책은 전체 독후감을 올리지 않고 각 단편의 줄거리를 메모해 두려고 한다.
1. 어머니의 기억
주인공 明의 어머니는 인지증(치매) 상태로 요양병원에 있다. 주인공은 두 어 달 만에 어머니를 찾아간다. 어머니는 일이 바빠 자주 오지 못하였다는 아들을 반갑게 맞으며 미안하다고, 꼭 용서를 받고 싶다며 아들을 바라본다. 어머니가 고백한다.
"네 마누라를 죽인 사람은 나였거든!"
주인공이 결혼을 하자 마자 어머니와 아내는 서로 성격이 안 맞았고 그걸 눈치챈 주인공은 따로 살도록 해 놓았다.
어머니는 주인공이 다섯 살 무렵에 아버지와 이혼을 하고 남동생과 3인 가족으로 살았다. 아버지는 생활무능력자였고 알콜중독자였으며 어머니를 때렸다. 아버지가 어느 날 집을 나갔고 그 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본 적이 있으나 어디에서고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행려병자로 죽었거나 또는 어떤 이에게 죽임을 당했어도 경찰이 그걸 찾아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어머니는 오히려 명랑해졌다. 여러 개의 일을 하며 아들 둘을 키웠다. 어머니의 명랑함은 아버지와 살 때는 보지 못하던 것이었으므로 자식들을 위해 지어낸 성격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친구들은 어머니가 남자 같다고 곧잘 이야기 하였다. 주인공이 생각하기에 어머니는 어쩌면 본래의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버지 때문에 숨겨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살 때 어머니는 말이 없었고 표정이 없었는데 그것은 아버지에게 짓눌려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뿐만이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이번 방문에도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누군가에게 빌린 돈은 찾았느냐?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는데 갚지 못했다, 빵집의 K씨는 사실은 자기 마누라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했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느냐?"
주인공이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알아차리는 데는 좀 시간이 걸렸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1500 주가 있는데.... 하며 그걸 찾고 싶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주식을 맡긴 은행이름을 알지 못하겠고, 통장이 어디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1500 주는 1500만 엔 쯤 하는 큰 돈이어서 주인공은 동생과 함께 집을 전부 뒤졌다. 천장까지 뜯어가며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맡긴 것은 바로 그 후 였다.
주인공은 요양병원에서 노후의 마지막을 보내는 어머니를 가엾게 바라본다. 자신도 곧 이런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런 곳에 있겠지 여긴다. 주인공에게는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는데, 이번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다. 자신의 수입으로는 국립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아들은 사립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그럴려면 하숙까지 해야 되어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그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이제 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집은 어머니가 친정에서 받은 집이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는 결혼 시작때부터 사라지는 그 시점까지 어머니에게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집은 동생과 더불어 어머니, 3인 가족의 어린 시절과 추억이 묻어 있어 팔고 싶지 않은 집이다. 그래도 이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리고 그 집에는 아버지의 추억도 아주 조금은 있다. 그것은 연못이다.
연못은 주인공이 어떤 마쯔리에서 잉어를 사오고 나서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다 만들지는 않았다. 자기와 동생이 하도 조르니 벌떡 일어나 마당을 파기 시작했는데, 뒷날부터는 다시 작업을 중단해 버렸다. 어느 때면 아버지가 연못을 만들어줄까를 기다리던 며칠 후 주인공과 동생은 볼멘 소리로 아버지에게 연못타령을 했다. 아버지는 다섯살 밖에 되지 않은 주인공과 동생을 마구 때렸다. 그걸 보고 어머니가 아버지와 싸웠다. 어머니는 매우 화를 내며 아버지에게 네가 나가! 라고 했고 아버지는 그 길로 집을 떠나버렸다.
연못은 주인공에게는 아주 나쁜 기억이 되어 버렸지만 다 나쁘지는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어머니가 연못을 만들려고 곡괭이를 들었고 긴 사각형의 연못을 만들었다. 물이 땅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콘크리트를 붓는 일까지 한... 어린 주인공이 보기에 그것은 완벽한 연못이었다.
어머니의 입원으로 돈이 들어가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출이 늘어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집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주인공은 얼른 집을 처분하지 못한다. 하루는 그 집을 찾아가 보았다. 연못은 이제 물이 다 빠지고 잉어는 물론 없었다. 그런데 물이 빠진 연못 속에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거북 장난감이 있었다. 그것은 연못에 생긴 구멍 속에서 삐죽이 나온 잡초 옆에 있었다. 그 거북 장난감은 아버지가 유일하게 사 준 장난감이었다. 주인공은 그 장난감을 잠잘 때조차도 옆에 붙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그 장난감이 보이지 않았고 주인공은 그 장난감을 찾다찾다 못 찾아 대성통곡을 하였던 적이 있다. 그 장난감이 왜 연못 속에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어머니가 연못을 파던 날 곡괭이 질을 하던 바람에 흙에 묻혀 버린 것인가, 하며 연못 파기에 마음을 다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했다. 어머니는 그 정도로 아들의 소원을 위해 열심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집을 나가자마자,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연못을 파 주었던 것이다. 단지 아들 둘이가 잉어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러나 그 연못에서는 어쩐 일인지 잉어가 계속 죽었다. 콘크리트의 독 때문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다. 잉어가 죽으면 새로 사다 놓는 일을 몇 년이나 계속 한 다음에야 그 연못에서 잉어를 키울 수 있었다. 연못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들의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였다.
아들은 요양병원에서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어머니를 쓸쓸히 바라본다. 지금까지 자기와 동생을 위해 일생을 희생하면서 젊은 날의 어머니는 사랑도 하고 싶었을 것이고, 어떤 남자에게는 끔찍하게 사랑도 받고 싶었을 것이고, 빌린 돈은 빨리 갚고 싶었을 것이고, 남들이 사는 주식도 많이 사서 저축통장을 불리고 싶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어땠냐고 물어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추억을 즐거운 듯 이야기 한다.
"젊었을 때는 괜찮았어. 멋있고 남자다웠어!"
주인공이 그런 아버지는 본 적이 없다고 하자 어머니는
"결혼하고 부터는 영 딴판이었어. 일도 안 하지, 술주정도 심하지, 자꾸 때리지, 집을 나갔던 그 날도 엄마를 마구 때렸어. 그래서 내가 죽였어. 내가 빨랫줄로 목을 매서 위에 매달아서 꺆-- 하게!"
주인공은 그런 어머니를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쓸쓸하지만 이제 가봐야겠다며 일어선다. 그때 어머니가 문득 생각난 듯이 이야기 한다
" 내가 너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있는데 말야, 아버지가 너무 꽉 잡아서... 그거 이젠 다 찌부러져버렸을 거야!"
미안한 얼굴로 어깨를 움추리고는
" 방법이 없잖아, 같이 묻어 버렸어"
여기까지다, 뒷부분의 몇 대화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적었다.
이 소설가의 이야기 대부분이 이런 반전이 강한 것 같다.
처음 읽은 날, 이거 뭐야? 하며 뜨악했는데.... 그럼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고 그 연못에 묻은 건가, 그래서 거북 장난감도 사라졌고, 사람을 묻으려고 연못이 긴 네모형이었나, 콘크리트라고 여겼던 것이 나중에 보니 어머니가 콜타르에 모래를 섞은 조잡한 것이었다는 것, 잉어가 자꾸 죽어 버렸다는 것이 모두 소설적 복선이었던 것인가....
생각하다 보니 오싹해지는 단편이었다.
읽기 시작 2013.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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