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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매력-<행복한 생활> 중에서/ 하쿠다나오키 소설 번역-2013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3. 9. 17. 15:00
2013년 9월 17일.

어제 오전엔 우리가 살고 있는 동경에도 태풍의 힘이 셌다. 저녁 뉴스엔 여기저기서 큰비와 돌풍에 사고를 당한 소식이 올라왔고, 밤이 될 무렵엔 호카이도까지 태풍이 올라갔으나, 일본 땅을 훑어 지나가는 이틀 동안  바람과 비의 기세가 꺽이지 않았다. 

 

간간이 읽고 있는  하쿠다나오키의 단편집 <행복한 생활> 에는 18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 한 편을 골라 내가 해 본 번역을 올려 본다.  으스스한 다른 이야기와 달리 이번 이야기는 남편이 듣고 많이 웃어주었다.

 

소설의 화자는 소학교 3학년의 소년, 유이찌짱이다. 가족과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 엄마의 매력

 

"언제까지 텔레비 게임만 할 거야?"

부엌에 계신 엄마가 몇 번이나 잔소리를 했다.

"일요일인데도 그렇게 아침부터 게임만 할 거야?"

나는 할 수 없이 게임기 전원을 껐다.

"벌써 3학년인데  조금이라도  준비해 놓고 그래야지!"

 

" 알았다니까"

나는 거실에서 식당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곱셈 산수 연습장이 있다.

" 아빠는?"

" 저녁에 늦게까지 일하시고, 아직 주무셔. 그러니까 큰 소리내고 그러지 마"

"네"

" 말 잘 듣는 아들이네! 상으로 케이크 줄게,먹어!"

"와 -!"

엄마가 만든 케이크는 제과점 것보다 맛있다. 케이크 만들기는 엄마의 몇 개 안 되는 취미중 하나다. 타르트, 슈크림, 몽블랑, 샤롯트 등등 일주일에 삼 일은 케이크를 만든다. 엄마 몸무게가 100 킬로가 넘게 된 이유는 매일 케이크만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엄마에게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살이 찐 것은 체질 때문이고 케이크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단지 케이크 때문만도 아니다. 엄마는 보통 한 사람이 먹는 것보다 두 배를 먹는다.

" 아, 저, 엄마,  나 있지, 이번 운동회에서 우리반 릴레이 선수로 뽑혔어"

"어머나! 정말 멋진 일이네 !"

엄마는 즐거운듯 목소리를 높였다.

" 그치만, 마지막에 뛸 거야,  알고 있겠지만 마지막 주자는는 제일 빠른 선수가 하는 건데...,"

"유짱은 엄마 닮아서 운동 신경이 좋잖아!"

"엄마랑 뭐가 닮았다고 그래, 운동 신경이 최악이잖아"

"엉! 엄마, 이렇게 뵈도 운동이 특기였어야, 어릴 때는 홀쭉했거든."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전에 할머니댁에 갔을 때 고등학생 때의 엄마 사진을 봤었다. 빵빵하게 둥근 얼굴에 뚱뚱한 다리, 전혀 스마트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체형이었다.

그때, 아빠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는 일어났다. 엄마와 나는 오하요 ! 하고 인사했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라고 아빠가 하품을 하면서 물었다.

"엄마 어릴 때 이야기"

"젊었을 때 엄마 말야, 아주 매력적이었어"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 지금도 여전히 멋지지만 말야"

엄마는 행복한듯 방글방글 웃으면서 " 고마워요, 여보" 라고 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바보같이, 라고 말했다. 둘이서 하는 이런 대화는 자주 듣고 있다.

아빠가 엄마가 멋지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자기에게 없는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는 너무 마르고, 몸무게는 50 킬로밖에 안 나간다. 엄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 남자 어른으로서도 너무 마른 쪽이다. 또, 키도 168센티로 170 센티인 엄마보다 작다.

 

직업은 대학교수다. 어린 아이일 때부터 공부를 잘했으나 운동은 전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탓인지몰라도 스포츠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집에 있을 때는 텔레비젼으로 야구, 축구, 격투기 중계만 본다. 그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수가 없을 때가 종종 있다. 대학에서 생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아빠가, 큰소리를 내가며 텔레비젼으로 격투기를 본다는 것을 알면. 학생들은 깜짝 놀라지 않을까.

어쨌거나 내 눈으로봐도 아빠는 한심한 남자다. 어쩌면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있겠지. 그렇더라도 어떻게 해서 엄마랑 결혼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엄마는 아빠보다 3년이나 더 나이가 많아서 지금 마흔 살이다.

 

엄마 아빠를 보다 보니까 전에 친척아저씨가 "벼룩 부부" 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곤충인 벼룩은 수컷보다 암컷이 크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보다 몸이 큰 부부일 때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웃겨서 빵 터지고 말았는데, 나중에 가만 생각해보니 기분이 몹시 나빴다. 벼룩 부부라고 한다면 나는 벼룩 새끼라는 말이니까.

그건 그렇고 엄마가 좀 작아지고 살이 빠지면 좋겠다. 하다못해 100킬로는 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 수업 참관 때 너무 창피하다. 1 학기 참관 수업 때 엄마를 본 반 친구중에 말버릇 나쁜 애들 몇이 벌써 '바다 사자' 라고도 하고, '바다표범' 이라며 나를 놀렸었다. 정말 억울했지만, 역시 엄마에게 그 말만은 할 수 없었다.

"엄마 !" 하고 내가 말을 걸었다. "아주 조금만 다이어트해 보면 어때"

"엄마가 날씬하면 좋겠어?"

"응, 그러면 옷도 마음대로 여러가지 입을 수도 있잖아"

엄마는 조금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어제나 몸을 감추는 듯한 펑퍼짐한 옷을 입는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뚱뚱하게 보인다. 더구나 여름에도 칠부소매 옷만 입고 있다. 엄마는 그게 셀루라이트가 보이지 않게 하는 것라고 말했다. 셀루라이트라는 것은 훌렁훌렁해진 살을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는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어깨와 두 팔을 내놓지 않는다.

"다이어트할 필요 없어!"

아빠가 입을 열었다. "엄마는 지금 그대로 좋아"

엄마는 그 말을 듣고서는 기쁜 듯이,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그런가"

나는 아빠랑 엄마 양쪽에 신경을 쓰면서 말했다. " 좀 뚱뚱하다고 생각했는데...,"

"안 그래, 아주 매력적이지 않니? 엄마 체형"

아빠는 안경을 벗으면서 말했다. "유짱은 아직 어린 아이라서 여자의 매력이란 거 잘 모르는 거야"

여자의 매력이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는 세계다. 엄마는 어른들밖에 알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여자라면 말이야, 엄마처럼 풍만한 몸이 최고야"

아빠는 그렇게 말하고선 엄마쪽을 보며 빙긋이 웃었다. 엄마도 빙그레 웃었다.

 

아빠와 엄마의 결혼은 십 년도 더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이가 좋다. 집안에서는 내가 있어도 상관않고 시시덕거린다. 둘이서 함께 외출을 할 때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이건 반친구들이 알려준 정보다. 창피하니까 사람들 앞에서는 손 잡고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아빠와 엄마는 내 말을 전혀 들어주지를 않는다.

"그건 그렇고, 유짱, 숙제는 마쳤어?" 엄마가 물었다.

"아직..."

"아직이라고? 어제도 다 해 놓으라고 말하지 않았어"

"어제는 야구했잖아"

"그래그래, 어서 가서 해"

"근데, 준짱이랑 공원에서 케이토로 하면서 놀기로 약속했는 걸"

" 또, 노는 것만 잔뜩" 엄마는 손을 옆구리에 얹고 야단을 쳤다. " 아빠도 공부하라고 말씀하셨잖아"

아빠는 보고 있던 신문에서 눈을 들고는 " 공부 같은 거, 괜찮아" 라고 해 줬다.

엄마가 곤란한 얼굴을 하는 게 보였다. 아빠는 자기가 운동이 서툴렀던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스포츠 만능인 나를 큰 자랑거리로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 안하는 걸로는 화를 내지 않는다.

"어린이는 노는 게 제일이야. 오늘도 마음껏 놀다 와"

"야호!"

"에,  아빠는 항상 유짱의 응석을 받아주니 원"

 

엄마는 투덜투덜하면서도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집에서는 아빠가 말하는 게 절대적이다. 엄마가 아빠에게 거꾸로 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나이도 엄마쪽이 위인데도 엄마는 아빠 앞애서는 새끼고양이같다.

엄마는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기가 약하다. 게다가 무서움쟁이에 울보다. 바퀴벌레라도 나온다든가 하면 아주 큰일이 난다. 이웃에서 다 들릴 정도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그럴  때 아빠가 나올 차례다. 신문지를 빙빙 말아서는 바퀴벌레를 탁 때려서 누른다. 그러면 엄마는 아빠 옆으로 확 붙는다. 체중이 배 이상 되는 엄마가 딱 들러붙어 있어도 아빠는 언제나처럼 즐거워한다.

내가 1학년 때 놀이공원에 있는 도깨비집에 엄마랑 같이 들어갔을 때는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다. " 안 돼, 안 된다구" 하며 싫어하는 엄마를 내가 억지로 손을 잡아당겨 안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한걸음을 옮길 때마다, 꺄악꺄악 소리를 질러대서 겨우겨우 출구로 기어나왔을 때는 눈물로 화장이 지워져 어느 쪽이 도깨비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어른인 주제에 물마저 무서워한다. 엄마가 어릴 적에 한 번 물에 빠진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물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함께 풀장에 가도 엄마는 수영복은 아예 입지도 않고 입은 옷 그대로 풀장 옆에 앉아 있다. 이때도 물론 칠부소매차림이다.

 

"커피 한 잔 할까"

신문을 다 읽고 난 아빠가 엄마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사이폰으로 끓여 볼까"

"좋지!"

엄마가 찬장에서 유리로 된 커피 사이폰과 알콜램프를 꺼냈다. 나는 알콜램프의 불이 커피를 끓이는걸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가 커피콩을 붓고는 알콜램프에 불을 붙였다.

"유이찌!" 라고 아빠가 불렀다. " 운동회 끝나고 나서 연휴엔 어딘가 가 볼까?"

"정말 ! 어디?"

"홋카이도가 어떨까?

"최고! 홋카이도는 가보지 못했으니까"

"그렇지, 실은 아빠도 홋카이도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네"

"엄마는?"

"홋카이도는 몇 번인가 다녀왔어. 사뽀로도 하코다테도, 아사히가와도 다녀왔어"

"굉장하네" 나는 감동한 듯이 말했다. " 어떻게 해서 홋까이도까지 갔었어?"

"엄마는 옛날에 여행이 취미였으니까 그래"

아빠가 대답했다.

"에, 그랬구나"

엄마가 끄덕였다.

"젊었을 적에 일본 여기 저기 많이 여행했어, 거의 사십칠도 도부현, 전부 다녀왔지"

"그거 너무 멋지지 않아?"

"그런가!"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 여행이 좋아서 뭐"

"정말 좋네, 나도 어른이 되면 일본 땅을 여행하며 돌아다니면 좋겠다"

그때였다. 엄마가 앗!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마루 위에서 유리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보니까, 커피 사이폰이 테이블 위에서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엄마는 곧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 사이폰은 아빠가 젊은 시절에 미국에 유학갔을 때 사 온 추억의 물건이라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아빠도 깨진 유리를 보고는 멍해 있다.

" 여보, 미안" 엄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것보다 다친 데는 없어?"

"난, 괜찮은데, 그래도 당신이...,"

"모양 있는 건 언젠가는 없어지게 되어 있어. 사이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당신이 다친 데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

"여보!"

엄마는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아빠는 그런 엄마의 어깨를 토닥였다.

나는 그렇게 하는 엄마 아빠를 볼 필요가 없어서 식당에서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텔레비젼 게임을 하려고 전원을 넣으려는데, 엄마가 "유짱" 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왜?"

"지금 뭐 좀 사러 나가려는데 같이 갈래?"

"나, 뭐 사 줄 거야?"

"아이스크림 사 줄게"

"그럼, 갈게!" 내가 말했다. " 돌아올 때 준짱네 갈 거야"

 

 

나와 엄마는,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아파트를 나왔다.

슈퍼마켓은 아파트에서 걸어서 오분 거리다. 첫번째 큰 길을 돌았을 때, 인상 나쁜 아저씨 한 사람이 안색이 변한 채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에서 부동산 사무소를 하는 오까베 아저씨인데, 동네 사람들에게 평판이 별로 좋지 않다. 뭔가 죽기살기로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뭔 일이 있나 봐"  엄마에게 말했다

"뭐, 돈이라도 어디 떨어뜨렸나보지"

엄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우스워서 웃었다.

이윽고 공원 입구까지 갔다. 수퍼마켓에 가려면 공원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가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는 거기서 발을 멈추었다. 공원 안에서 뭔가 아주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절규하는 듯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당황하며 도망가는 사람도 몇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긴 했나 봐"

엄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 공원으로는 가지 말자"

그때, 공원 숲 쪽에서 가슴 철렁하도록 크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여자의 비명도 들렸다. 나는 그냥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유이찌!, 가면 안 돼!" 엄마가 말리는 것을 무시하고 나는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광장 가운데에는 개 한마리가 피를 뚝뚝 훌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 옆에는 덩치가 큰 도사견이 큰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서 있었다. 청람호( 세이란꼬)였다.

 

이 마을에서 청람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카베 아저씨가 기르는 맹견이다. 투견 대회에서 몇 번이나 우수상을 받은 일도 들어 알고 있다.

지금, 그 개가 개줄 없이 공원 안에 있다. 아까 오카베 아저씨가 얼굴색이 변해가지고 황망히 달리고 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어떤 순간엔가 도사견이 우리를 뛰쳐나온 것이다.

놀이기구 구석에 숨어 있던 다른 개도 덜덜 떨고 있었다. 상당히 큰 골덴레토리바 였지만, 청람호는 큰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그 개에게 달려들었다. 청람호는 골덴레토리바의 목덜미를 물고는 그대로 내리 휘둘렀다. 골덴레토리바의 큰 몸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공원 땅에 피가 뿌려졌다. 청람호는 쫙 뻗은 골덴레토리바를 입에 물고는 이번에는 아저씨에게로 날아갔다. 아저씨는  도망을 쳤지만 발을 물리고 넘어졌다. 청람호는 다시 목언저리를 겨누더니 아저씨 위로 올라갔다. 아저씨는 머리를 보호하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청람호에게 몇 번이나  팔을 물어뜯겨서 비명을 질렀다.

 

나는 개가  더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순간적으로  "와 -!" 하고 큰 소리를 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듣고 청람호가 고개를 들었다. 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위험해, 라고 느꼈다. 그렇지만 내가 도망가는 것보다 청람호가 더 빨랐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더니 빨간 입을 벌리며 날아올랐다. 몸이 얼어서 꼼짝할 수가 없는 중에 내 눈에는 질질 흩뿌려지는 개의 침과 흰 이빨이 보였다. 너무 늦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나를 잡아챘다. 내 몸이 앞으로 고꾸라짐과 동시에 머리 위로 이빨이 부딛히며 빠드득, 하는 무서운 소리가 났다. 바로 다음에 나는 땅으로 굴러떨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엔 엄마가 서 있었다.

내가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달려와 구해 준 것은 엄마였던 것이다.

청람호는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엄마를 노려봤다. 나는," 엄마, 도망가" 하고 외쳤다.

그러나 엄마는 도망가지 않았다. 넘어져 있는 나를 감싸듯이 뒤로 하고는 개 앞으로 나갔다.

"내 애에게 손대지 마"

청람호가 엄마에게 날아올랐다. 엄마가 몸을 엎드리듯이 피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엄마가 입은 블라우스의 어깻죽지를 물어 찢었다. 청람호는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엄마는 공중에서 개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거대한 도사견의 몸을 몇 번이나 휘휘 돌리더니 땅으로 팽 던졌다. 청람호는 곧바로 다시 일어서서 엄마쪽을 향하려 했지만 엄마는 개보다 빨리 개 위로 올라가 덮쳐 눌렀다. 그리고는 도사견의 목을 팔로 감더니 패트병처럼 죄기 시작했다. 청람호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공원안에 다 퍼졌지만, 엄마는 용서하지 않았다.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양팔에 힘을 더 넣었다. 이윽고 머리가 꺽였는지 둔탁한 소리가 나고 청람호가 축 늘어지며 뻗어버렸다.

엄마는 청람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일어섰다. 블라우스가 개이빨에 찢겨지고 왼쪽 어깨부터 등까지 드러나서 팬티까지 보였다.

"엄마 !"

나는 엄마에게 안겼다. 엄마는 거친 숨을 쉬며 나를 안아 올리며 " 상처 안 났어?" 라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순간, 엄마의 왼쪽 어깨로부터 두 팔 쪽으로 용그림이 보였다. 그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니다. 아주 어릴 적에 목욕탕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모두 엄마가 커다른 도사견을 목죄어서 죽인 일을 놀라워했다.

어딘가에 있던 잘 모르는 아저씨가 " 드래곤 나까야마 씨 아니에요?"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설마 !" 라고 했다.

"맞잖아! 등에 타토가 증거인 걸!"

또 다른 아저씨가 " 굉장해!" 라며 크게 소리쳤다.

"전설의 괴물 프로레슬러가 이런 곳에!"

 

                                -2013년 9월 17일, 창가대학 도서관에서, 김미정 번역하다. 12시부터- 3시 까지.